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려요
한때 사랑받던 유기 동물의 이야기는 안타깝기만 하다. 오늘 입양되지 않으면,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1 어제는 가족이었지만 오늘은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약 10만 마리의 동물이 유기된다.
2 인도의 동물보호협회 World For All에서 제작한 유기 동물 입양 캠페인.
“사지 말고 입양하라.” 이는 동물 보호 단체에서 시작해 이젠 일반 반려인도 많이 쓰는 구호다. 동물을 상품으로 인식하지 말라는 ‘경고’와 입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책임감’, 생명을 사고판다는 행위에 대한 ‘저항’까지 담은 놀라운 문장이다. 의미 전달이 쉽고 한 번만 들어도 바로 기억할 수 있어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아직 역부족인 부분도 분명 있다.
수치가 늘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에선 지금도 매년 약 10만 마리의 유기 동물이 생기고, 그중 절반이 보호소에서 안락사를 당하거나 자연사한다. 유기 동물의 죽음을 막는 방법은 보호시설 등에서 입양을 늘리는 것. 하지만 입양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던 이들도 막상 반려동물을 들일 땐 여러 이유로 꺼린다.
입양을 꺼리는 이들은 펫 숍에 간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 예로, 펫 숍에서 판매하는 강아지는 대부분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다 온다. ‘퍼피밀’이라 불리는 개 농장에서 종견에 의해 태어나는데, 이 종견은 일생을 좁은 번식장에서 새끼만 낳다 폐기된다. 강아지만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 보아뱀, 타란툴라, 라쿤, 미어캣, 사막여우 등 야생에서 잡은 웬만한 희귀 동물이 비슷한 방식으로 펫 숍에 나온다. 하지만 펫 숍을 통해 집으로 들인 반려동물은 다시 쉽게 ‘유기’되기 마련이다. 가족 같던 동물을 왜 버리냐고? ‘생명’이 아닌 ‘물건’이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쉽게 샀다가 싫증이 나거나 병에 걸리면 버리는 거다. 펫 숍은 이럴 때 책임이 없다. 이미 ‘물건’을 팔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판매하기 전 기본 교육을 소홀히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데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 아니냐고? 아니다.
예로 반려동물 선진국인 독일 같은 데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독일엔 유기 동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안락사도 하지 않는다. 유기 동물이 없는 이유는 함부로 동물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엔 펫 숍도 없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판매하는 가게 자체가 없다. 독일에선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정부에서 허가받은 전문 사육사에게 강아지가 태어나기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 아니면 티어하임(독일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유기 동물을 입양하든가.
미국도 마찬가지. 1970년대만 해도 매년 약 1500만 마리의 동물을 보호소에서 안락사시킨 미국은 최근 그 수를 약 300만 마리로 줄였다. 미국의 동물 단체는 안락사하는 동물이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유기동물 입양을 꼽는다. 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안락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통한다. 결국 동물이 유기되는 걸 예방하려면 생명을 상품화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구매보다 입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

3 철저한 유기 동물 관리로 입양률 98%를 자랑하는 독일 유기 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4 유기 동물에게 가장 큰 선물은 우리의 따스한 손길이다
5 인도의 동물보호협회 World For All에서 제작한 유기 동물 입양 캠페인.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입양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다. 단지 사람들이 그 방법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전문 사육사나 기관을 통해 데려오는 방법, 법인이 운영하는 동물 보호시설에서 입양하는 방법, 지인을 통하는 방법 등. 그런데 잠깐,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데 각오나 준비가 필요하진 않냐고?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행동은 하지 않고 뜸만 들이며 시간을 보내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입양하고 싶은 마음은 수년째 굴뚝 같지만 걱정이 많은 사람, 결정 장애를 앓는 이가 좀 더 가볍게 첫발을 디딜 수 있는 입양의 길도 있다.
먼저 지자체가 운영하는 각 보호소나 센터에서 유기 동물을 입양하는 건 가장 흔한 방법이다. 유기 동물 보호소는 전국적으로 370여 곳이나 운영되고 있어 접근성도 좋다. 지자체 보호소는 유기된 동물을 임시 보호하는 곳으로, 대개 10일간 공고를 하고 동물을 보호한다. 하지만 10일이 지나면 동물보호법에 의해 소유권은 각 지자체로 넘어간다(이때 지자체는 입양을 원하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한다). 어디에 어떤 입양 시설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동물보호관리 시스템(animal.go.kr)’을 살펴보자. 전국에 있는 모든 유기 동물 보호 센터를 찾을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선 각 보호소에서 낸 공고를 모두 모은다. 사이트를 통해 보호소마다 공고한 동물을 볼 수 있고, 입양을 원하면 직접 그 보호소로 찾아가면 된다.
좀 더 친숙한 방식으로 유기 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면 입양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서울시 서교동엔 ‘아름품’이라는 입양 카페가 있다. 동물권행동단체 카라가 운영하는데 버려진 동물이 자원 활동가의 보살핌 속에서 어울려 지내며 새 가족을 기다리는 공간이다. 일반애견 카페와 달라 사람을 위한 테이블이나 음식이 준비되어 있진 않지만,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보호 중인 동물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반려동물의 입양을 원하지만 유기 동물 보호소를 방문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이곳에서 동물과 어울리며 서서히 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반려동물 입양 행사가 있다. 이는 동물자유연대에서 개최한다. 제목은 ‘입양 행사’지만 여기에 참여한다고 입양이 의무는 아니다. 이들은 매회 입양 행사를 앞두고 유기 동물의 라인업을 공개한다. 이름과 성별 그리고 특징을 기록해 행사 전에 선보이는 만큼 참가하는 이들도 기본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미리 점찍어둔 동물에 집중할 수 있다. 더불어 서울 상암동에 자리한 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에선 일주일마다 ‘반려동물 입양 수업’을 진행한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꼭 알아야 할 체크리스트부터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을 직접 만나보는 일까지 가능하다.
한데 단순한 호기심에 들렀다가 동정심으로 덜컥 입양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입양카페든 입양 행사든 동물을 당장 입양할 순 없다. 세 마리 이상 동물을 동시에 입양하거나 세 살 미만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등 입양자 선정 제외 기준도 있다. 반려인의 준비 상태와 입양 환경 등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합격점을 받아야 입양이 가능하다. 그러니 괜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가질 필요 없다. 24시 일산우리 동물의료센터 김대현 원장은 “안락사를 막기 위해 유기 동물을 입양해야 한다는 사연이 들리지만, 동물 입양은 그리 간단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말한다. 충동적으로 또는 동물이 너무 귀여워 입양을 쉽게 결정하면 파양하거나 유기할 수 있으니 어느 공간에서 키울지,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는지 등 현실적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 반려동물 문화에서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구호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려면 아직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