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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의 위대한 컬렉터가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살아 있는 동시대의 젊은 작가를 주목하라!” 한국의 동시대 미술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K-아트’라는 신조어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국의 ‘젊은’ 미술을 컬렉팅하려는 독자를 위해 <노블레스>가 나섰다. 한국 아트 신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미술 전문가 9인이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작가 14인과 그들의 작품을 추천한다.
이혜인의 개인전 <완벽한 날들>(두산갤러리 뉴욕) 전경

양정욱, 언제나 피곤은 꿈과 함께, 나무, 모터, 실, 250x330x250cm, 2013
“좋은 작품은 사회적으로든 미술사적으로든 시대적 정서나 흐름을 반성적으로 사유하고, 그것을 작가 고유의 조형 언어로 완성도 있게 표현해야 한다. 수공예적 노력이나, 얕은 주제의식으로는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이혜인, 양정욱 작가의 진지한 태도와 매력적 형식 언어는 누구라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동시대 미술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이들의 작품을 살펴봐도 그 의미가 크다. 여러 현실적 어려움에도 전업 작가로서 커리어를 한 단계씩 키워가는 두 작가의 행보는 어떤 분명한 확신을 갖게 한다.” -윤두현(갤러리기체 디렉터)
차승언, CHA04_One Thing-1(등산복123), 혼합 재료, 220x145x145cm, 2014
“차승언은 회화에 사용하는 캔버스 프레임에 직물을 직조해 작품을 제작한다. 미니멀리즘 회화의 평면성과 조각의 조형성, 산수화의 유려함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으며 직물의 군집성 혹은 탄성으로 완성되는 추상적 안무가 인상적이다.” -신은진(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송수영, 쓰레기-공원, 쓰레기통, 쓰레기, 채집한 이끼, 점토, 가변 크기, 2015
“작년에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전과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코리아 투모로우>전에서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이쑤시개-풀’과 ‘면봉-꽃’ 등의 작품은 일상적 사물이 되기 전의 상태와 현재의 모습을 중첩해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낯설게 보도록 유도한다. 특히 작품에 담긴 위트가 무척 즐겁다. 그녀의 작품이 곁에 있다면 일상적이고 익숙한 것의 의미를 두고두고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 -구나윤(갤러리구 대표)
추미림, 파리(16구), 혼합 재료, 50x50cm, 2014
“추미림은 컴퓨터 그래픽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소재로 작업한다. 차갑고 딱딱한 기하학적 단위는 작가의 손끝에서 색다른 풍경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단순한 디지털 데이터의 구현은 아니다. 작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디지털 세상에 삶의 또 다른 풍경을 바라보는 방법이 그 안에 담겨 있다.” -김인선(윌링앤딜링 디렉터)
김수연, Universal Block, 캔버스에 유채, 162.1×259.1cm, 2015
“김수연은 그림을 그리지만, 그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것을 컬러 프린트로 출력해 입체 조형물로 만든 다음, 회화로 옮기는 것이다. 이런 몇 차례 전환 과정에서 평면인 것 같지만 입체인, 입체인 것 같지만 평면인 독창적 작품이 탄생한다. 3D 이미지를 보는 기분이랄까. 회화뿐 아니라 설치 작업으로 작품의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정재호(갤러리2 대표)
차재민, 히스테릭스를 위한 연구, 흰 도화지에 과슈, 22x30cm, 2015
“차재민은 미술관 전시는 물론 영화감독으로서 국내외 영화제에도 참여하고 있다. 영상뿐 아니라, 그가 작품의 리서치 과정에서 그린 드로잉은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작가에게 촬영 현장은 긴장의 연속이지만, 책상에서의 드로잉은 안정적이며 자유롭고 유연하다. 이 드로잉은 영상을 위한 설계이자, 상상을 바로 옮겨둔 초안이다.” -장혜진(워크온워크 큐레이터)
이수경, 익명의 오브제, 가변 설치, 2012
“이수경은 흔히 마주치는 익명에 가까운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이를 간소한 드로잉과 여러 재료를 혼합한 오브제로 만든다. 모두 알 듯 말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어린아이 인형처럼 보이는 오브제는 작가가 수집한 물건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오묘한 형상이 매력적이다.” -장혜진(워크온워크 큐레이터)
채지민, Artificial Situation, 캔버스에 유채, 112x145cm, 2015
“채지민의 작품은 언캐니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화면 구성이 특징이다. 면과 선으로 이뤄진 평면적 배경에 인물을 콜라주한 것처럼 덧붙인 레이어 때문에 캔버스 이미지를 이루는 각 요소가 조화와 분열 사이를 끊임없이 배회한다. 정의할 수 없는 시공간의 한 장면 안에서 지속적으로 상충하며 동시다발적 스토리를 제공하는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손엠마(갤러리엠 대표)
박정혜, Dizzy Disco, 리넨에 아크릴물감, 132x97cm, 2014
“박정혜는 아직 30대가 되지 않았고, 개인전도 치른 적이 없는 ‘진짜’ 젊은 작가다. 하지만 작업의 양은 웬만한 중견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소위 팔리는 그림을 그리며 시장의 반응을 볼 기회가 아직 없었지만, 눈에 보이는 현실을 납작하게 인식해서 선으로 분할하듯 프레임을 메우는 작업 방식은 자연스럽게 아름답고, 무척 진지하다.” -함영준(일민미술관 디렉터)
전현선, 갑작스러운 돌, 캔버스에 수채화, 130.3×162.2cm, 2015
“전현선은 자신의 작품에 반복해서 등장한 조형 요소인 원뿔을 중심에 놓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의 ‘이상한’ 작품엔 누구나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담겨 있다. 현실과 상상, 미니멀과 그로테스크함, 추상과 구상의 요소가 뒤섞여 있다. 이런 혼재된 요소를 분리해서 확인하는 일은 우리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과정과 무척 닮았다.” -정재호(갤러리2 대표)
이정민, 문득, 캔버스에 먹, 아크릴물감, 오일, 130x162cm, 2015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의 유화나 아크릴화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이정민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처럼 유쾌하면서 기분 좋은 여유로움이 느껴지는데, 그건 내가 생각하는 한국화의 유연함이란 감각과 흡사하다. 작품의 모티브가 한국의 어두운 사회적.정치적 상황이지만, 회화 자체의 여유로운 붓질과 파스텔 톤의 색 조화 때문에 연민과 공감의 정서가 가득하다.” -홍보라(갤러리팩토리 디렉터)
백경호, Long Live, 캔버스에 유채, 240x280cm, 2015
“백경호의 그림에선 전통적 매체인 회화를 현대에 걸맞게 갱신해보려는 결기가 느껴진다. 인터넷에서 채집한 이미지를 작가 특유의 리듬에 맞춰 조합한 뒤 캔버스에 옮긴다. 그는 캔버스에 두껍게 물감을 바르는 유화로 작업 방식을 우회하면서 테레빈유 냄새와 함께 회화 자체의 패티시도 구현한다. 그 냄새마저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함영준(일민미술관 디렉터)
이세준, 우리는 무엇을 불태웠는가, 캔버스에 유채, 324.4×521.2cm, 2015
“이세준은 독특한 색감과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원색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채도를 유지해 화면의 색감이 매우 화려하다. 형광색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의 작품에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의 호기심과 주변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 작가적 상상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순수한 회화 작업은 향후 더욱 크게 성장할 것이다.” -김인선(윌링앤딜링 디렉터)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