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아트 투어
예술 본거지에서 그곳 전문가의 입을 통해 듣는 작품 해설은 한층 심도 있고 생생하다. 여기에 가이드 차원을 넘어 고객의 시간과 취향까지 철저히 파악한 프로그램을 더하면 당신의 예술 기행은 더욱 풍성해진다.
VIP 투어리스트에게 공개하는 소더비 부회장이자 아트 컬렉터 데번셔 공작의 저택 채츠워스 하우스
18세기 유럽의 교육 열풍 중심에 그랜드 투어가 있었다. 여행 일정에는 이탈리아 주요 도시의 아카데미 코스를 비롯해 역사, 철학, 시, 수사학 등의 인문학 외에 승마와 예술 등 교양과목도 포함됐다. 루소와 볼테르 등 당대의 지식인을 만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였다. 존 밀턴은 이탈리아 체류 당시 방문한 문학회에서 얻은 영감으로 <실낙원>을 썼으며, 존 로크는 프랑스 정부 체제에 대해 연구할 기회를 얻었다. 회화, 조각, 연극, 음악이 예술이나 고급문화로 인정받은 것도 이때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예술품 수집을 통해 교양과 미적 감각을 뽐냈고, 당시 영국인이 사 모은 그림과 예술품은 이후 유럽의 예술과 건축 문화 발전에 일조했다. 부와 권력을 넘어 세련된 취향은 상류층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였다.
아트 투어가 300년 전 지식과 교양을 갈망한 상류층에서 시작됐다면 오늘날에는 더 특별하고 유일한 정보를 선망하는 예술 애호가의 선택 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아트 아카데미와 사설 기관에서도 몇 해 전부터 세계 3대 아트 페어와 비엔날레 투어, 아시아 지역의 미술관과 갤러리로 떠나는 예술 기행을 진행해왔다. 모집 인원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매년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스케줄이 이어지는 것에서 아트 투어 업계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순항 중인 국내 프로그램이 급물살을 타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자신만의 감식안을 통해 예술 작품을 판단하기 위해선 여러 장르의 문화 예술을 경험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 많은 예술 애호가가 이미 비슷한 일정과 동선으로 짜인 국내 주최의 주요 페어 투어를 경험했고, 일정에 동행하는 전문가의 수도 한정돼 있어 깊이 있는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제 세계의 대표적 미술관 투어보다는 유명 컬렉터의 자택을 방문해 지극히 개인적인 소장품을 엿보고, 미슐랭 셰프가 준비한 시크릿 다이닝 디너를 맛보는 등 현장에서 가장 근접한 시각으로 바라본 전문가들이 기획한 참신한 프로그램을 찾는 추세다. 현대미술이 태동한 본거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 따끈따끈한 정보, 품격 있는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열혈 아트 피플이 돈과 열정을 바쳐서라도 얻고 싶어 하는 가치가 되었다.
벽 전체가 작품인 ‘The North Sketch Sequence’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Chatsworth House

‘PAD 런던 아트 앤 디자인’ VIP 투어를 인솔하는 큐레이터 재니스 블랙번
ⓒPAD LONDON Art+Design
프라이빗 멤버십 제도로 운영하는 퍼스널 멤버십 클럽 퀸터센셜리 코리아는 앞선 국내 사례를 보완하고자 해외 명사와 큐레이터가 직접 안내하는 아트 전문 가이드 ‘위프리젠트 런던(Wepresent.London)’과 협업을 진행했다. 영국 ‘PAD 런던 아트 앤 디자인’ 페어를 중심으로 그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 갤러리를 돌아보는 여정 ‘Art & Design: Lifestyle Collect VIP 아트 투어’가 일례다. 아침 일정부터 살펴보면 특별히 초대받은 V&A 박물관을 방문해 그랜드 다이닝룸에서 조찬 환영식을 갖고, 프라이빗 룸에서 비공개 소장품을 단독 관람하며 박물관 큐레이터에게 감정 가치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이후 영국의 저명한 평론가 재니스 블랙번이 리드하는 PAD 런던 페어를 관람한 후, 귀빈을 위한 오프닝에 참석해 자유롭게 다시 작품을 감상한다. 다음 날 산업 디자이너 토르트 본티어의 작업실 탐방, 런던 후미 갤러리와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 최근 개관한 데이미언 허스트의 뉴포트스트리트 갤러리 방문까지 수석 큐레이터와 전담 가이드가 동행한다. 공식 일정이 끝나면 명문 컬렉터 귀족의 개인 저택인 채츠워스 하우스를 탐방하기 위해 북쪽 지방에 들른다. 여기서 소더비의
‘프라이빗’한 시간과 정보는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에게 소중하다. 갤러리나 컨설턴트는 집중도 있는 설명과 비즈니스를 통해 특정 고객과 교류할 수 있고, 게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정해 작품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다. 만약 직접 스케줄을 정하고 싶거나 소규모 인원 구성을 원한다면 현지 아트 컨설턴트를 개별적으로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인아트(Inart)’는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컨설턴트 회사로, 프라이빗 아트 네트워크 컴퍼니를 지향한다. 인아트를 이끄는 20년 경력의 업계 전문가 앤젤리나 콜린스와 제니 가버는 “호화 요트를 타고 이동하거나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어야 VIP가 아니라 독점적이고 비공식적인 지식과 정보를 향유하는 사람이 진정한 VIP”라고 말한다. 호주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런던, 뉴욕 등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와 갤러리, 옥션을 방문하는 일정과 더불어 작가와 직접 만나 식사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한다. 한편 러시아의 예술 도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을 기반으로 한 ‘러시안 아트 투어(Russian Art Tour)’는 예술 명소를 8일간 탐방하는 아트 러버스 투어와 미술학도를 위한 교육 투어, 개인과 그룹을 위한 프라이빗 투어를 진행한다. 이곳 대표 캐시 로케는 “러시아에는 다이내믹한 예술 도시가 많습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러시아 음악, 미술, 건축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과거 역사부터 현재 경향까지 모두 궁금해하죠”라며 앞으로 폭넓은 세대와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 작품 관람 이외에 이색 주제의 프로그램도 주목해볼 만하다. 공공 미술이 큰 볼거리인 런던과 파리에서는 거리 공연과 벽화 작품을 관람하는 ‘스트리트 아트 투어’가 인기. 짧은 일정임에도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양질의 설명으로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평이다. 음악학 연구가와 역사학자 등이 이끄는 세계 주요 오페라 관람을 원한다면 ‘아리아투어(Ariatours)’에서 기획한 오페라 여행은 어떨까?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오페라 근거지에서 열리는 전설적 공연의 좌석 예약부터 숙박 예약 그리고 지역 여행을 진행하며, 이미 내년 8월까지 스케줄이 나와 있는 상태다.
문화 예술의 뿌리와 현지의 생동감 있는 증언을 찾아 떠나는 데 예술 애호가인지, 초보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확한 기간과 원하는 동선, 예술적 시각을 넓히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현지에 대한 노하우와 현장성을 지닌 전문가의 팁이 함께한다면 자신에게 꼭 맞는 예술 기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