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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길의 인생

LIFESTYLE

어느 분야에서든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수십 년간 삶의 에너지를 다해 매 순간을 절실하고 강렬하게 살아왔다는 것.

‘그 길이 당신의 길이라는 건 언제 알았는가?’ 평생 한 가지 일을 지속하고, 세상이 칭송할 만큼 대단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만날 때 가끔 던지는 질문이다. 주로 듣는 답변은 어느 결정적 순간에 운명처럼 다가왔다거나, 마냥 좋아서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그 일을 ‘어떻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느냐’ 하는 것. 급변하는 세상에서 오랜 세월 한길을 걸어온 이가 겪은 치열한 삶에 대해 듣고 나면 그 어떤 감정보다 먼저 존경심이 든다.
무용가이자 명상 수행자인 홍신자의 <자유를 위한 변명>에는 투쟁하듯 살아온 그녀의 성장 과정이 담겨 있다. 짐작하듯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무용계에 입문해 뉴욕에서 명성을 떨치던 무렵 돌연히 무용을 중단하고 인도로 떠나 명상과 수행에 매진했고, 3년 만에 다시 복귀해 세계적 예술가들과 작업하며 화제의 무대를 만들었다. ‘구도의 춤’을 추구한 무용가로서의 인생을 저자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나는 자유로워지기 위해 춤추듯 순간을 살았다”라고. 엎치락뒤치락하며 혼란스러워할 때도 많았지만 그 또한 절실히 자유를 추구한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이 책은 1993년에 초판이 나온 뒤 인기를 누리다 어느 순간 절판됐고, 23년 만에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 시대가 변했지만 한 사람의 뜨거운 인생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여전하다.
1990년대에 감수성 충만한 시절을 보낸 청춘들이 그야말로 열광적 반응을 보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어느덧 자신이 평생 해온 ‘업(業)’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대가가 됐다. 1979년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등단했고 1981년에 당시 운영하던 재즈 카페를 접고 지금까지 35년 동안 전업 소설가로 글을 써왔으니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최근 출간한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가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재미있는 건 첫 장부터 등장하는 솔직한 고백.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종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는, “실은 소설가 대부분이 원만한 인격과 공정한 시야를 지녔다고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란 말로 문인에 대한 허상을 벗겨버린다. 그렇다면 그처럼 생업으로 글을 쓰는 소설가는 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애초에 왜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을 선택해 끊임없이 쓰고 있는지에 관한 하루키의 대답은 결국 각각 다른 직업을 가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한길을 걸어온 인생 이야기라면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를 등반하는 데 성공한 엄홍길 대장이 풀어놓는 등산과 하산의 기술이 담긴 책이다. 산악인으로 살면서 그가 배운 것은 누구보다 빨리 정상에 서는 법이 아니라,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포기할 줄 아는 용기라고 말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잘 내려와야 그다음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하산의 기술이다. 산에서도, 인생에서도 잘 내려가는 법은 배려와 겸허함 그리고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 평생 산을 오르내리며 정상을 수없이 밟은 이가 성공과 실패의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에디터 |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