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안식처
관광이나 휴양이라고만 하기엔 아쉽다. 태곳적 자연의 거칠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 섬은 진정한 위로와 치유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엄마의 품 속 같은 천국이다.
라디그의 그랑앙스.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 해변 1위의 장관을 자랑한다.
여기, 천국
에디터와 친한 지인 A씨의 대화다. “저 세이셸 가요.” “(말귀를 못 알아들은 눈빛)세이셸요? 거긴 대체 어딘지….” “(친절하지만 그것도 모르느냐는 말투)인도양에 있는 섬나라예요. 아프리카 대륙 북동쪽,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좀 더 위로 올라가면 있어요.” 출장 중 모바일 메신저로 다시 한 번 그와 주고받은 이야기. “여기 너무 좋네요.” “어떤 게 좋죠?” “햇살이 부드럽고, 바닷물은 온화하며, 사람들의 미소가 밝고 사랑스러워요.” “동화 속 풍경이군요.” “직접 보지 않아 믿을 수 없겠지만 진짜입니다.” 며칠 후 “세이셸어땠어?”라고 묻는 친구에게 건넨 대답은 훨씬 명료하고 확고했다. “거긴 말이야, 살아서 갈 수 있는 천국이야.”
특정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태초의 에덴동산에 대한 로망이 있다. 에덴동산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고, 그곳을 사람이 죽어서 영생을 얻는 천국과 동일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나의 생각은 단순하다.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이 곧 에덴동산이자 낙원 그리고 천국이다. 물론 막연히 그려보는 천국에 대한 상상 속 이미지는 있다. 동산에서 유래했으니 잔잔한 목초지의 풍경을 먼저 떠올렸지만,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바다와 정글이 공존하고, 바위와 폭포를 품은 자연의 신비가 숨 쉬는 곳. 거친 야생의 순수함이 열망을 지배하는 땅. 인간과 동물이 그리고 식물이 함께 어울려 서로 보듬으며 친구가 되는 곳.
웬만한 휴양지는 남들만큼 가봤다. 뉴질랜드의 대자연과 서호주의 원시 유적도 훑었고, 인도양을 대표하는 무한 겹의 에메랄드빛을 풀어놓은 몰디브의 바다도 두 눈에 품어보았다. 그리고 세이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여기야말로 진정한 천국이다. 무엇을 보든 사진 속 풍경, 갑절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눈부신 햇살이 웃어주고, 파도 소리가 마음을 다독이며, 바람이 고뇌를 씻어주는 곳.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찾아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난 이미 이곳에 영혼을 내려놓은 뒤였다.
섬, 작고 많은 섬
진작에 이곳을 알아보았다면 더 빨리 찾아왔을까. ‘세이셸(Seychelles)’이란 이름은 발음도 쉽지 않고 낯설게 여기는 이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미국 CNN, 영국 BBC,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이 선정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그뿐 아니라 유수의 많은 여행 전문가가 ‘지구에 남은 마지막 낙원’이라 극찬했다(여기에 한표 보탤 수 있어 뿌듯하다). 윌리엄 영국 왕세손 부부가 택한 신혼여행지이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도 여기서 쉬어갔다.
세이셸은 1억5000만 년 전 지구의 남반구를 형성한 곤드와나대륙이 인도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로 갈라지면서 떨어져나온 섬이다. 대륙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고립되었기에 태곳적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어느 바다보다 다양한 해양 생물과 산호를 만날 수 있으며 땅에서는 원시림과 원시 생물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세계 최대 크기의 자연 수족관’ 알다 브라 섬, 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닮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라 부르는 ‘코코드메르’, 기네스북에 오른 최장수 코끼리거북, 이름은 다 몰라도 아름답고 진귀한 열대 새 등이 세이셸의 상징이다.
세이셸은 총 115개의 섬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33개가 무인도다. 총인구 10만 명 중 80% 이상이 가장 큰 섬인 마에(Mahe ´)에 산다. 제일 크다 해도 제주도 면적의 6분의 1 정도다. 두 번째로 큰 섬이 프라슬랭(Praslin)이고, 여기서 쾌속정으로 15분 거리에 세 번째로 큰 라디그(La Digue)가 있다. 이 세 섬이 세이셸 여행의 거점이다.
마에 섬 몽블랑 트레일 정상
프라슬랭의 앙스라지오
크레올 음식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첫날, 첫인상
세이셸의 첫인상은 모든 이에게 ‘환상적’이다. 비행기가 마에 공항을 향해 하강비행을 시작하면 창밖으로 마치 비디오의 재생 버튼을 누른듯 세이셸의 풍광이 화려하게 흐른다.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활주로를 낸 덕에 쪽빛 바다와 울창한 숲을 막힘 없이 파노라마 뷰로 감상할 수 있다. 흐린 날 산 중턱마다 안개가 걸린 모습도 인상적이라 했다. 문자 그대로 구름 속 산책을 즐기는 것이니까.
마에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산수시(Sans Soucis) 산악 도로 드라이브다. 미션 로지(Mission Lodge)에 올라 섬의 동남부 해안선을 한눈에 내려다볼 목적이었다.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후라 바람 냄새가 상쾌했다. 미션 로지는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해방된 흑인 노예가 집과 학교를 짓고 마을을 이루어 산 역사적 장소다. 지금은 모른세이셸루아 국립공원(The Morne Seychellois National Park)에 편입되어 관광객을 맞는다. 모른 세이셸루아 국립공원에는 각종 열대 수종이 자생하는데, 가구의 재료로 쓰이는 마호가니 고목과 향기 나는 잎이 달린 시나몬나무에 자꾸 눈이 갔다. 시나몬나무의 잎은 커리에 넣고 나무껍질은 가루 내어 베이킹할 때 쓴다고 가이드를 겸하는 택시 드라이버가 설명한다. 서쪽 해안을 향해 산에서 내려오는 길, 가파른 중턱에서 차밭을 만났다. 3000에이커 규모로 세이셸 유일의 차밭이다. 여기서 수확한 찻잎으로 홍차, 바닐라차와 레몬그라스차를 만든다. 친절한 가이드는 레몬그라스차는 시트로넬이라고도 하는데, 여기 있는 동안 물처럼 자주 마시게 될 테니 이름을 기억하라고 했다. 어느덧 해가 기울기 시작하고, 차창을 통해 저녁 햇살이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 다정하고 따뜻한 노란빛. 하루의 끝, 지친 마음을 있는 힘껏 어루만 져주고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고마운 얼굴.
포르글로(Port Glaud)에 위치한 델플라스(Delplace)는 항구의 선셋을 배경으로 로맨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지역 고유의 크레올 요리 전문점으로 시그너처 메뉴인 홍돔(red snapper) 필레와 문어 커리가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함께 곁들인 로컬 맥주 세이브루(Sey Brew)가 오랜 비행 후 쉼 없이 이어진 여정에 쌉쌀한 위로를 건넨다. 세이셸에서는 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할 만큼 물이 깨끗하다. 물맛이 좋으니, 술맛도 좋다.
친구하자, 우리
국내에는 세이셸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이셸에서는 한국이 제법 유명하다. 정동창 주한 세이셸 명예총영사의 제안으로 시작한 마라톤 대회가 국가적 축제로 자리매김한 덕이다. 2008년부터 매년 2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에코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보발롱(Beau Vallon) 해안을 따라 달리는 경기로 코스가 아름다워 대회 일정에 맞춰 일부러 세이셸을 찾는 유럽 관광객이 있을 정도. 국제육상경기연맹 공식 인증 대회로 격상되며 참가자의 수준도 높아졌다. 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5km, 10km, 하프와 풀 코스를 합쳐 국내외에서 총 3200명이 참가했다. 나도 생애 첫 마라톤을 세이셸에서 경험했다. 5km를 꽤 좋은 성적으로 완주한 뒤 메달을 걸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토록 많은 세이셸 사람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인데, 그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니 이 나라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라톤 대회 당일 저녁 버자야 리조트에서는 코리안 갈라 디너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문화 이벤트가 펼쳐졌다. 리조트 한 쪽에 전시장을 꾸며 서양화가 김태연, 박소연 작가의 한국의 자연과 고궁 사진 작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세이셸을 사랑하는 한국 사람과 한국과 한국 문화, 한국 음식에 대해 알고 싶은 세이셸 사람이 만나는 자리. 사실 세이셸 사람은 태생적으로 화합이 익숙하다. 그들 대부분이 백인과 흑인이 만나 탄생한 크레올(creole)이다. 나아가 크레올은 그들의 음식과 삶의 방식을 총칭하는 단어로도 쓰인다. 이곳의 공용어는 영어, 프랑스어, 크레올어. 그중 크레올어는 프랑스어 방언인데,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18~19세기 프랑스인과 흑인 노예가 의사소통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크레올 음식은 프랑스와 아프리카, 중국, 인도 요리의 영향을 받았다. 쌀을 주식으로 해산물과 열대 과일을 재료로 한 찜과 튀김 요리, 커리, 샐러드로 요약할 수 있다. 향신료를 적게 사용하고 느끼하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들에게도 한식이 꽤 잘 맞는 모양이다. 테이블에 함께 앉은 이들이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라디그의 앙스수 르스다르장 해변
라디그를 여행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자전거 투어다.
마에의 매력
마에는 눈에 보이는 모든 해변이 아름다워(세이셸의 어느 섬에 가도 그러하다) 차를 타고 달리다 마음에 드는 곳에 멈춰 해수욕을 하는 여행객을 종종 볼 수 있다. 섬의 북쪽에 위치한 보발롱 해변은 길게 뻗은 백사장을 따라 리조트가 늘어선 가장 친숙한 형태로, 스노클링과 서핑 등 해양 스포츠와 요트 크루즈, 바다낚시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프라이빗한 휴식을 원한다면 마이아, 반얀트리, 포시즌스 등 고급 풀빌라 리조트가 포진한 비교적 한적한 섬의 남쪽을 찾으면 된다. 특히 포시즌스는 마에 섬 유일의 프라이빗 비치, 프티앙스(Petit Anse)를 소유하고 있다. 시시각각 물빛이 변하며 초록과 파랑이 낼 수 있는 모든 컬러 팔레트를 펼쳐놓는 바다. 노을이라도 드리우면 분홍과 주황, 보라까지 컬러의 하모니가 황홀할 지경이다. 하루 종일 바다만 보고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지만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도’ 빅토리아(Victoria)에 가보자. 영국 빅벤을 본떠 만든 시계탑을 중심으로 뻗은 레볼루션(Revolution Avenue)과 퀸시(Quincy Street)가 가장 번화가다. 마에 섬 전체에 신호등이 딱 3개 있는데, 그 신호등이 여기에 다 있다. 다양한 크레올 공예품을 판매하는 해피고러키(Happy-go-lucky) 상점가를 비롯해 토착 예술품을 전시한 갤러리와 대중 음식점이 곳곳에 자리한다. 재래시장인 셀윈클라크 마켓(Selwyn-Clarke Market)에서는 인근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과 채소, 과일, 각종 향신료와 전통 의상 등이 좌판에 진열돼 있어 현지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세이셸은 섬 전체가 하나의 열대 식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프랑스어로 ‘왕의 정원’이라는 간판을 내건 개인 식물원 ‘르 자르댕 뒤 루아(Le Jardin du Roi)’는 시간 내서 찾아갈 가치가 있다. 18세기 콜로니얼 양식으로 조성한 스파이스 가든으로 각종 향신료를 비롯해 아보카도, 망고, 바닐라, 카카오, 금강앵무, 육지거북 등 60여 종의 현지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리셉션과 나란히 자리한 레스토랑에서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정원에서 채집한 식자재로 만든 건강한 요리를 선보인다. 특히 일요일 점심의 특선 메뉴(plantation lunch)는 놓치기 아쉬운 별미. 브레드프루트, 망고, 파파야, 골든애플 4가지 샐러드와 아보카도, 치킨 커리, 베지터블 커리와 렌틸 수프, 사프란 라이스를 낸다. 아삭한 망고는 난생처음이었다. 새콤달콤한 양념을 더해 식사 내내 침샘을 자극했다. 브레드프루트는 하얀 고구마를 먹는 기분이었는데, 프렌치 악센트가 강한 주인 할머니가 브레드프루트를 먹으면 세이셸에 다시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물론 단지 그 이유만으로 접시를 깨끗이 비운 것은 아니다.
코코드메르 야자수가 군락을 이룬 발레드메 국립공원
코코드메르 열매. 다익은 열매는 여성의 엉덩이를 연상시킨다.
세이셸의 명물 자이언트거북
푸르지 않아도 좋은 바다
라디그는 크기로는 세 번째지만, 해변의 절경으로는 세이셸 1위다. 2013년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 해변 100선 중 1위와 4위에 올랐으니 말 다 했다. 라디그에는 마에에서 프라슬랭을 거쳐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마에에서 프라슬랭까지 경비행기로 15분, 배로는 50분 걸린다. 프라슬랭에서 라디그까지 배를 갈아타고 15분 더 가야 한다. 라디그 선착장에 내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전거를 빌리는 것이다. 섬 전체에 차가 몇 대 없다. 이곳의 교통수단은 자전거와 우마차다. 자전거로 2~3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아담한 크기. 하지만 여유 있게 해변을 즐기려면 최소 하루는 잡는 것이 좋다. 세이셸의 날씨는 우기와 건기가 따로 없어 연중 쾌청하다는데 요즘 엘니뇨로 기상 이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라디그에 도착한 날 불운하게도 굵은 장대비가 내렸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탈 순 없어 어렵사리 전동 버기를 빌렸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STB(Seychelles Tourism Board) 관계자가 유니언 이스테이트(L’Union Estate)를 한 바퀴 돌아 앙스수르스다르장(Anse Source d’Ardent) 해변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했다. 앙스수르스다르장에 대한 기대가 컸다. 세이셸에는 화강암으로 이뤄진 섬이 41개 있는데, 그중 가장 다이내믹하고 변화무쌍한 화강암 해변이 라디그의 앙스수르스다르장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배경지로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바람이 어루만진 암석이 신비로운 오라를 뿜어내는 곳. 일전에 본 여행서에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거대한 화강암석이 핑크빛과 회색빛을 오가고, 크고 작은 라군으로 이뤄진 해변 또한 영롱한 푸른빛으로 반짝인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비에 젖어 짙은 회갈색을 띤 기암절벽과 다소 밋밋한 회색빛 바다. 파도 소리보다 빗소리가 크게 들렸지만 그래도 묘한 신비로움이 전해졌다. 유니언 이스테이트에서 만난 자이언트거북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 자라면 몸길이가 1m에 달하고 몸무게는 300kg 이상 나가는, 이름처럼 거대한 거북. 보통 150~200년을 산다 하니 웬만하면 어르신이다. 그 밖에도 나보다 키가 큰 바닐라나무가 자라는 바닐라 농장과 소의 힘으로 기계를 돌려 코코넛을 압착해 오일을 추출하는 코코넛 농장, 작은 정원처럼 꾸민 공동묘지까지 소소한 볼거리가 많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반바퀴를 더 돌아 섬의 동남부에 위치한 그랑앙스(Grand Anse) 해변에도 갔을 것이다. 여기가 앞서 말한 세계 최고 해변이다. 지독하게 푸른 바다와 맑은 파도의 포말, 백설 같은 백사장. 이곳에 붙인 수식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에덴의 전설
세이셸엔 각양각색의 수많은 섬이 있지만 그중 라디그와 함께 프라슬랭은 여행객이 꼭 방문하는 필수 코스다. 라디그에서 화강암 해변의 절경에 취했다면 프라슬랭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푸른 자연의 신비를 만날 수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발레드메(Valle´e de Mai, 5월의 계곡) 국립공원에 가야 한다. 이곳에만 서식하는 코코드메르라는 야자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 곤드와나대륙에 속한 수억 년 전부터 자생 군락을 이루었다는데, 육안으로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뻗어 숲을 이루며 우거져 있다. 영국의 탐험가 고든 장군이 이곳을 처음 발견하고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이 바로 여기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코코드메르 열매를 보면 그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암수 나무의 열매가 서로 다른데, 각각 남성과 여성의 성적 상징을 닮았다. 이 때문에 ‘에로틱 코코넛’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발레드메 국립공원에는 코코드메르 외에도 6종의 세이셸 토종 야자수가 서식한다. 운이 좋으면 울창한 야자수림 사이로 날아다니는 검은 앵무새도 만날 수 있다. 숲길에서 불쑥 파충류가 나타나기도 한다. 구릿빛을 띤 세이셸 도마뱀인 마부야세이셸렌시스(Mabuya Sechellensis)와 세이셸 토종 카멜레온 카멜레오티그리스(Cameleo Tigris) 등으로 초미니 사이즈라 징그럽기보다 귀여우니 반갑게 맞아줄 것. 발레드메 국립공원은 산책 코스를 잘 갖춘 편으로 짧게는 30분, 길게는 정상까지 3시간 30분을 열대우림 속에서 탐험하며 즐길 수 있다.
물론 프라슬랭에도 소문난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앙스라지오(Anse Lazio)로 가로로 길게 늘어선 야자수와 기괴한 화강암, 투명하면서 은은한 토파즈빛 바다가 펼쳐진다. 파도의 포말이 길고 잔잔하다. 카푸치노의 거품보다 감미롭다.
세이셸을 떠나기 전 포시즌스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를 거닐었다. 본래 파도는 밀려와 쓸어주고 다시 떠나가는 것인데 여기 파도는 다르다. 파도 소리가 그렇다.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는 것이 없다. 밀려와 깊게 품어주고 위로를 건넨다. 여기에 다 내려놓으라 한다. 엄마 품이 생각났다. 언제라도 따뜻하게, 크게 품어주는 엄마의 품 속. 천국은 멀지 않다. 가까이에 있다.
포시즌스 리조트 세이셸의 프라이빗 비치, 프티앙스
Where to Stay
식스센스 세이셸 질 파시온
래플스 프라슬랭 세이셸
포시즌스 리조트 세이셸
포시즌스 리조트 세이셸(Four Seasons Resort Seychelles)_ 정글 속에 자리한 트리하우스 빌라. 컨템퍼러리 크레올 스타일로 단장한 실내에서 식민지 시대의 세이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더블베드를 갖춘 파빌리온과 넓은 프라이빗 풀, 2층으로 이뤄진 선덱 등 야외 공간이 더욱 매력적이다.
프리게이트 아일랜드 프라이빗 리조트(Fregate Island Private Resort)_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가족의 휴양지로 알려진 곳. 섬 하나에 16채의 고급스러운 풀빌라 리조트 하나뿐으로 완벽히 독립적인 휴식이 가능하다. 산악 자전거, 하이킹, 다이빙 등 취향에 따라 맞춤 휴양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스센스 세이셸 질 파시온(Six Senses Zil Pasyon)_ 화강암과 화이트 샌드 비치가 빚어내는 절경이 펼쳐진 펠리시테(Félicité) 섬에 자리한다. 프리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최상의 프라이빗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원 아일랜드 리조트. 올여름 오픈 예정이다.
도멘 드 로랑주리(Domaine de L’Orangerie)_ 라디그 유일의 특급 호텔. 바위 많은 산비탈에 빌라형 객실이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수영장 한가운데 위치한 르 콩바바 레스토랑은 숙박하지 않아도 꼭 한번 들러보면 좋다.
래플스 프라슬랭 세이셸(Raffles Praslin Seychelles)_ 앙스타카마카 해변을 끼고 풀빌라 86채가 아름다운 왕국을 이룬다. 버틀러 서비스를 운영해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식과 중동식, 유러피언 등 다국적 메뉴를 아우른 레스토랑도 기대 이상.
찾아가기_ 한국에서 세이셸에 가려면 에티하드 항공을 이용해 아부다비를 경유하는 것이 편리하다. 에티하드는 인천국제공항과 아부다비 공항을 매일 연결한다. 아부다비에서 세이셸행 비행기는 주 12회 운항한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제공 세이셸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