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서관이라는 브랜드
TV 스타보다 유튜브 스타가 친숙한 10~20대의 우상, 국내 1인 미디어 시장의 개척자, 존재 자체가 브랜드가 된 인기 스트리머 대도서관은 의외로 게임 생각만 하고 있지 않았다.

유튜브 구독자 수 156만 명, 1일 조회 수 10만 회, 월간 조회 수 2000만 회. 인기 스트리머(streamer, 인터넷 방송 진행자) 대도서관은 성공한 국내 1인 미디어의 표본이다. 게임 <시드 마이어의 문명>에서 닉네임을 따온 그는 애초에 게임 스트리머로 시작해 현재는 각종 광고와 강연, 공중파 방송 진행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쓸데없는 재능이 능력이 되는 시대’라는 말을 구호처럼 외쳤다.
인터넷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몇몇 회사에 다닌 걸로 압니다. 영상 촬영 같은 기술도 거기서 배우셨고요. 군 제대 후 2002년 후배의 소개로 웹 커뮤니티 ‘세이클럽’에서 취미로 음악 방송을 했어요. 당시 목소리가 좋다는 얘길 많이 들었죠. 그게 인연이 되어 한 대형 학원 계열의 IT 회사에 들어갔어요.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종종 기획 회의에도 따라 들어갈 정도로 적극적으로 일했죠. 영상 촬영과 편집 등은 그때 다 배웠어요. 그러다 훗날 정직원으로도 채용됐고요.
그 후 옮긴 회사가 SK커뮤니케이션즈였습니다. 한데 거기도 1년 만에 나왔어요. 당시 ‘싸이월드’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회사였는데요. 신규 사업 기획 파트에서 일할 때였죠. 퇴근 후 동료들과 신규 사업과 관련한 모임을 만들어 공부했는데, 문득 정신이 들더라고요. 아, 사업! 사업!
그 사업이 뭐였나요? 인터넷 방송이죠. 주위에선 말렸지만, 전 아무래도 저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어야 장래가 있을 것 같았어요.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되면 뭐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요.
끝내 회사를 나와 방송을 한 거군요? 어찌어찌 1년쯤 경험해보니 적성에 잘 맞았어요. 사실 당시는 인터넷 방송이 저질 문화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는데, 전 젠틀하면서 재미있게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그 때문에 한때 ‘유교 방송’이라는 놀림도 받았지만요. 하지만 앞으론 장기적으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수년 만에 수백만의 방송 구독자를 거느리는 스트리머가 되었습니다. 공포나 액션 등 주로 게임 콘텐츠를 다루면서요. 하지만 솔직히 게임 실력이 좋진 않더라고요. 제 게임 실력은 일반인 수준이에요. 실수하고 도전하며 구독자와 함께 극복하는 게 묘미죠. 또 그 과정에서 제 나름의 허세와 각종 광고 패러디도 넣고요. 애초 프로 게이머 수준의 전문 공략을 하려 한 게 아니에요. 게임을 소재로 예능(방송)을 한 거죠.
게임을 소재로 한 예능이라. 게임 자체보다 ‘스토리’로 방송한다는 개념 같은 건가요? 그렇죠. 전 15평짜리 5층 방에서 처음 게임 방송을 했어요. 그 게임이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었죠. 강대국에선 빌고, 약한 국가에선 거드름 피우며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당연히 남자들이 제 방송을 많이 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성 구독자가 더 많았어요. 제 ‘이야기’에 빠져든거죠. 그래서 지금도 방송 전에 절대 게임을 먼저 해보지 않아요. 게임을 잘 모르기에 실시간으로 나오는 리액션이 있거든요.
대략 밤 10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인터넷 방송을 합니다. 나머지 시간엔 뭘 하세요? 방송이 끝나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 8시에 일어나요. 그럼 하루 스케줄을 확인하고 정오 무렵 일과에 돌입하죠. 인터뷰나 광고 촬영을 하기도 하고, 회사에 나가 기획 회의를 하기도 해요. 중간중간 책도 쓰고요. 피곤하면 낮잠도 잡니다. 나름 규칙적인 생활이죠. 이 세계에선 규칙적이고 성실한 게 중요해요. 안 그러면 오래 못 가죠.
현재 유튜브와 카카오TV를 통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이전 아프리카TV 시절 스트리머의 수입은 ‘별풍선’이었는데 유튜브와 카카오TV에선 뭘 쏘나요? 카카오TV는 ‘쿠키’, 유튜브는 ‘슈퍼챗’이라는 이름을 써요. 흥미로운 게, 슈퍼챗의 경우 각국의 화폐가 들어온다는 거죠. 하지만 전 그들에게 말해요. 기업 광고가 있으니 슈퍼챗을 쏘지 말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유튜브의 기업 광고 수익이 엄청난 걸로 압니다. 근데 그건 어떻게 발생하는 건가요? 유튜브 영상 하단에 30초가 넘는 광고가 붙었을 때, 이를 구독자가 30초 이상 시청하면 스트리머에게 수익이 떨어져요. 재미있는 건 유튜브 광고는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광고비 책정 또한 다르다는 거죠. 일례로 뉴욕에서 제 영상을 보면 미국 시장의 광고가 나가요. 그리고 그 단가는 국내 광고 단가의 7~8배나 되죠. 어쨌든 유튜브 광고로만 그렇게 한 달에 들어오는 수익이 3000만 원 정도예요. 이외에 기업 광고나 강연, 생방송 광고를 더하면 1억 원 이상일 때도 많죠.
수익을 쉽게 공개하실 줄은 몰랐어요. 제 구독자 수가 유튜브에만 156만 명이나 되는데, 제 수익이 알려지지 않는다면 방송을 하려는 이들이 망설일 수밖에 없어요. 말하자면 제가 수익을 공개해 더 많은 이가 방송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대도서관이 그 돈을 번다니까, 나라면 그 10분의 1만 돼도 괜찮지 않을까?’ 하면서요. 1인 미디어업계를 보다 성장시키기 위한 일종의 책임감이죠.
오랫동안 1인 미디어계의 일인자로 불린 스트리머는 평소 어떤 사고를 하는지 궁금해요. 집에선 주로 뭘 하세요? 기획 때문에 다양한 걸 봐요. 스트리머의 미덕은 넓고 얕게 아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저기서 조금씩 좋은 것만 뽑아 완성한 하나를 내놓는 경우가 꽤 있어요.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나라면 저걸 어떻게 만들까, 식당의 음식이 별로인데 나라면 어떻게 만들까 하며 많은 생각을 하죠. 스트리머로는 굳이 깊이 알 필요가 없어요. 더 깊이 알아야 할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되죠. 그저 이런저런 걸 섞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수준이면 된다고 봐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1인 미디어업계에서 ‘키즈’ 시장이 커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3년 전에 ‘키즈’ 시장이 커질 거라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커졌죠. 최근엔 유튜브에서도 아예 유튜브키즈(kids.youtube.com)를 출시했고요. 그런데 앞으론 ‘주부들의 시대’가 올 거예요. 그들이 경험한 요리와 육아, 드라마 소감 등을 공유하고 그게 방송이 되어 소비되는 시장이 생겨날 거예요. 현재 대부분의 주부는 블로그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론 분명 시장의 변화가 있을 거예요.
현재 EBS <대도서관 잡쇼>의 메인 MC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공중파 진출까지 염두에 둔 활동인가요? 아니요. 제 행동엔 일관성이 있습니다. 전 업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선택하죠. 결코 유명 연예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 1인 미디어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대도서관 잡쇼>의 경우 사실 기획부터 제가 함께한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먼저 제작진에 취업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제안했죠. 제 방송을 구독하는 많은 분이 ‘취업 고민’을 토로하거든요. 명확한 꿈 없이 ‘공무원’을 최고로 치는 현실이 안타까워 뭔가 해보자고 나선 경우죠.
지금 1인 미디어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요? 글로벌입니다. 유튜브를 예로 들면, 저는 유튜브를 ‘미디어의 혁신’으로만 보지 않아요. ‘유통의 혁신’이죠. 물건을 만들어 판다고 할 때, 그걸 마트에 유통해줄 사람이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상품을 알리면 그 판로가 한번에 개척되죠. 고로 언론이나 미디어업계에서도 적극 인터넷 방송을 활용해야 한다고 봐요.
당장 오늘부터 1인 미디어 방송을 시작하려는 이에게 조언 한마디만 해주세요. 지금은 쓸데없는 재능이 능력이 되는 시대예요. 그러니 누구든 자신의 취미를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덧붙여 1인 미디어 방송은 일종의 레스토랑 같은 거예요. 단골 관리를 어떻게 할지, 다른 레스토랑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시그너처 메뉴는 어떤 걸로 할지, 고민해야죠. 가령 <노블레스>나 <아트나우>의 인터넷 방송에서 ‘미술’을 주제로 방송한다면, 저는 구독자들에게 2분 안에 한 작품을 골라 이게 왜 명작인지, 왜 비싼지 아주 리드미컬하게 이야기하는 방송을 할 거예요. 이틀에 한 번씩요. 꾸준함이 중요해요. 그래야 그중 한 콘텐츠에 관심 있는 이가 구독자가 되고, 이전 콘텐츠까지 전부 소비되거든요. 그럼 자연스레 조회 수가 올라가고 단골이 생기죠.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채널의 다각화를 준비 중이에요. 라이프스타일과 푸드, 피트니스, 예능 등 다양한 채널을 고려하고 있죠. 더불어 아직 아무도 진입하지 못한 하이엔드 브랜드 시장에 대한 방송도 구상 중이에요.
에디터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사진 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