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방식
무작정 살결을 보이라는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 여자들이 몸을 드러내는 방법은 생각보다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Fendi
Givenchy by Riccardo Tisci
Balenciaga
Proenza Schouler
Valentino
Zig and Zag
침을 꼴깍 삼키게 할 정도로 아찔한 노출을 상상해보자. 가릴 듯 하더니 은근슬쩍 몸을 드러내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가? 가슴을 가리기 위해 매듭지은 끈 사이로 살갗이 보이는 구찌의 드레스나 펜디의 레이저 커팅 레더 톱처럼 말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엔 쿠튀르 수준의 수작업을 거쳐 완성한 발렌시아가의 피시넷 비즈 드레스나 걸음걸이에 맞춰 찰랑거리는 프로엔자 스쿨러의 프린지 롱스커트에서 볼 수 있듯 고도의 기술을 정성스레 동원해 슬그머니 몸을 노출시키는 장인정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이런 스타일링을 가장 쉽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날렵한 종아리를 타고 오르는 발렌티노와 끌로에의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신는 것이다!
Sacai
Buttons Up &Down
윗단추를 푸느냐, 아래 단추를 푸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번 시즌 눈여겨봐야 할 궁극의 스타일링 포인트는 다름 아닌 셔츠의 어느 단추를 잠그고 푸느냐는 것. 예를 들어 아크네 스튜디오와 에밀리오 푸치는 모델의 셔츠 윗단추를 여러 개 풀어 클리비지를 노출시켰는데, 대신 목 주위만 감싸는 초커나 n스카프 같은 액세서리를 활용해 허전함을 달래고 모던함을 더했다. 한편 아래 단추를 풀어 펄럭이는 셔츠 자락 양쪽을 ‘ㅅ’자 모양으로 허리춤에 정리해 배를 드러낸 로에베의 스타일은 특히 영리해 보인다. 아직 배를 보이기엔 민망하다고? 그렇다면 스프링 재킷 윗단추만 끼워 트라페즈 실루엣을 완성한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룩을 응용해볼 것.
Altuzarra
Acne Studios
Loewe
Calvin Klein Collection
Dior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Anthony Vacca
Arms or Legs
만약 올봄 다리 라인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미니스커트를 입겠다고 다짐했다면 팔목을 덮는 셔츠 한 장 정도는 준비해둬야겠다. 이번 시즌 생 로랑과 안토니 바카렐로의 모델들이 유독 섹시해 보인 데에는 손바닥만 한 마이크로 미니스커트에 매치한 롱 슬리브 재킷의 공이 크다. 한편 2015년 S/S 시즌 디올은 팔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가리는 화이트 컬러 슬리브리스 톱과 롱 팬츠를 곁들인 룩으로 쇼의 시작을 알렸다.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임에도 모델의 가녀린 어깨와 손목이 우아한 관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은 물론, 이는 이번 시즌 캣워크에서 만난 가장 모던한 노출법이다.
Balmain
Celine
Stella McCartney
Show Me Your Waist
이번 시즌에도 복부가 슬쩍 보이는 미드리프 톱의 인기는 유효할 전망이다. 사랑스러운 미우 미우의 러플 크롭트 블라우스부터 디스퀘어드2의 깨끗한 화이트 톱까지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기발한 디자인으로 허리 라인을 드러내는 의상이 곳곳에서 목격되었으니까. 허리에 동그란 구멍을 낸 셀린느의 비즈 장식 톱과 발맹의 꼬임 장식 턱시도 블레이저, 끌로에의 고리 장식 롱 드레스 등 올봄 가는 허리를 보여줄 방법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게다가 스텔라 맥카트니의 골반 부분만 교묘하게 보이는 루스한 니트 드레스까지 보고 있으면, 절로 허리 스트레칭이 하고 싶어진다.
Michael Kors
Christoper Kane
Sonia Rykiel
Burberry Prorsum
I See it Through
시어한 레이스와 오간자 소재는 매년 봄여름에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그렇다고 매번 진부하게 입을 수는 없는 노릇! 아퀼라노 리몬디나 마이클 코어스는 다리가 슬쩍 비치는 플라워 엠브로이더리 레이스 스커트에 오히려 캐주얼한 셔츠나 박시한 티셔츠를 매치했는데, 당장 따라 하고 싶을만큼 산뜻한 매력을 발산한다. 언제나 그렇듯 전혀 다른 무드의 의상을 믹스 매치하는 것은 즐거운 옷 입기의 정도(正道)다. 그러니 이번 시즌 하늘하늘한 레이스 스커트와 함께 낡은 티셔츠나 데님 재킷 등을 매치해 사랑스러운 시스루 룩을 완성해볼 것.
에디터 한상은 (hanse@noblesse.com)
사진 Imax 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