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키우는 강아지
개와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직접 키울 수 없는 당신을 위한 선택.

마당에 먹이를 둬 고양이가 찾아오게 하는 스마트폰 게임 ‘네코아츠메’와 게임을 영화화한 <네코아츠메의 집>.
집에서 자주 유튜브를 본다. 가지고 있는 플레이스테이션4를 PC로 활용해 TV의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이다. 내 유튜브의 첫 화면은 개와 고양이로 도배돼 있다. 유튜브의 자동 추천 기능이 그간 내가 본 영상 리스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동물 영상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나는 일주일 중 절반은 자기 전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유튜버 ‘SUN MI CHANG’이 올리는 ‘골든리트리버 디디’의 영상을 본다. 올해 일곱살인 디디는 크림빛 털이 북실북실한 골든리트리버다. 유순한 눈동자에 청아한 표정, 혓바닥을 내밀 때 자연스레 웃는 얼굴이 되는 디디는 어젯밤 영상 속에서 주인이 던져주는 작은 너구리 인형을 물어오며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제는 종일 방에 누워 주인이 해주는 빗질 그루밍을 받았다. 또 그끄제는 ‘황금개의 해’를 맞아 거대한 케이크 축하를 받고, 일주일 전엔 눈이 수북이 쌓인 들판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나는 며칠 바빠서 보지 못한 디디의 영상을 연달아 시청하고 각 영상마다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그날 밤, 주인 몰래 디디를 꼭 끌어안는 꿈을 꾸었다.
나 같은 이를 요즘 매체에선 ‘뷰니멀(view+animal)족’이라고 부른다. 동물을 보는 것으로, 직접 키우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랜다는 뜻이다. 같은 이유로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으나 인터넷으로 고양이의 사진과 영상만 소비하는 이들을 ‘랜선 집사’라 부르기도 한다. 어찌 됐든 요새는 이 시장이 뜨겁다. 이젠 ‘시장’이라고 부를만큼 규모가 정말 커졌다. 이전부터 존재한 고양이 카페와 애견 카페는 차치하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웹툰, 단행본, 스마트폰 게임까지 가세해 이젠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라고 해야 할 정도다.

일곱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는 크림집사의 유튜브 고양이 방송 ‘크림히어로즈’.
참고로 현재 내가 구독하고 있는 많은 고양이 육아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크림히어로즈’(이하 ‘크림집사’)는 구독자 수만 62만 명이다. 티티, 디디, 코코, 모모, 츄츄, 라라, 루루라는 총 일곱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며 매주 일요일 저녁 고양이의 모습을 생중계한다. 이 채널은 고양이 목욕시키기, 발톱 깎아주기, 발가락 간질이기, 고양이 앞에서 죽은 척하며 행동 관찰하기 등을 주제로 고양이의 반응을 구독자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인기가 높다.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도 특히 조회 수가 높은 건 요리하기. 이따금 크림집사는 고양이를 위한 음식 만들기 전 과정을 1~2시간에 걸쳐 보여주는데, 몇몇 고양이는 입이 너무 짧아 과연 그날 크림집사의 요리를 먹을 것인가, 말것인가가 큰 관심사가 되기도 한다.
새침을 떨고 낯도 심하게 가리는 고양이를 오래 보다 보면 왠지 답답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난 햄스터 영상을 보기도 한다. 고양이 영상에 빠져 있다가 ‘쥐과’인 햄스터 영상을 보는 게 어딘가 이율배반적이긴 해도 말이다. 유튜브 채널 ‘레아네 햄스터’는 햄스터 꼬꼬와 까미를 키우며 미니어처 집까지 만드는 크리에이터의 방송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미니어처 집에 햄스터를 넣어두고 관찰하거나, 직접 만든 간식을 먹이는 영상이 재미있다. 이 채널을 보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 한 가지. 고양이가 긴장감이 없을 때 대자로 드러누워 자는 것처럼 햄스터도 그럴 땐 찹쌀떡처럼 납작이 누워 잔다. 이는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햄스터의 몸도 ‘액체(?)’처럼 유연한 형태라 가능한 일이라고. 여하튼 현재 유튜브엔 이렇게 ‘동물 육아’를 키워드로 한 국내 채널만 100개가 넘는다. 심지어 그중 일부인 ‘스타 동물’은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해 구독자에게 간식이나 배변용품 같은 선물까지 받는다는 사실. 유튜브나 SNS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보기에는 거의 ‘별세계’에 가까울 거다.
뷰니멀 시장은 현재 SNS를 넘어 게임과 웹툰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에서 만든 스마트폰 게임 ‘네코아츠메’의 경우 십 수년 전 나온 ‘다마구치’ 류의 동물 육성 게임과는 다른 차별화로 성공한 케이스. 이 게임은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철저한 ‘관찰’을 목적으로 한다. 게임 안에선 기껏해야 고양이가 물어다 준 멸치로 장난감을 사고, 먹이를 주는 것밖에 조작할 수 없다. 하지만 간단한 조작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과 귀엽고 다양한 고양이를 관찰해 컬렉션을 완성하는 재미로,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그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일본에선 지난해에 영화로까지 제작되었을 정도. 이 게임을 6개월 이상 했다는 가까운 친구 중 하나는 “(고양이가) 언제 나타날까 기다리다 10분 이상 계속 액정만 본 적도 많다”며 ‘디지털 고양이’에게 깊이 빠져 있었던 지난 과거를 회상했다.

함께 살게 된 강아지 마루와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만화 <마루의 사실>.
게임만큼이나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가 자주 등장하는 분야는 만화와 웹툰 시장이다. 이 분야에선 현재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고 보면 된다. 개, 고양이는 물론 독수리, 두루미, 판다, 코알라, 낙타 등이 모두 주인공이다. 그중 눈에 띄는 건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하다 최근 단행본으로 출시한 <마루의 사실>. 작가 ‘의외의 사실’이 그린 이 작품은 함께 살게 된 무덤덤한 개 마루의 이야기를 다룬다. 혼자 일어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노는 반려견 마루와 작가가 함께하며 일어나는 일상의 소소한 변화를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사랑하지만 직접 키울 순 없는 뷰니멀족을 위한 콘텐츠는 다양하다. 내 여자친구나 가까운 선배들만 봐도 부모와 함께 살던 집에선 오랫동안 강아지를 키웠지만, 집에서 독립한 후엔 직접 키우기보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대리 만족’을 택했다. 그들은 “종일 일하고 집에 오면 너무 지치고 강아지 혼자 방치하는 게 마음에 걸려 키우지 못하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이미 1000만을 넘어섰다. 그 가운데 등장한 뷰니멀족은 반려동물에 관한 이전에 없던 시각을 내포한다.
이와는 전혀 다른 분석도 보인다. 뷰니멀족이 동물과의 교감조차 불편한 부분은 제하고, 가장 좋은 부분만 향유하고 싶은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다. 양육비나 도덕적 부담을 지지 않고, 관찰만 하면 되는 실용주의적 접근 방식이 과연 옳으냐고 묻는 것. 사실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강아지의 똥을 치우고, 씻기고, 놀아줘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건 걱정되는 나는 이 같은 분석에 뜨끔했다. 나 역시 돈과 시간, 도덕적 책임감으로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좀 더 시간을 두고 볼 일이 아닌가 싶다. 동물을 실제로 키우지 않고 바라보며 대리 만족을 하는 게 종국에 이기적으로 변하게 될지, 효율적으로 변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적어도 키우던 개를 집을 오래 비운다는 핑계로 거리에 버리는 일이 뷰니멀족에겐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일면식도 없는 ‘남의 집 반려동물’을 보며 열광하는 이들은 오늘도 늘고 있다. 어제 유튜브 영상에 누른 ‘좋아요’를 오늘 인스타그램 강아지 사진에서 누르는 것이다. 만지고 싶지만 만질 수 없다면, 눈으로 키우는 방법을 추천한다.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