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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런 향기가 좋더라

FASHION

후각이 예민한 남자들에게 사랑에 빠질 만큼 유혹적인 여자의 향기에 대해 물었다.

장-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lena, 에르메스 퍼퓸 수석 조향사)
여자에게서 맡고 싶은 향은? 원체 꾸밈없는 여자의 살 냄새를 좋아한다. 그 냄새가 향수와 섞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향조를 가리지 않아 어떤 향기도 좋지만 향기 때문에 여성 고유의 향이 가려지는 건 싫다. 향수는 향기로 만든 옷을 입을 수 있게 해주지만, 향수를 이용해 자신을 위장할 수는 없다. 남자 향수를 사용하는 여자는? 굉장히 유혹적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할까. 사랑하는 여자에게 단 하나의 향수를 선물한다면? 나를 닮은 향수를 줄 거다. 마치 나를 그녀에게 주는 것처럼. 사랑은 자신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초로 접한 여자의 향기는? 처음으로 키스한 여자에게서 미나리과의 커민(cumin)과 재스민 향이 났다. 그녀는 무더운 여름날 재스민을 수확하는 중이었고, 더위 탓에 그녀의 향은 더욱 짙게 느껴졌다. 재미있는 건 아직까지 그 당시의 향기가 기억나지만, 그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향기라는 것은 참 신기하다. 여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향수 사용법이 있나? 여자가 모든 신체 부위에 향수를 뿌리길 원하지만, 특히 머리카락과 목뒤에 뿌리길 바란다. 움직일 때마다 은근하게 향기를 풍겨 뒤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기를 오래 지속시키고 싶을 땐 옷에 뿌리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프레데릭 말(Frederic Malle,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향수 편집장)
남자 향수를 뿌리는 여자에 대한 생각은? 여자가 남성용 셔츠와 시계를 착용해 그와 상반되는 가녀린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상쾌한 시트러스나 투명한 우드같은 신선한 남성 향수라면 여성도 잘 소화할 수 있고, 그 향을 맡는 남성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거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향기,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 향기에 차이가 있나? 남자와 여자가 다른 만큼 매력을 느끼는 향도 다르다. 사람들이 남자에게서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향이, 여자에게서 마초적 향이 나길 원치 않는건 지극히 당연하다. Fragrance is all about seduction, 향수는 유혹을 위한 것이니까. 여자의 향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뉴욕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때 유명인사들의 사교장인 스튜디오 54에 자주 갔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여자를 향기로 알아봤고, 그들이 뿌린 향수가 각자의 개성과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 그때 밤에 놀러 나간 것이 수년 뒤 사람들에게 향기에 대해 조언하는 데 도움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최초로 접한 여자의 향기는? 어머니의 향수, 오리지널 미스 디올. 홈 프레이그런스를 애용하는 여성에게 조언한다면? 집에서 나는 향과 같은 향을 풍기는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다. 집에서 나는 향기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향기는 달라야 한다. 또 어떤 종류의 룸 스프레이나 캔들도 식사 시간에 사용해선 안 된다.

박태일(패션 칼럼니스트)
매력을 느끼는 여자의 향기는? 머스크. 성별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향은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여성적인 향은 진부하고, 의도적으로 남성적인 향을 쓰는 건 유난스러워 보인다. 머스크는 딱 그 중간에 있는 향이다. 남자와 여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향기가 많이 다르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많은 남자가 귀여운 여자를 좋아하지만, 막상 아담하고 귀여운 여자는 귀여워 보이는 걸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길쭉한 모델 같은 모습을 동경하기도 하고. 향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은 향수를 고를 때 자신이 동경하는 이미지를 거기에 투영한다. 향수를 같이 쓰고 있는 사람이 있나? 아내. 그런데 가끔 아내에게서 나는 향을 맡으면 나완 전혀 다른 향이라 놀라기도 한다. 언젠가 이렇게 묻기도 했다. “향수 바꿨어?”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은 향수는? 키엘 오리지널 머스크를 선물해 지금 함께 쓰고 있다. 그리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멜로그라노도 선물하고 싶다. 순전히 내가 쓰고 싶은 향수라서. 여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향수 사용법이 있나? 하나의 향수를 오래 쓰는 것. 향에 대한 기억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하기 때문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꼭 100% 자기 향을 찾아야 한다. 여자가 향수를 뿌렸으면 하는 부위는? 어디에 뿌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곳. 그곳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에 답할 수는 없다.

이희재(HJL 스튜디오 대표)
선호하는 여자의 향기는? 분명하게 정의할 순 없지만 꽃이나 과일류와는 거리가 멀다. 강한 머스크나 우드 계열처럼 강렬한 향을 좋아한다. 밖에서 이런 향기의 근원지를 찾으면 향기의 주인은 아름답고 섹시한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향수는? 상대방이 첫 데이트 때 뿌린 향수. 그 향을 맡으면 그때의 두근거림이 기억날 것 같아서. 최초로 접한 여자의 향기는? 초등학교 졸업 파티 때 여자아이와 블루스를 췄는데, 사람에게서 이렇게 감미로운 향이 난다는 게 놀라웠고 그 향은 오랫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여자의 집에서 풍겼으면 하는 향기는? 향수와 달리, 여자의 집에서는 라벤더처럼 안정감을 주고 은은한 꽃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편안해야 하는 집에서 강렬한 향이 나면 싫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라뒤레의 캔들과 룸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여자가 좋다. 향기를 풍겼으면 하는 여자의 신체 부위는?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 향을 가장 강하게 맡을 수 있는 목 언저리. 여자에게 향수를 선물한 경험이 있나? 아내와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난 그녀의 향기에 푹 빠진 상태였다. 그때 아내가 쓰던 향수는 핑크 보틀이 여성스러운, 크리드의 스프링 플라워였다. 몇 개월뒤 향수가 떨어져 새로 사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데이트 전에 미리 그 핑크 향수를 사서 아내에게 선물했다. 행여나 그녀가 다른 향수를 살까 염려돼서였다.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사진 박지홍 스타일링 차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