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린 그린 빌딩
건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환경을 부수고 에너지를 쓰는 일. 한데 요새 어떤 빌딩은 이와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하는 미국의 ‘애플 파크’.
2020년, 인류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피해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난다. 하지만 이들은 사고로 실종되고, 이 무리의 대장 아들 아이캔이 몰래 수색대 우주선에 잠입해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한 행성에서 기괴한 문명과 마주하는데….
어릴 적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줄거리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호평받은 작품. 한데 웬 애니메이션이냐고? 앞으로 수년 안에 ‘원더키디’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몰라서다. 지구온난화로 ‘인류 멸망’을 걱정해온 일론 머스크가 곧 유인 우주선의 화성 착륙 가능성을 실험한다고 했기 때문. 하지만 아직 화성에 갈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론 머스크의 실험이 성공해도 지구로 오는 우주선은 여전히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 고로, 어쩌면 그냥 지구에 있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더불어 이 땅엔 아직 전 인류적 환경문제를 골똘히 고민하는 이도 많다. 이들은 전에 없던 기술을 도입해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간다. 그게 뭐냐고? ‘건축’이다.
지금 어떤 건축물은 이전과 다른 친환경으로 설계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지구온난화와 폐기물 대란 등 여러 환경문제를 겪으며 이 같은 모양새가 됐다. 더욱이 지난 몇 년, 이런 바람은 소비자가 기업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되기도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년 전 완공한 애플 신사옥을 살펴보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애플 파크(Apple Park)’는 오직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한다. 일반 기업이라면 주차장 라인이라도 그렸을 12만m2짜리 공터에 나무 9000그루와 잔디를 깔았다. 전체 면적의 80% 수준. 또 이 빌딩을 둘러싼 3000장의 유리 패널은 태양광 전력을 조달하는데, 이는 한 건축물에 쓴 유리로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심지어 F1 레이싱팀 공기역학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빌딩 내 자연 환기 시스템을 설치했다. 그 결과 1년 중 9개월은 에어컨을 켤 필요 없다고. 소비자 입장에서 이 건축물을 만든 애플은 존경받는 기업이 아닐까?
사실 요샌 덮어놓고 나무만 심는다고 친환경 빌딩(Green Building)이라 부르지 않는다. 대체로 ‘보다 적은 에너지와 물을 쓰고’, ‘그로 인해 생산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운용 비용을 절감한 건축물’을 각국의 기준에 맞게 ‘친환경 빌딩’이라 명명한다. 쉽게 말해, 기본 골조부터 친환경 DNA가 콕콕 박힌 건축물.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런 건축은 비용 문제로 외면받았지만, 최근엔 세금 감면과 다양한 건축 기준 완화 혜택을 받아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친환경 빌딩이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세계 도시를 진짜로 처방하고 있을까?

1 빌딩 외벽에서 자라는 120만 종의 식물을 통해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아크로스 후쿠오카’.
2 계절마다 바뀌는 태양 고도를 계산해 설계한 ‘코오롱원앤온리타워’.
3 내부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을 자체 정화해 빌딩 외벽의 화분 132개를 관리하는 오사카의 ‘오거닉 빌딩’.
일반적으로 친환경 빌딩은 미국과 유럽에 몰려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아시아 지역에도 넓게 분포한다. 예로, 일본 후쿠오카현의 최대 번화가 텐진 중앙에 자리한 ‘아크로스 후쿠오카(Acros Fukuoka)’는 14층 건물 한쪽을 전부 계단식 정원으로 설계했다. 얼핏 보면 인공 산 같다. 외벽을 따라 60m 높이 정상까지 계단이 이어지고, 산에 오르듯 계단을 밟고 정상에 다다를 수도 있다. 정원엔 120종의 나무와 식물이 5만 그루 이상 자라고 있다. 여름이면 이 식물이 빌딩 전체를 덮는다. 더울 리 없다. 겨울이면 실내로 들어오는 빛이 에너지를 절약한다. 추울 리 없다.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한 대표적 빌딩이다. 일본이 전력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같은 ‘도시 녹화’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 밖에도 일본에선 건축가 가에타노 페셰가 설계한 오사카의 ‘오거닉 빌딩(Organic Building)’, 도쿄의 ‘시미즈 건설 빌딩(Shimizu Building)’ 등이 대표적 친환경 빌딩으로 꼽힌다.
서울 마곡동에도 눈에 띄는 친환경 빌딩이 들어섰다. ‘코오롱원앤온리타워’다. 컨셉은 ‘마곡 서울식물원 속에 묻혀 있는 빌딩’으로, 빌딩 앞에 녹지 광장을 만들어 서울식물원과 흐름이 이어지게 했다. 이곳은 냉난방에 드는 에너지 절감에 집중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 톰 메인과 한국의 해안건축이 설계했다. 건물 서쪽 면에 가볍고 강도 높은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을 그물망처럼 덮었다. 해안건축 관계자는 블라인드 역할을 하는 이 특이한 구조물에 대해 “채광 역할을 하고 있어 낮에 전등을 켜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빌딩은 전체적으로 비스듬히 기울었고,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불규칙한 모양새다. 이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태양 고도를 치밀히 계산한 것. 해가 높이 뜨는 여름엔 햇빛을 막고, 해가 낮게 뜨는 겨울엔 햇빛이 잘 들게 한다.
잘 모르는 이가 있는데, 서울 신천동의 롯데월드타워도 대표적 친환경 빌딩이다. 이 빌딩은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로부터 최상위에 해당하는 ‘LEED Gold’ 등급을 받았다. 수십 종의 첨단 기술을 적용해 연간 5만 1168MWh의 전력을 자체 생산한다. 20년생 소나무를 매년 850만 그루 심는 효과다. 이와 비슷한 빌딩으론 건축가 켄 양이 설계한 싱가포르의 ‘에딧 타워(Editt Tower)’가 있다. 26층 높이의 이 빌딩은 일시적 강우가 지속되는 싱가포르 날씨를 고려해 빗물 저장 장치를 설치했고 ‘녹색 마천루(Green Sky-scraper)’란 개념을 도입해 각 층에 정원을 배치, 식물을 빌딩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간의 ‘친환경’은 디자인과 상관없이 ‘에너지가 얼마쯤 절감됐다’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최근 건축은 이렇듯 디자인과 기술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국내 최초 업무용 친환경 빌딩인 서울 충무로의 ‘포스트타워’, 서울에서 처음으로 미국 그린빌딩협의회로부터 인증받은 ‘JW 메리어트 동대문’, 건물을 철거할 때 나오는 폐기물까지 최소화한 대전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중앙연구동빌딩’ 등 전국에 친환경 빌딩이 있지만, 의외로 감성을 건드리는 건축물은 없다는 사실. 다시 말해, 기술로 도배한 친환경 빌딩은 있지만 자연 요소를 적극 반영한 건축은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대표적 건축 사무소인 창조건축 류영선 실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친환경 건축물 분야의 후발주자지만, 기술 부분에선 어느 정도 따라잡았다고 봅니다. 다음 스텝은 ‘감성적 접근’이죠. 자연 요소를 반영한 건축은 굳이 감성에 호소하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결과로 그 이점을 말한다고 생각해요. 국내 친환경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죠.”
이름난 기업일수록,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건축일수록 점점 친환경성이 중요시되는 세상이다. 요즘 친환경 건축은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두고 벽면을 식물로 도배하는 것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더해 이전에 없던 것을 경험하게 한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에서처럼 우울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일론 머스크의 미래에 대한 희망 고문에서 자유로운 세상. 당신은 아직 화성에 갈 필요가 없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