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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다

LIFESTYLE

호시노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호시노야'는 최고급 료칸을 컨셉으로 '또 하나의 일본'을 표방하는 리조트다. 자연 속에서 즐기는 진정한 호사스러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호시노야가 가루이자와, 교토, 오키나와, 후지에 이어 이번엔 인구 1300만 명의 도시 도쿄에 문을 열었다. '타워형 료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료칸 호텔을 제안하는 호시노야의 끝없는 진화를 직접 확인했다.

호시노야 도쿄의 정문. 가정집 현관을 연상시키는 이곳에서 숙박객은 신발을 벗고 다다미로 올라가야 한다.

무더위로 한반도 전체가 몸살을 앓은 지난 8월 초, 오랜만에 도쿄 출장이 잡혔다. 들뜬 마음으로 평소 잘 확인하지 않던 SNS 계정에 근황을 올렸다. “호텔 취재차 내일 도쿄로 출발!” 5분도 안 돼 사랑스러운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14년째 도쿄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답변이 왔다. “호시노야 도쿄에 오는 거야?” 경악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내며 “어떻게 알았어?” 하자 별거 아니라는 듯 “여기서 한창 이슈니까” 한다. 호시노야는 일본의 대표 리조트 회사 ‘호시노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여러 리조트 중 하이엔드 료칸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오너 호시노 요시하루 사장은 일본의 유명한 휴양지 가루이자와에서 4대째 전통 료칸을 운영해온 가문의 후계자로 지금껏 일본 전역에 걸쳐 료칸과 리조트, 호텔 등을 새롭게 짓고 레노베이션해 거대한 리조트 제국을 세웠다. 그는 호시노야 가루이자와를 시작으로 호시노야 교토, 호시노야 오키나와, 호시노야 후지에 이어 지난 7월 20일 도쿄에 호시노야를 ‘입성’시키며 도쿄 도심 한복판에 타워형 일본 료칸을 창조했다.

호시노야 도쿄는 금융 사무실이 즐비한 오테마치에 위치했다.

호시노야 도쿄는 하네다 공항에서 택시로 40분 정도 걸리는, 도쿄 역과 근접한 오테마치에 자리한다. 기존의 호시노야 리조트가 모두 자연과 더불어 위치한 데 비해 호시노야 도쿄는 빌딩 숲속에 우뚝 선 채 위용 넘치는 자태를 뽐낸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과거 에도 시대에 장군 직속의 지위가 높은 무사들의 생활 터전이었다는 오테마치는 현재 금융 관련 빌딩이 즐비한, 일본 경제의 중심지를 대변하는 오피스 타운이 됐다. ‘또 하나의 일본’을 외쳐온 호시노야가 가루이자와나 교토와 달리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구현해낼까? 또 하나의 일본은 일단 호텔 정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여느 호텔에 비해 좁은 문 때문에 ‘현관’이란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이곳은 그 때문에 들고나는 손님이 누구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낯설다. 투숙객은 전부 신발을 벗고 다다미를 깐 로비 라운지로 입장해야 하기 때문. 오테마치의 바깥세상과 호시노야 내부는 다다미를 밟는 순간 명확히 다른 세계로 구별된다. 신발을 벗고 어색한 발 모양새로 다다미에 오르자 백단나무 향과 시나몬이 뒤섞인 쌉싸름한 아로마 향이 폐 속 깊이 들어온다. 숨을 더 크게 쉬어 향을 들이마시자 좀 전까지 복잡하던 머릿속이 맑아진다. 다다미 옆으로는 밤나무와 대나무를 엮은 수납함이 한쪽 벽을 채우고 있다. 마치 예술 작품 같기도 한 그것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스태프가 취재팀의 신발을 그 안에 하나하나 넣는다. 보통 호텔에 가면 체크인을 위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프런트 카운터다. 2층에 위치한 프런트 카운터로 이동하려는 취재팀에게 “그곳은 체크아웃만을 위한 곳으로 체크인은 각 층에 마련한 오차노마 라운지에서 이루어진다”고 스태프가 조용히 귀띔한다. 취재팀이 묵을 곳은 14층. 호텔 입구에서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함께 14층으로 이동하자 미니 라운지 형태의 오차노마 라운지가 나타났다. 짐을 놓고 소파에 앉아 스태프가 내온 차로 잠시 입술을 적시고 체크인을 위한 이런저런 질문 몇 가지에 답변을 했다.

체크아웃을 위한 2층 프런트 카운터. 거실을 컨셉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체크아웃을 위한 2층 프런트 카운터. 거실을 컨셉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각 층에 마련한 오차노마 라운지에 서는 시간대별로 차와 커피, 오니기리, 사케 등을 제공한다.

작은 서재와 큰 주방 테이블로 꾸민 오차노마 라운지는 일반 가정집의 거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각 층에 숙박하는 게스트는 객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이곳에서 독서도 하고, 매시간 제공하는 차와 오니기리, 사케 등을 무료로 즐기며 스태프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다. 객실의 일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이곳에선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는 오니기리를, 10시에서 12시까지는 커피를, 그리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엽차와 우롱차를 양갱이나 일본 과자와 함께 제공한다. 그리고 5시에는 교토 사와야라는 양조장에서 공수한 사케와 소주 테이스팅을 진행해 게스트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유도한다. 취재팀이 도착한 건 정오를 약간 넘긴 시각. 오차노마 라운지가 잠시 클로징 타임에 들어섰지만 아직 점심을 해결하지 못한 취재팀을 위해 스태프가 오니기리와 차를 내왔다. 따뜻한 밥에 우메보시(절인 매실)와 양념 새우를 넣어 만든 따뜻한 오니기리를 한 입 베어 무니 그제야 비로소 도쿄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난다. 다음 날은 명란젓과 연어로 만든 오니기리가 나올 예정이라며, 이 곳에 머무는 동안 매일 색다른 오니기리를 맛보라는 팁을 잊지 않는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 행위를 통해 일본 료칸 문화에 한발을 내디뎠다면 다다미 복도를 지나 라운지와 객실, 온천 등을 돌아보는 과정은 본격적으로 그 문화를 맛보고 즐기는 시간이다. 호시노야 도쿄는 객실 내부에도 모두 다다미를 깔았다. 한눈에도 푹신해 보이는 요와 이불이 서양식 침대 공간을 대신하며 대나무 소재 옷장과 미닫이문 등 자연 소재에 바탕을 둔 일본 전통 인테리어는 담백하면서 개운한 청량감을 선사한다. 그 중 아이들이 호기심을 보일 만한 곳은 바로 욕실. 보통 때는 투명 유리지만 사용 중일 때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순식간에 불투명 유리로 변신한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겠다”고 하자 안내하던 스태프가 “어른들도 매우 신기해한다”는 답을 들려준다. 3층부터 16층까지 한 층에 6개의 객실이 자리하는데, 대부분 2인실이 기본. 각 층의 끝에 위치한 6호실 ‘기쿠(국화)’ 룸은 가장 넓은 사이즈로 3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매일 아침 룸서비스로 제공하는 조식은 체크인하면서 신청할 수 있어 다음 날 아침은 일식으로 신청해두었다. 호텔을 둘러보기 위해 2층 프런트 카운터로 내려갔다. 집 같은 편안함을 내세운 거실의 분위기를 살린 프런트 카운터에 놓인 고급스러운 가구는 그동안 호시노야 리조트의 인테리어를 꾸준히 담당해온 디자이너의 손길로 완성한 것. 노송나무, 밤나무, 대나무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 소파 등에는 에도 시대에 사용하던 에도 코몬(일본의 전통 염색 문양)을 공통 패턴으로 사용해 일본적 느낌을 더했다. 프런트 카운터 맞은편에는 오차노마 라운지에서 사용하는 다기, 차, 커피, 객실 안에 비치한 로션과 샤워젤 등의 어메니티, 키홀더 등의 소품을 판매하는 작은 기프트 숍이 함께 자리한다. 다른 한쪽에는 비즈니스차 도쿄를 방문한 투숙객을 위한 콘퍼런스 룸을 마련해놓았다. 20명 정도 들어가는 이 회의실은 사전 예약을 하고 일정 금액을 내면 이용할 수 있다고.

오차노마 라운지에서 서빙하는 엽차와 사케, 일본 소주

1 객실 어메니티로 제공하는 ‘Lirio’의 샤워젤과 로션 등은 2층의 기프트숍에서 구매할 수 있다.
2 도쿄 한복판에서 즐길 수 있는 노천 온천. 숙박객만 이용 가능하다.

2층을 모두 둘러본 뒤 호시노야 도쿄가 야심차게 선보인 오테마치 온천을 즐기기 위해 17층으로 올라갔다. 온천 시설은 오테마치 근처에 자리한 고급 호텔들과 호시노야 도쿄를 가장 크게 차별화하는 요소. 호시노야 도쿄는 빌딩 숲속에 노천 온천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까 고심하다 결국 천장을 오픈하는 형식으로 완성했다. 뜨거운 온천물에 천천히 몸을 담그니 도시 한복판에서 누리는 소소한 호사에 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짧은 비행 여정에 쌓인 피로와 긴장감이 온천수 안으로 모두 녹아드는 순간 적막한 고요를 깨뜨리는 건 오직 물소리뿐. 오전 11시 30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청소 시간을 제외하면 24시간 출입이 가능한 데다 투숙객 전용이라 시간만 잘 피한다면 타인의 방해 없이 명상하듯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다. 온천 옆 스파 라운지에서는 보디, 페이스, 헤드 스파를 즐길 수 있으며 차후에는 요가와 체조 등 다양한 클래스를 열 계획이다. 좀 더 강도 높은 헬스 트레이닝을 원한다면 아쉽지만 우선 호텔을 벗어나야 한다. 호텔 내부에는 따로 짐(gym)을 설계하지 않아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하고 싶은 게스트는 호텔 지하 1층에서 연결되는 그라운드 큐브라는 건물에 있는 헬스클럽을 이용해야 하는 것. 물론 투숙객은 무료다.

1 숙박객은 다이사이키를 입고 호텔 근처를 산책하며 또 다른 일본을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2 호시노야 도쿄의 모든 룸은 다다미 룸으로 대부분 나무 소재의 가구를 사용해 청량감을 더했다. 3 구운 연어와 두부, 절인 문어와 가지 등을 먹음직스럽게 제공하는 조식 룸서비스

다음 날 아침, 그림처럼 잘 차려낸 일본식 조식을 먹자마자 옷장에 걸린 다이사이키를 꺼냈다. 전통 료칸에서 제공하는 유카타 같은 형태의 다이사이키는 료칸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일본식 가운이다. 일본의 염색 작가 사이토 조타로가 디자인한 이 옷은 료칸 내에서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도톰한 소재로 제작했다. 낯선 모양의 이 옷은 평생 처음 걸쳐보는 것이지만 입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옷 입는 순서와 방법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설명해놓은 브로슈어가 옷장에 함께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허리를 잘 동여매고 방문 을 나서기 전 전면 거울에 모습을 비춰 봤다. 잘 어울린다고도, 그렇다고 아주 이상하다고도 할 수 없는 그 모호한 경계 어디쯤 존재하는 모습이었다. 방 조명을 끈 후 열쇠를 챙기고 다다미 복도를 종종걸음으로 지나 로비 라운지에 다다르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호시노야 도쿄가 말하는 ‘또 하나의 일본’이 혹시 방금 방에서 본 그 모습인가 하는 생각.

 

호시노야 도쿄(Hoshinoya Tokyo)
주소 도쿄도 지요다구 오테마치 1-9-1
체크인 오후 3시, 체크아웃 정오
요금 1박 1실 7만2000엔~ (2인실, 세금과 서비스 요금 10% 포함, 식사 별도)
문의 0570-073-066, www.hoshinoresorts.com

에디터 |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 김잔듸 취재 협조 | 호시노야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