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우! 광저우
중국 3대 도시 중 하나인 광저우에 한국 작가 박종규의 개인전이 상륙했다. 광동미술관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중국 넘버원 현대미술관이라 더욱 주목할 만하다.

위 광저우 광동미술관에서 열린 박종규 작가의 개인전 〈비트의 유령들〉 전경.
아래 박종규 작가의 광동미술관 전시 전경. 오른쪽 영상 작품에서 판소리 〈심청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도시 중 베이징, 상하이에 가본 이는 많아도 광저우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광저우는 광둥성 주도로 홍콩, 마카오와 맞닿아 있는 남쪽 무역도시다. 이곳에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광동미술관이 자리 잡았다. 광저우를 넘어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미술관에서 한국 작가 박종규의 전시가 열리고 있어 반갑다.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에 따라 광동미술관 전시가 결정된 후에도 심의를 받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기에, 전시 준비 기간만 3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몇 년 전 아트 바젤 홍콩 전시에서 인연을 맺어 광동미술관(Guangdong Museum of Art)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우한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으나, 중국에서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광동미술관 왕샤오창 관장 역시 중국화 작가이기에 전시 준비 과정에서 많은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중국에선 유명한 미술가가 미술관 관장을 맡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광저우에서 만난 박종규 작가의 설명이다. 광동미술관은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현대미술관이며, 중국에서 가장 소장품이 많은 국가 미술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국인은 박종규 작가가 처음이다. 그는 지난해에 개관한 광동미술관 신관 4 · 6전시장에서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 공간의 규모가 약 1500㎡에 이른다. 한쪽 벽면이 50m가 넘는 거대한 전시장이라니,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다. 바로 직전에 프랑스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의 개인전이 이곳에서 열렸다.

박종규 작가
박종규 작가의 중국 첫 개인전 〈비트의 유령들(Spectres of the Bitstream)〉은 디지털 오류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전시다. 디지털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는 많지만, 박 작가의 작품은 순수 회화에 근간을 두고 있기에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다. 그는 디지털 오류를 결함으로 생각하지 않고, 소외된 것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으로 본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미적 질서와 인간의 흔적을 그림과 영상, 조각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 제목 역시 작업의 핵심인 노이즈를 표현한 문구다. ‘비트’는 픽셀과 같은 디지털의 최소 단위이며, ‘유령’은 배제된 이미지 속에서 떠도는 노이즈의 형상을 뜻한다. 2023년 학고재, 2025년 아트조선스페이스 개인전을 한층 발전시킨 전시에서 미술관 스케일에 맞춰 300호 사이즈로 제작한 회화를 12점이나 만날 수 있다. 가장 작은 작품도 100호에 달할 정도로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전시장 하나를 가득 채운 초대형 LED 영상 설치 작품입니다. 이는 얼핏 보면 디지털 노이즈의 순환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사람 얼굴의 영상에서 비롯했어요. LED로 그 인터뷰 영상을 송출하면 이미지가 기하학적 추상으로 바뀌는데, LED 키판의 간격 차이 때문에 우리 눈에 다르게 보이는 것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며, 다른 생명체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 추천합니다.” 그렇다면 광동미술관은 왜 첫 한국인 작가로 그를 선정했을까?
중국은 가장 싸구려부터 최고급 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나라인 만큼, 현대미술 스펙트럼도 대단하다. 1990년대부터 쩡판즈, 장샤오강, 아이웨이웨이 등 세계를 움직이는 어마어마한 작가를 배출해왔다. 하지만 1980~1990년대 초고속 경제성장의 여파로 과대평가된 중국 작가도 적지 않다. 사실 현대미술 전개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백남준을 비롯해 국제적 작가들이 꾸준히 활동해왔고, 최근에는 K-컬처의 전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K-아트 역시 주목받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중국이 한국 작가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박종규 작가는 동양의 ‘무(無)’ 개념과 서구의 2진법 디지털 정보 체계를 결합,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사유를 시각화하며 자신만의 작품 철학을 구축해온 인물이다. 이러한 작품 세계는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8월 4일 전시 오프닝은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며, 벌써부터 중국의 다른 지역 미술관과 전시를 협의 중이라고 한다. 다만 중국은 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전시 공표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광동미술관에서 개막한 개인전은 10월 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박종규 작가에 대한 관심은 단일 작가를 넘어, 최근 중국 주요 미술관들이 한국 현대미술 전반으로 시선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동미술관이 중국 최고 국가 현대미술관이라면, 중국 넘버원 국가 전통 미술관은 베이징의 중국 미술관(NAMOC)이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주최한 수묵채색화 전시 〈수묵별미水墨別美: 한·중 근현대 회화〉가 6월 11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렸다. 이 전시는 중국의 국화(国画)와 구분되는 한국화만의 특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상범, 변관식, 이응노, 천경자 등 한국 작가 60명과 우창숴, 쉬베이훙, 푸바오스 등 중국 작가 60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한편 경기도박물관은 경기도와 랴오닝성 자매결연 30년 공동 선언을 기념해 특별전 〈명경단청明境丹靑: 그림 같은 그림〉을 경기도박물관에서 개최했다. 2026년 3월에는 그 특별전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랴오닝성 박물관에서 경기도박물관의 소장 유물을 전시한다. 원래 올겨울에 전시할 예정이었는데 내년으로 날짜를 조정했으며, 경기도박물관의 소장품 약 120점을 보여준다. 대형 조각을 선보이는 작가 김병호는 10월 31일부터 3개월 동안 중국 상하이 주스 미술관에서 개인전 〈대칭정원〉을 여는데, 이는 그의 네 번째 중국 개인전이다. 또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에서는 11월에 옥승철 작가의 중국 첫 개인전이 열린다. 미술계의 불황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렇듯 아시아 최대 미술 시장인 중국에서 반가운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으니 K-아트의 긍정적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글 이소영(아트 칼럼니스트)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광동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