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품격
우리는 매일 말을 하면서 산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협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할 때, 혹은 직장 동료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효과적인 대화법은 따로 있다. 각각의 상황에 맞는 대화법을 알아두면 타인과의 관계는 더욱 원만해지고 업무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 우아하게 이기는 법, 어렵지 않다.
제대로 말하고 원하는 것을 가져라
말을 잘하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마치 걷기, 숨쉬기처럼 당연한 걸로 보이지만 같은 내용을 전달해도 조리 있고 명확하게 말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많지 않다. 매일 아침 눈을 떠서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타인과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살아간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이메일이나 전화 통화, SNS까지 다양한 창구를 통해 말을 할 때 효과적인 대화의 노하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 경쟁 상대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대화법,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상황을 개선하는 간단하지만 힘 있는 화법 말이다. 전략적으로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라는 것이 아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한 화법을 사용해보자. 상대방의 호감을 사고 서로 공감하고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대화는 몇 가지 룰이 있고, 평소 훈련으로 충분히 대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대화의 노하우로 공감과 경청이 있다. 이것만 잘해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먼저 공감은 모든 관계에 평화를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대화를 할 때 가장 먼저 상대방의 말에 공감을 표현하자. 집안일 때문에 회사에서 짜증을 내는 동료에게 “많이 속상했겠네요.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라는 간단한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제스처를 취하면 분위기는 부드러워지고 대화는 더욱 쉬워진다.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린 다음, 진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순서다.
두 번째는 경청. 상대방이 뭔가 실수를 했을 때 모든 전후 상황이 빤히 보인다고 해도 상대의 설명을 듣기 전에 먼저 판단을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다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변명으로 들린다 해도 끝까지 들어본 후 말해도 늦지 않다.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마음속으로 옳다, 그르다 판단부터 하고 들으면 결국 본인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게 된다. 상대방의 의도와 일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들어보고 판단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외에도 당신의 화법을 더욱 세련되고 풍성하게 만들어줄 몇 가지 룰을 정리했다. 공감과 경청이라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다진 후, 지금부터 알려주는 룰을 기억해 각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해서 쓰는 훈련을 해보자.
반대 의견을 말할 때, 가장 잘 들어야 한다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 팀원이 열심히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혹은 친구가 고민을 털어놓으며 내 의견을 묻고 있다. 대부분 처음 상대방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머릿속으로 찬반 선택을 한다. 상대방과 반대의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면 더더욱 끝까지 차분하게 들어줘야 한다.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반대하면 경솔하고 성의 없어 보인다. ‘네 말도 맞는데 말이야’라며 동의하는 듯한 모션을 보이다가 반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내가 이 말을 들었다면?’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본다
매번 좋은 말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일의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 머릿속으로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본다. 그리고 그 말을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떨지 자문해본다. 무심코 내뱉을 때는 모르지만 내가 직접 듣는다고 생각하면 그 말이 얼마나 기분 나쁜지 알 수 있다. 자신이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하고 과하다 싶은 말은 아예 하지 않거나 순화된 표현을 찾아야 한다.
비난이 아니라 해결책을 제안하는 코치 역할을 하라
아랫사람이나 타인의 실수로 손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가장 쉬운 행동은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을 하는 것이다. 속상하고 화가 나니 잘잘못을 따져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해결책을 찾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일이다. 상대방이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물어본 후 해결책을 제시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미래형으로 말하며 마무리한다. “대화 속에서 본인의 실수를 스스로 깨닫게 하고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도록 코치의 역할을 하는 것이 윗사람의 대화법입니다.” 전미옥 CMI연구소 소장의 조언이다.
30분, 순간적 감정의 배설을 막아준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고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순간이 있다. 이때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 부드러울 리 없다. 평소보다 거칠고 날카로운 말이 나온다. 순간적 감정의 배설로 속은 시원할 수 있겠지만 그 말은 두고두고 남는다. 화가 나서 입 밖으로 폭언이 나올 것 같다면 30분만 기다렸다 말한다. 30분 동안 마음을 진정시키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찾아올 후회를 막을 수도 있다. 폭언을 하고 마음 편할 사람이 있겠는가. ‘분노의 한순간을 이겨내면 백 일 동안의 슬픔을 피할 수 있다’는 중국의 속담을 기억하자.
원색적인 비난은 건조하게 되묻는다
상대방이 내 진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못되게 말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는다면 건조한 톤으로 “지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씀인지요?”라고 되물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일단 대답은 한 셈이고 상대의 의중을 파악해 다음 말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지금 도를 지나쳤다는 뜻으로 일종의 경고가 될 수 있다. 누구도 서로를 모욕할 권리는 없다. 자제력을 유지하며 공격을 중단시켜야 한다.
내면이 불안할수록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열등감이 심할수록 공격적으로 말해서 자신의 내면을 감추려고 합니다. 이들은 남의 잘못을 먼저 찾아 이기고 싶어 하고, 통제권을 가지려 하죠. 상대가 당신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했을 때 왜 그렇게까지 심한 표현을 쓰는지 이유를 생각해보세요.” 신경정신과 전문의 정유미 선생은 상대방이 느끼는 최소한의 분노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제3자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을 나에게 분풀이하는 것이라면 적당히 받아주고 피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못되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상처 받을 필요가 없다. 불쌍하게 생각하고 넘기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칭찬을 적립하라
대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방법은 칭찬이다. 상대방이 매일 같은 헤어스타일이라고 해도 ‘오늘따라 유난히 스타일링이 잘된 것 같아요’, ‘오늘 바른 립스틱 컬러 잘 어울려요’, ‘아까 회의 때 아이디어 무척 좋았어’ 등 칭찬거리를 찾으려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뭔가 대가를 바라고 하는 껍데기뿐인 칭찬이 아니라 사소하지만 진심이 담긴 칭찬을 해야 한다. 단점만 보고 지적할 사항만 말하는 사람은 꼼꼼할 수는 있지만 환영받는 사람이 되긴 힘들다. 평소에 칭찬을 많이 적립해두면 당신의 지적도 기분 좋은 충고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다.
명령보다는 제안을 하라
간단하게 생각하자. ‘OO을 해’보다 ‘OO을 할 수 있겠어?’ 혹은 ‘OO을 해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는 것이다. 특히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 효과적인 방법이다. 고수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기분 좋게 하게끔 이끈다. 명령이 아닌 제안으로 들리게 말한다. 질문과 권유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결정하도록 의사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명령보다 본인이 하겠다고 한 일이기 때문에 더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네, 맞아요’, ‘그렇죠’와 적절한 질문 던지기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이야기가 더 풍성해져 깊은 속내를 듣고 싶다면, 혹은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나오게 유도하고 싶다면 긍정적인 피드백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리액션이 좋은 패널이 가장 인기가 높은 것과 같다. ‘네, 맞아요’, ‘그렇죠’ 등 공감을 표현하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사용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고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뜻으로 ‘어쩌면 그런 생각을 했어요?’ 같은 간단한 질문을 던지면 호감을 더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표정과 제스처도 언어가 된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하는 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우리가 짓는 표정, 몸짓, 시선 처리까지 모든 게 언어가 된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웃거나 눈을 크게 뜨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방어 혹은 거부, 경계의 뜻으로 보이니 두 손은 무릎이나 책상 위에 두는 것이 좋다. 보통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면 좋다고 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에 반대해야 할 때는 눈을 정면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정면을 잠시 응시한 후 자연스럽게 미간과 인중, 혹은 턱의 중간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하는 것이 좋다.
들어주기와 조언하기
누군가 당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할 때, 반드시 조언을 해주거나 해결책을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저 자신의 속내를 들어주고 동의해주길 바랄 뿐이다. 상대가 들어주길 바라는지, 진짜 조언을 구하는 것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선한 의도로 한 이런저런 조언이 영양가 없는 잔소리가 될 수도 있다.
에디터 고현경
일러스트 김상인 참고 서적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대화법>(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펴냄), <이기는 대화>(이서정 지음, 머니플러스 펴냄),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샘 혼 지음, 갈매나무 펴냄),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샘 혼 지음, 갈매나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