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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새로운 여가 생활

ARTNOW

군대 주둔지에서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난 곳이 있다. 다양한 문화 행사와 공연, 예술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해 뉴요커의 여름 휴양지로 떠오른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소개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거버너스 아일랜드

불과 30년 전만 해도 뉴욕은 매춘과 마약, 갱으로 인한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 도시였다. 1990년대 후반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시민들 또한 한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면서 서서히 범죄가 줄어들고 공공시설을 확충했으며 공원이 생겨났다. 금융과 문화, 예술의 중심지에 걸맞은 환경을 비로소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시민에게 개방한 거버너스 아일랜드(Governors Island) 또한 뉴욕의 쾌적한 삶을 위한 오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는 곳이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맨해튼 남쪽 끝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 18세기에 뉴욕 주지사들의 별장이 자리한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200여 년간 군대와 해안경비대가 차례로 주둔했지만 1995년 효율성을 이유로 해안경비대가 섬을 떠났고, 이후 어떻게 섬을 이용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당연히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고, 2003년 미국 연방 정부가 단돈 1달러에 뉴욕 주 뉴욕 시에 그 소유권을 넘겼다. 당시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는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문화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2014년 5월 거버너스 아일랜드는 대중 앞에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며 문화 예술, 놀이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시민의 여름 휴양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곳은 매년 5월 28일부터 9월 말까지만 대중에게 개방한다. 맨해튼이나 브루클린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이용하면 7분 남짓 걸리는 거리. 배에서 내리면 ‘Governors Island’라고 쓰인 붉은 철 구조물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긴다. 섬 곳곳에 오래전 군인이 사용하던 건물이나 창고, 대포 등이 남아 있어 군사기지였던 예전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특히 유명한 것은 윌리엄스 성(Castle Williams). 외국군의 침략으로부터 뉴욕을 지키기 위해 19세기에 지은 원형 요새로 지금은 기념물로 지정됐다.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 신록을 즐기며 섬을 탐험하다 보면 다양한 놀이 시설과 관람객 참여형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섬 한쪽에 설치한 미니 골프장은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다. 장난감 같은 골프채를 쥐고 각종 장애물을 피해 공을 골인시켜야 하는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나와 잔디밭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 싱그러운 공기를 마시며 섬을 달리는 자전거 투어도 즐길 수 있다.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잔디밭에 설치한 해먹을 찾아보자. 마치 예술 작품처럼 나란히 설치한 해먹에 누워 자유의 여신상을 감상하다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 수도 있다. 또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멕시칸 음식이나 푸드 트럭에서 파는 각종 먹거리도 잊지 말고 맛보길 권한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자리한 19세기의 원형 요새, 윌리엄스 성

섬의 입구에 선 구조물

6월 중순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복고풍 재즈 파티

만약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LMCC(Lower Manhattan Cultural Council) 아트 센터의 전시가 흥미로울 것이다. 예술가 레지던시를 운영하는 LMCC는 거버너스 아일랜드에 최초로 정착한 민간 기관이다. 군대 창고였던 건물을 연간 1달러에 임대해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제공하며, 거주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한다.
거버너스 아일랜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각종 행사도 놓칠 수 없다. 행사는 시민의 기획안을 심사해 선정하는데, 그 가운데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1920년대의 야외 파티를 재현한 ‘재즈 시대 잔디밭 파티(Jazz Age Lawn Party)’. 행사 장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복고풍으로 차려입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면 그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오솔길을 지나면 탁 트인 댄스 플로어와 재즈밴드, 그리고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밴드의 음악에 맞춰 댄서들이 공연을 펼치고 누구나 어울려 춤을 춘다. 이들은 하얀 원피스에 복고풍 머리띠를 하거나 긴 진주 목걸이를 늘어뜨리는 식으로 1920년대 옷차림을 재현한 모습. 재즈 음악에 맞춰 수많은 사람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올해의 파티는 6월 11일과 12일, 그리고 8월 13일과 14일에 열린다. 그 밖에도 관람객 참여형 미술 축제 ‘피그먼트(Figment)’와 ‘메이크 뮤직 뉴욕(Make Music New York)’ 등 여러 문화 예술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거버너스 아일랜드에서 이 모든 것을 즐기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다. 섬이 크지 않고 절반은 아직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올해 더 힐스(The Hills) 프로젝트가 완성된다는 것. 더 힐스는 평지에 흙을 쌓아 올려 72피트에 달하는 일종의 인공 언덕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자유의 여신상과 뉴욕 항구가 보이는 멋진 전망을 선사할 뿐 아니라 공공 미술 작품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곳은 개발 초기부터 시민들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개발 과정에는 거버너스 아일랜드 얼라이언스(Governors Island Alliance) 같은 민간 기구가 함께했다. 대중에게 개방한 이후에도 행사 기획과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대도시의 삶을 보다 나은 환경으로 이끌어가려는 시민의 의지와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오늘의 뉴욕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황진영(큐레이터, Jin Coleman Art Advisor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