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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구상

LIFESTYLE

기후변화, 인구 증가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도시가 필요한 시점. 세계적 건축가들이 내놓은 도시계획은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영감이 된다.

주변 경관을 반사하는 더 라인의 거울 같은 외관.

공원, 학교, 보행자 구역 등을 수직으로 쌓아 접근성이 좋다.

 The Line 
사막을 가로지르는 선, 더 라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석유산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고,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네옴(NEO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해상 부유식 첨단산업 단지 옥사곤(Oxagon), 친환경 산악 관광 단지 트로제나(Trojena) 등 흥미로운 세부 프로젝트가 많지만, 핵심은 더 라인이다. 모포시스 아키텍츠 등 유명 건축 회사 다수가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길이 170km, 폭 200m, 높이 500m의 직선형 도시는 그 어떤 도시와도 궤를 달리한다. 더 라인에는 자동차도, 이를 위한 도로도, 그로 인한 탄소 배출도 없다. 도시에서 살아갈 이들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해 설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쾌적한 기후는 1년 내내 이어지고, 주민들은 도처에 조성한 풀숲 사이를 거닐며 5분 안에 생활 편의 시설에 접근할 수 있다. 고속철도 덕에 도시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분. 더 라인은 2045년까지 900만 명 거주를 목표로 건설 중이다.

정부 단지의 직사각 형태는 뉴욕 센트럴 파크를 떠오르게 한다. © Foster + Partners

인도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고등법원. © Foster + Partners

중심부에 우뚝 솟은 의회 건물. © Foster + Partners

 Amaravati 
지속가능성의 실현, 아마라바티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행정 수도 아마라바티. 건축 거장 노먼 포스터와 포스터 앤 파트너스는 이곳 중심부에 위치할 대규모 정부 단지의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길고 곧게 뻗은 직사각 형태가 어딘가 눈에 익숙한데,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영감받은 것이다. 인접한 크리슈나강에서 담수를 끌어와 거리를 녹음으로 채우고, 물길을 뚫어 수상 택시를 운영하는 등 지속 가능한 도시를 표방한다. 단지 중앙에는 담수호로 둘러싸인 의회 건물이 자리한다. 250m 높이의 원뿔이 솟은 지붕은 왕관 같은 위엄을 드러낼 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이에게 널따란 그늘을 제공한다. 근처의 고등법원은 고대 인도의 사리탑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것으로, 안마당과 지붕 정원이 있어 녹지가 건물 안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아마라바티에 관해 노먼 포스터는 “지속 가능한 도시에 관한 수십 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언덕과 언덕 사이에 다리를 놓아 연결성을 극대화한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는 청두 스카이 밸리. © MVRDV

 Chengdu Sky Valley 
전통과 혁신의 공존, 청두 스카이 밸리

중국 청두 동쪽 지역은 톈푸 국제공항과 가까운 데다 지하철도 다니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다. 다만 언덕과 골짜기가 쉴 새 없이 교차하는 독특한 지형이 문제다. 위니 마스, 야콥 판레이스, 나탈리 드프리스 세 건축가가 설립한 MVRDV는 이곳에 전통과 혁신, 과거와 미래, 동양과 서양, 기술과 농업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우선 언덕 위에 그 윤곽에 따라 새 건물이 들어선다. 비탈면의 건물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도록 짓고, 봉우리 부분의 건물은 첨단 느낌이 물씬 나도록 만든다. 언덕 사이로 다리를 그물망처럼 놓은 이유는 산업 간 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교통 중심의 개발 허브도 마련한다는 계획. 이러한 방식으로 골짜기에 있는 기존 농경지는 그대로 수용한다. 성장 일변도보다는 지역의 특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게 하는 것. 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가 아닐는지.

이퀴티즘 타워를 중심으로 펼쳐진 텔로사 전경.

 Telosa 
21세기 유토피아, 텔로사

텔로사는 월마트 전자상거래 부문 CEO를 역임한 미국의 억만장자 마크 로어의 꿈이다. 고대 그리스어로 ‘궁극적 목표’를 뜻하는 텔로스(telos)에서 이름을 본뜬 만큼 곳곳에서 유토피아적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비야르케 잉엘스가 이끄는 건축 회사 BIG가 설계한 도시의 랜드마크는 이퀴티즘 타워로, 태양광발전이 들어서고 저수지와 수경 재배 농장을 갖춰 식량 자급을 돕는다.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차량은 도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데, 스카이 트램과 자율주행 전기차를 이용하면 된다. 직장과 학교 등 주요 시설에 접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5분. 텔로사가 여타 도시계획과 차별화되는 결정적 지점은 토지 공개념에 기반한 경제 모델이라는 것이다. 토지는 지역사회 기금이 소유하고, 땅을 임대해 창출한 수익을 공공서비스 향상에 사용하는 식이다. 텔로사가 세워질 후보지로는 미국 네바다주와 유타주, 애리조나주가 거론된다.

도시 내 운하에서 배로 이동 가능하다. © Stefano Boeri Architetti

풀과 나무로 가득한 스마트 포레스트 시티 칸쿤. © The Big Picture

 Smart Forest City Cancun 
살아 숨 쉬는 도시, 스마트 포레스트 시티 칸쿤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내놓은 도시계획으로, 13만 명의 인구를 수용 가능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557헥타르(557만m²) 규모 부지에서 녹지 비중이 70%가 넘는다는 것. 식물학자이자 조경가인 로라 가티가 세심하게 고른 식물 400여 종이 도시를 점거해 이론상 매년 11만600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순환 경제를 지향하는 점도 특별하다. 도시를 둘러싼 태양광 패널과 농경지가 에너지와 식량 자급을 실현한다. 물은 도시 입구의 담수화 타워로 모이고, 거주지부터 농경지에 이르기까지 잘 닦은 운하 시스템으로 분배된다. 운하에 띄운 배를 비롯해 도시 내에서는 전기와 반자동으로 움직이는 이동 수단만 이용 가능하다. 스마트 포레스트 시티 칸쿤은 환경적 지속가능성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첨단 기술 혁신 캠퍼스를 포함한다. 개중엔 전 세계 인재가 모이는 연구 개발 센터도 있다고. 자연과 도시가 긴밀히 얽힌 이곳에서 연구하다 보면 인류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을까.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