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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브랜드 뉴 오프닝

ARTNOW

드디어 그랑 팔레에 입성, 다채로운 예술의 힘을 보여준 아트 바젤 파리

지난 2022년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로 프랑스를 대표하던 피악(FIAC)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아트 바젤(Art Basel)이 새롭게 파리에 자리 잡았다. 다만 바젤, 홍콩, 마이애미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파리플러스 파 아트 바젤(PARIS+ par Art Basel)’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을 내걸었다. ‘파리를 넘어선다’는 뜻을 담은 이 이름은 프랑스의 예술 전통과 문화 인프라를 최대한 살리고, 단순한 상업 행위에 머무는 페어와는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거라지만 어쩐지 어색했다. 이렇게 2년 동안 그랑 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émère)에서 열린 파리플러스 파 아트 바젤은 올해 드디어 파리 올림픽에 맞춰 리뉴얼 공사가 끝난 그랑 팔레(Grand Palais)에 입성했다. 그러면서 마치 지금까지 페어는 잊어달라는 듯 ‘아트 바젤 파리(Art Basel Paris)’로 이름을 바꾸고 본게임을 시작했다.
이전에 비해 확장된 공간에서 아트 바젤 파리는 무엇을 보여주었을까?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파리에 집중되었다. 아트 바젤 파리는 바젤, 홍콩,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페어와 차별화하기 위해 이전에 없던 섹션을 신설하고 역대급 규모의 행사로 모두의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아트 바젤 파리에는 42개국에서 온 195개의 갤러리가 참가했다. 그중 65개는 프랑스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갤러리고, 53개 갤러리는 새롭게 참가한 곳이다. 작년과 비교할 때 참가 갤러리가 27% 가까이 증가했다. 또 올해 페어는 갤러리(Galleries), 이머전스(Emergence), 프레미스(Premise)까지 총 3개 섹터로 구성했다. 갤러리는 말 그대로 전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섹터로, 현재 미술계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부터 20세기 거장, 신진 작가까지 두루 아우르는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이머전스는 현재 떠오르는 갤러리와 예술가를 위한 섹터고, 프레미스 섹터는 독창적 큐레이팅으로 주목받는 9개 갤러리로 구성했다.

Julie Mehretu, Insile, Ink and Acrylic on Linen, 274.3×365.8cm, 2013. Photo by White Cube(Theo Christelis). © Julie Mehretu.

Installation View of Houser & Wirth, Galleries, 2024. Courtesy of Art Basel.

특히 프레미스 섹터는 이번에 파리에서 새롭게 도입했다. 예술의 미술사적 의미를 고찰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적 실천에 관한 새로운 이해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와 지그마어 폴케(Sigmar Polke)를 내건 지스 + 회케(Sies + Höke), 쥘리에트 로슈(Juliette Roche)의 희귀 작품을 선보인 갤러리 폴린 파베크(Galerie Pauline Pavec), 브라질 작가 도미에 오타케(Tomie Ohtake)와 시쿠 타비부이아(Chico Tabibuia)를 내세운 나라 로슬러(Nara Roesler), 스페인 비주류 만화가 나사리오(Nazario)의 에로틱한 드로잉을 선보인 봄본 프로젝츠(Bombon Projects), 독일 태생이지만 파리에서 큐비즘이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컬렉터 빌헬름 우데(Wilhelm Uhde)에게 경의를 표하는 전시를 연 갤러리 디나 비에르니(Galerie Dina Vierny)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작가의 예술적· 미술사적 의미를 제고할 수 있는 독특한 큐레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10월 16일 VIP 프리뷰 오프닝으로 개막을 알린 아트 바젤 파리.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입장한 그랑 팔레는 ‘역시는 역시!’란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웅장함을 자랑했다. 거대한 역사의 힘을 간직한 그 공간은 작품에 에너지를 더하며 우리에게 더욱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이날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이 이른바 ‘스코어’를 기록했다며 자축할 정도로 수많은 작품이 판매됐는데, 그중에서도 줄리 머레투(Julie Mehretu)가 속한 화이트큐브(White Cube)가 950만 달러(약 129억 원)로 최고가를 썼다는 뉴스가 터져나왔다. 페이스갤러리(Pace Gallery) 역시 CEO 마크 글림처(Marc Glimcher)가 직접 “부스의 작품이 매진됐다”고 밝혀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고 가고시안(Gagosian),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도 판매 가격 공개에는 조심스러웠지만 각각 키키 스미스(Kiki Smith),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와 톰 웨슬먼(Tom Wesselmann),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 빅토르 만(Victor Man) 등 20세기 거장의 작품을 컬렉터의 손에 넘겼다.

Installation View of Marfa’ Projects, Galleries, 2024. Courtesy of Art Basel.

왼쪽 Jessy Razafimandimby, Untitled, Presented by Sans Titre, Oh La La! Program. Photo by Aurélien Mole. Courtesy of the Artist and Sans Titre, Paris.
오른쪽 Pascal Hachem, Tears No.II, Presented by Selma Feriani Gallery, Oh La La! Program. Courtesy of Selma Feriani Gallery.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갤러리가 유일하게 참가했는데, 김은지 세일즈 디렉터는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컬렉터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같다. 바로 직전에 ‘프리즈 런던’이 열린 터라 사람들이 페어에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유지되는 것 같아 놀랍다. 작품에 대한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 이번 페어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페어에 참가한 소회를 밝혔다. 그 말처럼 국제갤러리도 올해 아트 바젤 파리에서 이우환, 하종현, 함경아, 이광호,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등의 작품을 새로운 컬렉터에게 소개했다.
한편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문을 연 18일부터 그랑 팔레에는 색다른 재미가 더해졌다. 35명의 갤러리스트가 금요일과 토요일 부스를 바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울랄라(Oh La La)!’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전에 없던 풍경을 만들어낸 것. 이탈리아의 마시모 데 카를로(Massimo de Carlo)는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을 비롯해 파올라 피비(Paola Pivi), 토마스 그륀펠트(Thomas Grünfeld) 등 갤러리스트가 최초로 계약한 아티스트의 작품 중 일부를 선보였고, 에어 드 파리(Air de Paris)는 섹슈얼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요절한 작가 브루노 펠라시(Bruno Pélassy)의 작품 ‘Bye Bye Jeff’를 공개했다. 이는 바젤의 ‘언리미티드(Unlimited)’와 홍콩의 ‘인카운터(Encounters)’ 섹션과 마찬가지로 갤러리 부스 전시 외에 관람객의 시선과 생각을 환기하는 장치로 마련했다. 비록 바젤이나 홍콩, 마이애미처럼 큰 설치 조각 작품을 감상하는 맛은 없었지만, 어제 본 갤러리 부스가 오늘은 완전히 다른 전시장이 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아트 바젤 파리는 페어 전반의 분위기를 한 번 크게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VIP 오프닝부터 폐막까지 5일 동안 약 6만5000여 명의 관람객과 컬렉터를 그러모은 아트 바젤 파리는 ‘성공’을 말한다. 다채로운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원래도 아름다운 파리의 도시 풍경이 예술과 함께 더욱 깊이 있게 물들었다. 탐미의 도시 파리는 이렇게 아트 바젤과 손잡고 다시 한번 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준비를 마친 듯하다.

Installation View of the Artwork by Carsten Höller, Place Vendôme. Courtesy of Art Basel.

왼쪽 Installation View of the Artwork by Ghada Amer, Domaine National du Palais-Royal. Courtesy of Art Basel.
오른쪽 Installation View of the Artwork by Niki de Saint Phalle, Parvis de l’Institut de France. Courtesy of Art Basel.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아트 바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