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속내 들여다보기
해마다 10월이면 콧대 높은 뉴욕의 유명한 건물이 활짝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뉴욕의 주요 건축물을 개방해 대중이 평소 접하기 힘든 다양한 도시환경을 둘러볼 수 있는 행사인 오픈 하우스 뉴욕 위크엔드(Open House New York Weekend)는 14일과 15일 주말, 단 이틀 동안 선보인다.

1 뉴욕 시청 내부. 2 뉴욕 시청의 특색 있는 실내 인테리어.
오픈 하우스 뉴욕 위크엔드는 비영리단체 오픈 하우스 뉴욕이 주최 하는 이벤트다. 이 행사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은 명성 높은 건 축물뿐 아니라 뉴욕의 랜드마크, 예술가 거주 단지, 심지어 재활용 센터나 하수처리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투어와 함께 건축가, 디자이너, 엔지니어, 도시계획가가 참여하는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 또한 마련한다. 프로그램마다 가격이 다르니 홈페이지를 참고할 것. 해마다 약 250개의 장소를 개방하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는 평소 일반인의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대부분 별도 예약 없이 무료로 참여 가능하나, 미리 예약해야 하는 곳도 있다. 단, 예약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불참 인원을 막기 위해 5달러를 받는다. 각각의 공간이 지닌 의미나 역사,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이곳저곳 둘러보다 보면 오늘날 뉴욕의 도시환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는지, 나아가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다.
오픈 하우스 뉴욕 위크엔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장소로 로라인 랩(Lowline Lab)이 있다. 로라인 랩은 지하에 인공 정원을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딜런시 스트리트 역 지하에 있는 폐기된 전차역을 실험실로 꾸민 뒤 태양광을 모아 식물을 키운 이곳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운영하며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방문할 수 없지만, 그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지하 정원의 성공을 기원했다.
뉴욕 시청이나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세관 청사(Alexander Hamilton U.S. Custom House)는 오픈 하우스 뉴욕 위크엔드의 필수 방문 코스다. 뉴욕의 대표적 마천루인 울워스 빌딩(Woolworth Building)도 매우 흥미롭다. 사업가이자 건물주인 프랭크 울워스(Frank W. Woolworth)의 이름을 따 울워스 빌딩으로 불리는 이곳은 건축가 캐스 길버트(Cass Gilbert)가 설계한 네오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로, 1913년 완공 후 193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했다. 외벽의 다채로운 고딕 장식과 화려한 십자가형 대회랑이 유명하다.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Cathedral of St. John the Divine)도 인기 있는 투어 장소다. 1892년 시작한 건축이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 중 하나로 꼽히며 2017년 뉴욕시의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오픈 하우스 위크엔드 기간에 예약하면 나선형 계단으로 성당 꼭대기에 올라 맨해튼 전경을 감상하는 버티컬 투어를 즐길 수 있다.

3 뉴욕 스테이트 파빌리온. 4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히는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세관 청사.
뉴욕 스테이트 파빌리온(New York State Pavilion)은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려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플러싱 메도스-코로나 파크(Flushing Meadows-Corona Park)에 있는 이 구조물은 1964년과 1965년 뉴욕 세계박람회가 열린 당시 뉴욕주의 파빌리온이었다.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이 디자인했고 영화 <맨 인 블랙>(1997년)에 외계인이 우주선을 숨겨놓은 장소로 등장할 만큼 독특한 외관을 자랑한다. 박람회가 끝난 1960년대 후반에는 콘서트장으로 변신해 레드 제플린의 공연이 열리기도 했고, 1970년대에는 롤러스케이트장으로 사용됐다. 1976년부터는 안전상의 이유로 천장을 제거하고 오랜 세월 방치되다시피 했지만, 최근 뉴욕시가 복원을 약속했다. 단, 아직은 안전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시 헬멧 착용이 필수다.
예술가의 작업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스폿이다. 뉴욕 브롱크스에 있는 에드거 앨런 포 오두막(Edgar Allan Poe Cottage)은 작가가 생애 마지막 수년간 머무른 곳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가난과 외로움을 견디며 <애너벨 리(Annabel Lee)>를 저술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웨스트베스 예술가의 집(Westbeth Artists’ Housing)은 예술가와 그들의 가족에게 집과 작업실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건축했다. 맨해튼 웨스트빌리지에 있는 이 13층 빌딩은 본래 벨 전화 회사의 부설 연구소(Bell Laboratories)였지만 1970년 384개의 거주 및 작업 공간을 갖춘 건물로 재탄생, 현재는 뉴욕시의 랜드마크로 지정됐다. 거주 공간뿐 아니라 퍼포먼스, 리허설, 전시 공간 등을 갖춘 이 빌딩엔 사진작가 다이앤 아버스(Diane Arbus)와 무용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이 머무르기도 했다.
뉴욕의 다양한 건축과 공간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오픈 하우스 뉴욕 위크엔드는 매력적인 행사임이 틀림없다.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관광객의 시선으로 뉴욕을 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삶에서 도시환경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5 웨스트베스 예술가의 집을 둘러보는 사람들. 6 브루클린에 있는 하수처리 시설인 뉴타운 크릭크(Newtown Creek).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
글 황진영(Jin Coleman Art Advisory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