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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비엔날레

LIFESTYLE

올가을 여러 비엔날레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중 발걸음이 아깝지 않은 4개의 비엔날레를 엄선해 소개한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에 참여하는 보물섬 콜렉티브의 <보물섬 구축 단계> 전시 전경.

동시대 미술 트렌드를 살피는 건 쉽지 않다. 작가들이 브랜드처럼 시즌별 룩북을 내거나 주기적으로 작품 발표회를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변화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른지 따라가기 힘들 정도. 그렇기에 동시대 가장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큐레이터, 작가, 평론가, 전문가가 모이는 비엔날레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다. 게다가 전시, 아티스트 토크, 관람객 참여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규모도 블록버스터급. 하나만 열려도 미술계가 떠들썩한데 9월을 기점으로 4개의 비엔날레가 연달아 개막을 앞두고 있다. 덕분에 어느 때보다 미술계가 뜨겁다.
릴레이의 시작을 알리는 주인공은 9월 6일에 열리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남서울 분관에서 74일간 이어지는 이번 비엔날레는 무용 평론가 김남수, 독립 큐레이터 김장언, 임경용 더북소사이어티 대표, 장다울 그린피스기후에너지 팀장 그리고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까지 총 5명을 전시감독(이하 컬렉티브)으로 선정해 ‘좋은 삶’을 논한다. 한데 컬렉티브 명단을 얼핏 보니 미술과 거리가 멀어 보이고 활동 분야도 제각각이다. 전시 기획은 미술에 일가견이 있는 수석 큐레이터 한 명이 주도하는 게 보통인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왜 이런 모험을 했을까? 이 의문에 컬렉티브 중 한 명인 홍기빈 소장이 답했다. “나 같은 정치경제학자도 참여하는 이번 자리가 파격적일 수 있지만 오늘날 미술은 미술관 안과 밖의 세상을 넘나들어야 의미가 있다. 좋은 삶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서는 시각예술, 연극, 토론, 강연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담아내는 게 옳다.”
공동 감독 체제로 탈바꿈한 만큼 감상 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 이에 컬렉티브는 “전통적 미술 전시회가 아니라 페스티벌에 간다는 마음으로 방문해 ‘나와 우리의 좋은 삶’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고 이를 다른 이들과 자유롭게 나누길 바란다”는 팁을 살짝 귀띔했다. 편히 즐길 수 있는 미술을 선보이겠다니, 아직도 미술이 어려운 독자에게 방문을 권한다.
9월 8일에 개막해 11월 11일까지 계속되는 ‘부산비엔날레’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세 가지 포인트를 알고 가자. 우선 예술가의 시선이다. 전시감독 크리스티나 리쿠페로와 큐레이터 외르크 하이저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를 타이틀로 전 세계적 이슈인 ‘분리’를 물리적·심리적 방면으로 조명한다. 분단 국가에 사는 우리에게 이 주제는 다소 식상할 수 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예술가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주제다. 그런 만큼 이를 바라보는 관점도 가지각색이다. 가령 임민욱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담은 ‘만일의 약속’을 재구성하고 싱가포르 출신 밍웡은 중국과 홍콩의 경계에서 날카롭게 나타나는 분리를, 독일 작가 헨리케 나우만은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 이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거대한 설치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외에도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리뷰>가 선정한 ‘2017 파워 100’ 1위에 등극한 히토 슈타이얼,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역임한 유명 영화감독 샹탈 아커만이 참여하는 등 비엔날레는 여러 예술가의 시선이 얽히는 지점으로 거듭난다.

1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 밍웡의 ‘Tales from the Bamboo Spaceship’.
2 맘마 안데르손의 작품. 그녀는 이번 ‘상파울루 비엔날레’ 큐레이터 중 한 명이다.
3 파라과이 작가 펠리치아노 센투리온은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작품을 출품한다.

한편, 참여 작가는 이전 150명(팀)에서 65명(팀)으로 현저히 줄었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인 선택과 집중 때문. 비엔날레는 덩치만 키운 행사를 지양하고 주제의식을 심화시키겠다는 초기 의도대로 참여 작가를 대폭 제한했다. 이를 통해 많은 작품과 복잡한 동선으로 관람객을 지치게 하는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그간 부산 남부에 집중된 부산 아트 신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부산 서부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 개최하는 것도 중요 관전 포인트이니 눈여겨보자.
해외로 시선을 돌리면 ‘상파울루 비엔날레(Bienal de Sa~o Paulo)’가 있다. 1951년 첫 개최부터 피카소, 자코메티, 마그리트, 잭슨 폴록 등 쟁쟁한 작가들이 참여한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 ‘휘트니 비엔날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비엔날레다. 올해 33회째를 맞이하는 행사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단일 큐레이터 기획은 한 사람에게 권력을 몰아 준다고 판단, 그 힘을 분배해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예술을 이루고자 서로 다른 세대와 배경에 속한 작가 7명을 공동 큐레이터–아티스트로 임명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공간을 하나씩 제공해 마음껏 채우라는 지령을 내렸다. 면면을 살피면 클라우디아 폰테스는 예술과 내러티브의 관계, 맘마 안데르손은 미술사에 나타나는 형상을 관찰한다. 추상과 구상회화에 반영된 역사를 탐구하는 소피아 보르지스, 우라–나타샤 오건지는 아프리카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문제를 다루고 이외에도 알레한드로 세사르코, 안토니오 바예에스테르 모레노, 와우테르시우 카우다스가 공간을 준비한다.
이번에 비엔날레는 대주제로 ‘Affective Affinities’를 내걸었지만, 사실 여기에 큰 의미는 없다. 대주제는 작품을 보기 전 선입견을 만들어 감상에 피해를 입힌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니, 방문한다면 각 전시의 개성을 살피는 게 좋겠다. 비엔날레는 9월 7일부터 12월 9일까지 시실루 마타라주 파빌리온과 이비라푸에라 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11월경 중국에 갈 예정이라면 ‘제12회 상하이 비엔날레(12th Shanghai Biennale)’가 11월 10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길. 아시아 최대 비엔날레라는 평을 듣는 상하이 비엔날레는 미국, 독일과 함께 동시대 현대미술을 이끄는 중국 미술의 저력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아직 준비 중이라 참여 작가를 비롯해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지만 올해는 수석 큐레이터 쿠아우테목 메디나가 ‘Proregress: Art in an Age of Historical Ambivalence’를 논한다고. “역사는 우리가 과거에 맺은 관계로 정의되며 변화와 침체 사이에서 끊임없이 변한다”는 그의 말로 미루어보아 격동하는 역사에 관해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비엔날레 트렌드가 있다면 ‘집단 지성’이다. 미술계의 오랜 전통인 수석 큐레이터 단독 기획에서 벗어난 이유는 같다. 여러 명이 평등한 위치에서 함께 고민하고 자유롭게 토론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은 옛말이니 집단 지성을 원하는 비엔날레를 찾아 나의 지식 하나를 더 얹어보는 건 어떨까? 한편, 세계 5대 비엔날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광주비엔날레’가 빠져서 의아하다면? ‘뎁스’에서 더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페이지를 넘겨서 확인해보자. 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