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당신이 작품을 소유하는 법

LIFESTYLE

천문학적 가격을 호가하는 값비싼 예술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아트 컬렉터가 될 수 있다. 그 해답은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주얼리와 백, 즉 웨어러블 아트에 있다.

루이 비통과 제프 쿤스가 협업한 마스터즈 컬렉션의 네오 노에 백.

입고 걸칠 수 있는 예술, 즉 ‘웨어러블 아트(wearable art)’는 여러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흐트러뜨린 디자이너가 있다. 장 폴 고티에나 알렉산더 맥퀸의 도발적이고 전위적인 디자인은 런웨이를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둔갑시켰다. 창의성에 목마른 디자이너가 예술적 감성을 한껏 담아낸 의상이나 플라스틱 금속, 보석 등 비섬유 재료로 만든 옷과 장신구는 웨어러블 아트로 불렸다.
그런가 하면,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TV Bra for Living Sculptureʼ (1969년)도 웨어러블 아트다. 샬럿 무어먼이 2개의 작은 TV 모니터로 만든 브래지어를 입고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은 현대미술 애호가 사이에 ‘살아 있는 조각’으로 불리는 유명한 장면이다. 그 출발선이 패션이든 예술이든, 웨어러블 아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차 영역을 확장해왔다. 예술가가 디자인한 주얼리, 패션 브랜드와 예술가가 협업한 백과 의류 등이 모두 웨어러블 아트에 포함된다. 이런 웨어러블 아트를 통해 관람객과 컬렉터가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을 경험하고 소유할 수 있다.
작년 가을, 루이 비통 마스터스 컬렉션의 두 번째 시리즈를 런칭한 제프쿤스를 인터뷰했다. 제프 쿤스는 두 번에 걸친 마스터스 컬렉션을 통해 티치아노, 다빈치, 마네, 고갱 등 고전 예술가의 명작을 재해석해 가방에 담았다. “예술은 결코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제 작품을 맞닥뜨리죠. 가방은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한 역사적이고 원시적인 물건이에요”라고 말한 그는 “이 가방이 후대 예술가인 제프 쿤스 자신과 선대 예술가, 그리고 우리를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어쩌면 백 속 세상은 오히려 미술관보다 몇 배나 큰 세상일지 모른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본 사람은 알 거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지. 인파 사이로 작품을 보려고 까치발로 서서 낑낑대던 수많은 관람객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 작품은 갤러리의 벽을 넘어 대중을 위한 것”이라는 제프 쿤스의 신념이 오롯이 담긴 가방, 아니 작품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면서, 모네의 ‘수련’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스터피스가 당신의 것이 된다. 만일 “가방에 인쇄한 거잖아. 인쇄물이랑 뭐가 달라?”라고 반문하는 이가 있다면, 잊지 말자. 이 작품의 창작자가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작품 가격이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제프쿤스’라는 것을 말이다.

아티스트 류즈훙은 레이디 디올 백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지난 3월 아트 바젤 홍콩에서 마련한 < Lady Dior as Seen by >전에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1995년 출시 후 디올을 대표하는 백으로 사랑받은 레이디 디올과 아티스트의 협업을 선보이는 순회전이다. 홍콩에선 나와 고헤이, 올림피아 스캐리, 류즈훙, 케이트 맥과이어 등 국제적 레벨의 예술가가 참여한 백을 선보였다. “아티스트와 협업한 레이디 디올 백은 기존 백보다 가격이 몇 배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려나가요. 아티스트 이불의 작품은 못 사더라도 이불의 작품이 담긴 백은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컬렉터의 구미를 당기는 거죠”라는 어느 갤러리 대표의 말은 일리가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브로치와 알렉산더 콜더의 목걸이가 100만 달러(약 1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웨어러블 아트가 일반 주얼리와 가방보다 몇 배나 비싼 것은 맞다. 하지만 예술가의 기존 작품 가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특히 직접 착용한다는 메리트가 있어, 작품을 구매해 거실에 거는 것보다 어쩌면 더 큰 만족감을 안겨준다.

1 조르지오 비그나의 펜던트 ‘Sospeso’(2018년).
2 릴리앤 린의 ‘Magma Necklace’(2017년).
3 누르 페어스 × 플라비에 아우디의 ‘Superlunary Cloud Cuff’(2017년).
4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에 빛나는 모니카 본비치니가 디자인한 반지.
5 솔 스튜디오가 만든 목걸이 ‘벨라’(2017년).

실제로 웨어러블 아트, 그중에서도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주얼리 시장은 지난 몇 년에 걸쳐 급성장했다. 크리스티 옥션의 인상파와 근대미술 분야 협력 디렉터 이모겐 커(Imogen Kerr)는 “사람들이 회화와 조각 같은 전통 매체를 벗어난 장르도 점점 예술로 인정하고 있죠. 그러면서 예술가의 주얼리 마켓도 동반 성장을 이룩했고, 웨어러블 아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어요. 예술과 패션, 디자인이 서로 얽힌 교차 지점인 현시대에 미술을 주얼리로 활용하는 컬렉터는 상당히 진보한 사람이죠”라며 웨어러블 아트의 가치를 높이 샀다.
매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가 열리는 12월과 아트 바젤이 개최되는 6월, 페어장 근처에선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이 열린다. 이 기간에 두 도시를 찾으면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페어에서 애니시 커푸어와 아이웨이웨이 등 이름난 예술가의 작품을 보고, 옆 디자인 페어에 가서 그들이 만든 주얼리를 감상할 수 있는 것. 실제로 2013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서 애니시 커푸어가 만든 브레이슬릿, 이어링, 커플링, 펜던트, 목걸이,링 등을 소개했을 때 관람객은 열광했다. 올해 아트 바젤에 맞춰 6월 12월부터 17일까지 열리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에서도 런던의 갤러리 엘리자베타 시프리아니(Elisabetta Cipriani)가 에르빈 부름과 모니카 본비치니등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다양한 주얼리를 선보일 예정이니 눈여겨볼 것.
웨어러블 아트의 선두주자 격인 런던 루이자 기니스 갤러리의 대표 루이자 기니스는 “예술가의 주얼리는 보석 이상의 예술 작품이에요. 아티스트가 만든 주얼리는 그들의 주요 작품과 긴밀하게 연결되니까요.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죠”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갤러리뿐 아니라 소더비의 S|2 갤러리 등에서 전시를 열며 애니시 커푸어 외에도 피카소, 니키드 생팔의 펜던트를 포함해 루치오 폰타나,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같은 명성 있는 미술가가 만든 주얼리를 소개해왔다.
마지막으로 루이자 기니스와 패션 디렉터이자 스타일리스트 어맨다 로스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루이자 기니스 갤러리에 처음 방문한 어맨다 로스는 당시 굉장히 아름다운 피카소의 초커를 갖고 있었다. 수천달러에 달하는 값비싼 초커 가격에 놀란 루이자 기니스를 향해 어맨다 로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던진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비싸다고요? 글쎄요. 생각해보세요. 이건 가장 저렴한 ‘피카소’예요.” 

 

에디터 백아영(xiaxia@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