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달라질 TV 세상
2016년, 넷플릭스가 현실이 된다.
50개국 7000만 사용자를 거느린 세계 최대의 미디어 플랫폼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다.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월정액을 내면 인터넷망을 이용해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그냥 IPTV잖아”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 IPTV와 개념 자체는 비슷하다. 다만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Over The Top), 즉 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걸 말한다. 그런데 이 흔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왜 화제일까? 그리고 이것이 무엇을 바꾸고 있을까?
제약이 없는 즐거움
우선 넷플릭스가 IPTV와 다른 점부터 살펴보자. IPTV에 가입하면 보통 작은 셋톱박스를 설치해 준다. 약정도 걸어야 하고 이사 가면 재설치도 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 인터넷에 접속해 가입만 하면 즉시 방송을 즐길 수 있다. 약정도 없고 위약금도 없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 전에 나오는 광고도 없다. 유료 프로그램인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월정액만 내면 모든 프로그램을 무제한으로 시청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첫 달은 무료다! 장점은 또 있다. 셋톱 박스가 없기 때문에 앱을 설치할 수 있는 기기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스마트 TV와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가리지 않는다(단, 일반 TV는 애플 TV나 구글 크롬캐스트 같은 스트리밍 어댑터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 iOS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도 관계없다. 원하는 영화를 어디서든, 어떤 화면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그럼 거실과 안방에서 각기 다른 기기로 동시에 넷플릭스에 접속할 수 있을까? 이건 서비스 등급에 따라 갈린다. 베이식(8달러)은 하나의 기기로만 시청할 수 있지만, 프리미엄(12달러)은 4개의 기기에서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실시간 방송이 불가능하다는 것.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려면 따로 IPTV에 가입해야 한다. 이건 국내 사용자의 TV 시청 습관상 꽤나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맞춤 서비스의 시작
이러한 넷플릭스가 상륙한다면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 맞춤 콘텐츠’에 있다. 예를 들어 가입하면 다양한 장르의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선호하는 작품 3가지를 고르게 된다. 여기서 선택한 작품을 바탕으로 다음 접속부터 사용자의 취향에 근접한 영화나 드라마를 계속 추천하는 식이다. 이 추천 시스템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는 80%에 달한다고 한다.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느라 손가락 아프게 리모컨을 누르던 기억이 있다면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얼마나 유용한지 느낄 것이다. 다만 평소 성인 영화를 주로 고른다면 추천 페이지가 매번 살색으로 가득 찰 것이다. 그래서 멋진 방법을 생각해냈다. 가입하면 총 5개의 아이디를 만들 수 있다. 왜 5개일까? 나, 아내, 아이, 공용, 그리고 비밀 채널을 만들라는 배려가 아닐까? 마음에 든다. 5개의 아이디로 가족 구성원에 따라 원하는 프로파일로 접속하면 된다. 아이에게는 건전한 콘텐츠만 보여줄 수 있고 비밀 채널은 살색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이거야말로 완벽한 스마트 TV가 아닐까. 아마도 넷플릭스는 방송을 소비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독점 콘텐츠로 정면 승부
앞서 말했듯 넷플릭스의 모든 콘텐츠는 월정액을 내면 무료다. 단, 국내 IPTV사가 보유한 VOD가 10만 편 정도, 넷플릭스는 3만 편 이하다. 양으로 보면 넷플릭스가 훨씬 밀린다.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콘텐츠 수는 IPTV가 독보적이다. 그런데 왜 넷플릭스냐고?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대할 만하기 때문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를 직접 만들었는데, 한 시즌의 모든 에피소드를 한 번에 공개했다. 기다림을 싫어하는 시청자는 넷플릭스의 혁신에 환호했고 흥행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 밖에도 <마르코 폴로>, <데어 데블>, <햄록 그로브> 등 인기몰이에 성공한 자체 제작 드라마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영화도 제작하고 있다. 이 역시 극장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에서 상영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서비스 중이다. 올해는 <와호장룡 2>를 만들 예정이라고 하니 집에서 편하게 개봉 영화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그간 본 적 없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었음에도 IPTV에 비해 콘텐츠 수가 밀리고, 실시간 방송이 불가능해 첫해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 시스템과 다양한 멀티 플랫폼, 혁신적 서비스 방식 등은 충분히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의 서비스 방식은 미래의 TV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2016년은 한국에서 새로운 형태의 TV가 시작되는 첫해일지도 모른다.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
글 김정철(IT 칼럼니스트) 사진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