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시간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데는 어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할까. 여기, 세 권의 책은 대화의 기술보다 열린 태도와 진심 어린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 섞여 있는 순간에도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들면 주변과 단절된 나만의 세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시대에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진정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말하지 않아도 알거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 있지만 마주 앉아 속 깊은 이야기를 모두 꺼내놓고 봐야 할 때가 있다. 소통의 기본은 대화가 아니던가. 미디어가 발달해 의사소통 수단이 다양해진 뒤로 정작 줄어든 건 마음이 담긴 말과 말이 섞이는 진짜 대화다. 빈도가 줄어드니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 사이에 섞여 있는 순간에도 스마트폰 하나만 손에 들면 주변과 단절된 나만의 세상으로 빠져들 수 있는 시대에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진정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CNN에서 25년간 토크쇼를 진행해 미국 토크계의 전설로 불리는 래리 킹은 <대화의 신>에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많은 상황에서 대화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단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이 ‘말하는 태도’라고 한다. 화자로서 능력은 곧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래리 킹은 상황별 대화법을 제시하며 상대방에게 진정한 관심을 보이고, 자기 자신을 개방하며, 여러 사람이 있을 때 독점적으로 말하지 말라는 등의 조언을 한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놓치고 있을 뿐. 어떤 상황에서도 훌륭한 화자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기본자세를 돌아볼 일이다. ‘대화의 신’은 남다른 사람이 아니라 편안하게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므로.
토크쇼의 제왕이 실질적 대화의 노하우를 전한다면 40년간 치열하게 시를 써온 시인은 문학적 고민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인간적 물음을 진지한 대담으로 풀어냈다. 이성복 시인의 <끝나지 않는 대화>는 1983년부터 2014년에 걸쳐 진행한 대담 16편을 엮은 책이다. 시인이 새로운 시집을 발표했을 당시 이루어진 대담으로 시기별로 그가 가진 삶의 화두가 무엇이었는지 볼 수 있다. 한 장씩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질문이, 그리고 어떤 대답이 나올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시인의 사유는 깊고 명징하며 스스럼없는 일상의 생각을 내보인다. 문장 속에서 16명의 대담자와 이성복 시인 사이에 오가는 교감의 각기 다른 결이 느껴지고, 문학과 삶을 말하는 이들의 겸손하고 진지한 대화법도 엿보인다.
화가와 미술평론가가 오랜 세월 이어온 대화도 있다. <다시, 그림이다>는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10여 년간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회화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범위가 확대되어 점차 ‘사람과 그림’에 대한 논의로 다가갔고, 두 사람은 세계가 어떻게 생겼으며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 재현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예술가와 평론가가 나눈 대화는 책을 읽고 있는 독자마저 어느새 그들의 대화로 초대되어 그림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반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가정의 달이라 이름 붙인 5월이다. 가족과 얼마나 많은 대화, 아니 ‘진짜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대화’의 책은 이 계절 가장 가까운 사람과 살가운 대화를 시작해보라고 넌지시 말한다. 그럼 봄날이 한층 따스하게 느껴질 거라고.
에디터 안미영 (myah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