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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볼 수 없는 가치

FASHION

시계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하이엔드 워치의 대명사 바쉐론 콘스탄틴이 창립 270주년을 앞두고 있다.

루브르박물관 소장품을 다이얼에 옮긴 ‘메티에 다르 트리뷰트 투 그레이트 시빌라이제이션’.

푸아드 1세에게 헌정한 미닛 리피터가 탑재된 포켓 워치.

하이 워치메이킹과 예술 공예 기법의 앙상블을 보여주는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포켓 워치.

캐비노티에와 메티에 다르 컬렉션에 담긴 장인정신.

캐비노티에와 메티에 다르 컬렉션에 담긴 장인정신.

캐비노티에와 메티에 다르 컬렉션에 담긴 장인정신.

2007년에 출시한 메티에 다르 레 마스크.

크로노그래프를 탑재한 콘 드 바슈 Ref.11056.

화가 마르크 샤갈의 천장화를 다이얼에 재현한 ‘메티에 다르 샤갈과 오페라 드 파리’.

오랜 시간 우아하게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메이킹 메종 바쉐론 콘스탄틴이 2025년 창립 270주년을 맞이한다. 1755년 창립자 장 마크 바쉐론이 메종의 근간을 다지며 시작된 이들의 역사는 1819년 프랑수아 콘스탄틴과 만나 사업적으로 성장하며 오랜 세월을 관통하고 현재에 이르러 독보적 스위스 시계 산업의 주축이 되었다. “가능한 한 더욱 잘하라, 그것은 언제나 가능하다”라는 상징적 문구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위대한 정신이자 현재까지 이어온 일종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역사가 현재 메종의 가치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포켓 워치가 손목 워치로 전환될 때도, 쿼츠 파동으로 기계식 워치가 사양산업에 처할 위기에 놓였을 때도 바쉐론 콘스탄틴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묵묵히 답을 찾았다. 이는 여러 세대에 걸친 숙련된 장인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워치메이커는 물론 예술 공예 기법이라고 일컫는 인그레이빙, 기요셰, 에나멜링, 젬 세팅 파트의 숙련된 장인의 기술을 계승했으며, 진정한 하이 워치메이킹을 고유의 엄격한 가치를 기준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며 시대 흐름에 맞춰가는 것이 아닌 시대를 앞서가며 메종만의 아름다움을 설파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 세기에 걸쳐 확보한 기술과 미학, 그리고 인적 자본의 잔흔이자 성취로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 메종이 지나온 역사는 대담했으며, 이제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을 계속 추구하기 위해 이들의 매뉴팩처는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지속가능성을 상징하는 증표인 매뉴팩처는 현재 스위스 쥐라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발레드주(Vallee de Joux)와 제네바의 플랑레와트(Plan-les-Ouates)에 자리한다.
매뉴팩처에서 제작하는 메종의 모든 제품은 ‘조화의 추구’라는 정신을 담고 있으며, 뛰어난 예술성과 명민함,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포부를 품고 있다. 독창적 모델과 뛰어난 무브먼트를 완성하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타임피스를 제작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의 여정은 시간이라는 물질 운동을 완벽한 기술을 통해 가장 아름답게 보여준다.

회전하는 2개의 반구를 적용한 다이얼을 통해 천문학적 기능과 디자인의 정교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플라네타리아.

2개의 진동수를 가진 트래디셔널 트윈 비트 퍼페추얼 캘린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로 거듭난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섬세하고 수준 높은 노하우를 통해 시계를 완성하는 장인의 손길.

섬세하고 수준 높은 노하우를 통해 시계를 완성하는 장인의 손길.

오늘날 메종은 지나온 역사를 간과하지 않고 교훈과 영감의 자원으로 삼으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그동안 축적해온 유산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이 같은 목록에는 18세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1600피스 이상의 시계를 비롯해 기계 도구 800개, 작업대, 워치메이킹 도구 등이 포함된다. 또 420m에 달하는 풍부하고 다채로운 아카이브 세트에는 제작 명부, 파트너, 공급업체 등 메종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담은 문서가 포함되어 눈길을 끈다. 시계 자체가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작품이기에 역사가의 접근법과 과학적 분석을 결합해 의뢰받은 시계를 식별하고 인증하며, 유지·보수·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메종의 깊고 넓은 워치메이킹 여정에 대한 관심은 수 세기 역사를 이어온 헤리티지를 중심으로 과거 타임피스를 사랑하는 수집가와 애호가들을 하나로 결집시키기도 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레 컬렉셔너(Les Collectionneurs) 컬렉션이다. 레 컬렉셔너는 일종의 복원 예술로, 메종의 빈티지 타임피스를 주의 깊게 선별해 2008년부터 매년 새롭게 복원해 선보이고 있다. 모든 면에서 헤리티지와 탄탄하게 연결된 메종의 기술 전승은 또 다른 물결을 만들었는데, 바로 캐비노티에 컬렉션이다. 소수 워치메이커가 전담하는 캐비노티에 부서는 매년 아주 특별한 테마의 유니크 피스를 출시할 뿐만 아니라 비스포크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현재 이 서비스는 워치메이킹업계에서 유일무이에 가깝다. 천문학적 컴플리케이션, 아밀러리 투르비용, 그랑소네리, 스카이 차트 같은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력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으며 완벽한 마스터피스로 빛나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타임피스를 만드는 이들은 단순히 시계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계 애호가들의 몽상으로만 여기던 꿈을 매혹적인 현실로 보여주었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이렇듯 바쉐론 콘스탄틴의 타임피스에는 고유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기술의 신기원이 도래한다 해도 메종의 타임피스가 타임리스로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위쪽 왼쪽부터 스타일 & 헤리지티 디렉터 크리스티앙 셀모니. 단 1점 제작한 캐비노티에 아밀러리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플라네타리아의 백케이스.
아래쪽 각 타임피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복원 예술 과정.

 INTERVIEW  with Christian Selmoni(Style & Heritage Director)

바쉐론 콘스탄틴이 곧 270주년을 맞이한다. 18세기부터 이어온 메종의 내러티브는 방대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진다. 그 근원은 무엇일까? 우리는 기술력, 장인정신, 섬세한 디자인과 관련해 매우 높은 기준의 하이 워치메이킹 노하우를 지니고 있기에 타 브랜드와 차별화된다. 오랜 시간 다양한 시대에 걸쳐 현재 순간을 포착하는 재능을 지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유산에 주목할 때, 가장 강조하고 싶은 헤리티지는 무엇인가? 아카이브다. 아카이브와 프라이빗 컬렉션은 디자이너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시계를 만들 때 헤리티지의 영향을 받는다. 헤리티지 부서의 역할은 새로운 시계가 현재와 미래, 그리고 헤리티지 사이에서 소중한 연결 고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메종은 시계 정품 인증과 수명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일종의 복원 예술이라고 부른다. 1755년에 제작했든, 현재 제작하는 시계든 상관없이 우리는 모든 시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리를 진행한다는 특별한 약속을 지켜왔다. 숙련된 워치메이커뿐 아니라 장식 전문가, 케이스 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보유한 복원 워크숍 덕분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또 각 시계의 정품성을 최대한 존중해 모든 복원이 이루어지도록 방대한 양의 빈티지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복원 워크숍은 중고 시장에서 선별된 빈티지 타임피스를 워크숍에서 복원해 2년의 보증과 함께 판매하는 레 컬렉셔너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메종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계 유지·보수에 대한 메커니즘 자체가 다를 것 같다. 예를 들어, 19세기 시계를 수리하는 것과 1970년대 시계를 수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작업인 만큼 시대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방대한 워치메이킹, 그리고 역사적 노하우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은 필수다. 복원 워크숍과 헤리티지 부서의 강한 연관성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시간은 휴대폰, 스마트 워치 등을 통해 소유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렇기에 워치업계는 이제 시간이라는 물질 운동을 다루는 것을 넘어 각자 철학을 피력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점점 더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고, 이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정보 기술을 어떤 식으로든 빠르게 접할 수 있다. 기계식 시계는 우리가 직접 착용할 수 있는 마지막 아날로그 기기 중 하나가 되었고, 장인정신과 그 안에 담긴 인간적 가치, 기술 노후의 위험 없이 시간을 초월할 수 있다는 점 등 잠재적 매력을 지녔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명성이면 베스트셀러를 지속적으로 포커싱해도 될 것 같은데,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항상 새로운 도전과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기술적 워치메이킹에는 여러 가지 ‘표현 영역’이 존재하며, 특히 천문학적 컴플리케이션은 디자이너, 엔지니어 그리고 워치메이커가 이 분야에서 여전히 자신의 재능을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내년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주목해야 할 하이라이트 제품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다. 2025년은 창립 270주년을 맞는, 메종의 초석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워치스앤원더스 기간뿐 아니라 1년 내내 놀라운 소식과 흥미로운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대해도 좋다.
바쉐론 콘스탄틴을 한 단어로 축약한다면. 한 단어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정통 워치메이킹 예술’이라 말하고 싶다.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