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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잘 만드나?

ARTNOW

커피 테이블 위에 놓아 남들에게 과시한다는 의미로 커피 테이블 북으로 불리던 아트 북. 전자책이 종이책을 위협하고 있지만 오히려 아트 북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의 아트 북 퍼블리셔를 소개한다.

미술 애호가, 컬렉터의 공간에서 작품 외에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아트 북이다. 전시회를 기념해 펴낸 도록 말고 전시와 상관없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하이 퀄리티의 작품집 등이 그것이다. 사실 미술에 관심을 갖고 컬렉팅을 시작하면 자연스레 아트 북에도 관심이 생긴다. 실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작품을 높은 퀄리티의 이미지로 접하면서 안목을 기르고, 동시에 자신이 컬렉팅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아트 북의 소장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아트 북 퍼블리셔는 대부분 해외 출판사로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해외 우수의 아트 북 퍼블리셔는 어디고, 그들의 역사와 전문성을 담아 하나의 아트피스처럼 완성한 아트 북에는 무엇이 있을까?

독일의 아트북 전문 출판사 하체 칸츠에서 펴낸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작품집과 컨템포러리 조각에 관한 미술서적

하체 칸츠(Hatje Cantz)
먼저 역사적으로 인쇄 기술과 출판 산업이 발달한 독일이 아트 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대표적 아트 북 퍼블리셔는 하체 칸츠와 타셴(Taschen)이다. 하체 칸츠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슈투트가르트의 식자공(활자를 원고대로 조판하는 사람) 게르트 하체(Gerd Hatje)가 설립했다. 초기엔 주로 음악이나 문학 관련 책을 출판하다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술과 건축, 조각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스 아르프(Hans Arp),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등 유명 화가와 건축가, 예술가와 친분을 쌓으며 협업했다. 하체 칸츠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책에 실리는 작품의 퀄리티와 책 자체의 퀄리티다. 이런 고집 덕분에 가장 아름다운 독일 책상(The Most Beautiful German Books Prize), 독일 사진집상(German Photo Book Award) 등을 수차례 수상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나 네오 라우흐(Neo Rauch) 등 유명 작가의 작품집 외에도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 같은 국제 미술 행사의 전시 도록을 제작하는 등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특히 한국 일우재단의 지원으로 일우사진상 출판 부문 수상자에겐 하체 칸츠에서 단독 작품집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세계 미술계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지원을 통해 작품집을 출판한 작가는 2012년 구성수, 2013년 유현미. 이와 별개로 사진작가 배병우도 2009년에 < Sacred Wood >를, 2012년에 < Windscape >를 출판했다.

1, 2, 3 타셴에서 발간한 여성 아티스트들에 관한 아트북과 이네스와 비누드의 포토그라피 작업으로 탄생된 사진집 그리고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북스탠드에 놓인 헬무트 뉴턴의 사진집

타셴(Taschen)
세계적 아트 북 퍼블리셔 타셴은 1980년 당시 열여덟 살이던 베네딕트 타셴(Benedikt Taschen)이 쾰른에 서점을 열어 소장하고 있던 만화책을 판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우연히 영문 텍스트로 된 르네 마그리트의 아트 북 4만여 권을 구입해 이를 성공적으로 되팔면서 아트 북의 대중적 수요를 확신하고 본격적으로 아트 북 출판을 시작했다. 1985년 타셴의 첫 번째 오리지널 아트 북인 피카소 작품집을 펴낸 후 미술과 건축, 디자인, 사진 등 폭넓은 시각예술과 관련된 고급 퀄리티의 책을 출간하며 세계적 아트 북 출판사로 성장했다. 타셴은 책의 역사에서도 하나의 기록을 세웠는데, 1999년 1만 권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판한 패션 사진작가 헬무트 뉴턴(Helmut Newton)의 작품집이 그것이다. 464페이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가로세로 50cm, 70cm에 무게도 30kg에 달하며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북스탠드까지 포함한다. 가격도 무려 1500만 원. 특히 첫 번째 에디션은 2001년 베를린 경매에서 약 4억5000만 원에 낙찰되어 20세기 책 역사에서 가장 크고 가장 비싼 책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타셴은 더욱 다양한 한정판 아트 북 출간을 시도하고 있다.

1 영국의 아트 북 전문 출판사 파이돈에서 발간한 모나 하툼, 폴 매카시,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집
2 영국의 템스 앤 허드슨에서 출간한 건축가 조병수의 작품집과 르 코르뷔지에 작품집

파이돈(PHAIDON)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으로 예술을 장려하고 전시 문화가 발달한 영국의 아트 북 퍼블리셔로는 파이돈과 템스 앤 허드슨(Thames & Hudson)이 있다. 파이돈은 본래 192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벨라 호로비츠(Bela Horowiz) 박사와 루트비히 골트샤이더(Ludwig Goldscheider)가 설립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를 피해 런던으로 옮겨온 이후 쭉 그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함께 논한 제자 Phaedo를 독일어로 바꾼 이름으로, 여기서 드러나듯 호로비츠는 고전문학과 철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 때문에 파이돈은 초창기에 고대 철학이나 역사에 관한 책을 주로 출간했다. 1937년 영어권 시장을 겨냥해 반 고흐 등 프랑스 인상주의 작가에 대한 아트 북을 출간하기 시작했는데, 발행 부수를 늘려 고급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1942년부터 30년 동안 영국 왕실 소장품을 위한 도록을 제작했으니 왕실에서 인정한 아트 북 퍼블리셔라 할 수 있다. 파이돈은 또한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에겐 필독서로 가장 유명한 미술책이라 할 수 있는 곰브리치(E. H. Gombrich)의 <서양 미술사, The Story of Art>를 1950년에 최초로 출간하기도 했다. 1970~1980년대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1990년대에 리하르트 슐라만(Richard Schlagman)이 출판사를 인수한 후 파이돈의 강점이던 차별화된 디자인의 고급 아트 북에 집중하면서 다시 세계적 출판사로 올라섰다.

템스 앤 허드슨(Thames & Hudson)
1949년 월터 뉴러스(Walter Neurath)와 에바 뉴러스(Eva Neurarth) 부부가 설립한 영국의 아트 북 출판사 템스 앤 허드슨은 ‘벽이 없는 미술관’을 목표로 일반 대중에게 예술 분야 최고의 연구와 작품을 소개하는 데 앞장서왔다. 매개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출판사 이름도 런던과 뉴욕에 흐르는 강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다루는 분야는 다른 아트 북 출판사와 마찬가지로 시각예술과 문화 전반에 관한 것. 템스 앤 허드슨의 출판물 가운데 가장 성공적 시도로 평가받는 것은 ‘World of Art Series’다. 지난 30년 동안 200권 넘게 출간한 이 시리즈는 고대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미술사의 다양한 장르와 시기, 지역, 작가를 폭넓게 다룬다. 템스 앤 허드슨에서 출판한 한국 작가의 아트 북으로는 2008년 이불의 개인 작품집을 비롯해 2013년에 펴낸, 서도호·김수자·구정아·마이클 주 등 한국 컨템퍼러리 작가를 소개한 < Korean Art: The Power of Now >가 있으며 2014년에는 건축가 조병수의 작품집을 출간했다.

1 1929년 이탈리아 기업가 안젤로 리졸리가 설립한 아트 북 출판사 리졸리에서는 올해 초 한지를 재료로 작업하는 전광영 작가의 개인 작품집을 발간했다. 사진은 뉴욕의 팝아티스트 케니 샤프와 영국의 포스트 yBa 작가인 팀 노블과 수 웹스터의 작품집
2 미국의 에이브럼스에서 출판한 피카소와 앤디 워홀, 찰스 더무스의 도록들
3 스위스의 출판업자 알베르트 스키라가 1928년 제네바에 설립한 아트 북 출판사 스키라에서는 작가들의 도록 뿐 아니라 불가리 등 하이엔드 브랜드의 아카이브 작품집도 만든다.

리졸리(Rizzoli)
예술 감각이 남다르고 수공 기술이 발달한 이탈리아의 아트 북 퍼블리셔로는 리졸리가 있다.
리졸리는 1929년 이탈리아 기업가 안젤로 리졸리(Angelo Rizzoli)가 설립했는데, 이후 잡지·신문·방송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현재 이탈리아의 거대 미디어 그룹 RCS Media Group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리졸리는 1964년 상징적으로 뉴욕에 서점을 열어 영어권의 젊은 독자층을 겨냥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하며 외형을 확장했다. 특히 2008년 또 다른 명문 아트 북 출판사 스키라(Skira)와 사업 제휴를 맺어 기존의 리졸리 외에 별도로 스키라 리졸리(Skira Rizzoli)라는 아트 북 출판사를 만들었다. 스키라 리졸리에서는 올해 초 한지를 재료로 작업하는 전광영의 개인 작품집 < Mulberry Mindscapes >를 출간했다. 특히 수작업으로 만든 한지로 감싼 겉표지와 염색한 내지 등은 작품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이탈리아 특유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스키라(Skira)
마지막으로 소개할 스키라는 스위스의 출판업자 알베르트 스키라(Albert Skira)가 1928년 제네바에 설립했다. 1931년에 피카소의 에칭이 실린 작품집을, 이듬해인 1932년에는 앙리 마티스의 에칭이 실린 아트 북을 선보이며 아트 북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미술관 밖에서도 미술을 볼 수 있다’는 슬로건 아래 최고의 품질과 디자인, 편집 스타일로 승부한다. 예를 들어 많은 이미지를 한 페이지에 싣기보다 두 페이지에 하나의 이미지를 실어 작품을 최대한 강조하는 식이다. 파리의 그랑 팔레, 빌바오의 구겐하임, 뉴욕의 모마와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적 미술관이 주요 클라이언트다. 특히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에 소개하는 전시 <코리안 아이(Korean Eye)>의 전시 도록을 출판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유명한 아트 북 출판사가 많은데 그중 미국의 에이브럼스(Abrams), 독일의 프레스텔(Prestel), 프랑스의 플라마리옹(Flammarion) 등은 눈여겨봐야 할 아트 북 퍼블리셔다. 예술 작품에 가까운 아름다움으로 아날로그적 감수성에 대한 결핍을 채워주는 아트 북 퍼블리셔. 예술이 나날이 새로워지고 발전하듯 아트 북 역시 새로운 디자인과 편집, 비서구권 언어 출판 등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예술을 사랑하고 미술품 컬렉팅에 관심이 있다면 이제 아트 북에도 관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어쩌면 가장 쉽게 당신 가까이에 예술 작품을 둘 수 있는 방법이니. 작년 대림미술관에서 전시한 독일의 아트 북 퍼블리셔 슈타이들(Steidl)의 ‘책은 정신노동과 기술이 결합된 복합적인 예술품이다’라는 말을 되새겨본다.

관련 사이트
www.artbook.com 아트 북을 작가별, 장르별로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www.publishersglobal.com 전 세계 출판사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로 주제를 아트로 한정하면 아트 퍼블리셔의 리스트를 볼 수 있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방소연(갤러리플래닛 큐레이터)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