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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희, 배병우, 정상화, 김병호, 쉬빙, 송현숙 작가의 작업실 속 한 컷.

ARTNOW

도윤희, 배병우, 정상화, 김병호, 쉬빙, 송현숙 작가의 작업실 속 한 컷.

도윤희

ⓒ 김정근

도윤희 작가가 평창동 작업실로 이사 온 지도 올해로 12년째다. 건물 곳곳에 녹이 슬고 먼지가 끼고 책상과 의자 색깔이 조금씩 변하면서 공간도 서서히 나이를 먹는다는 걸 매일같이 확인하며 산다. 그만큼 정도 들었다. 그래서 가끔은 외출할 때 공간에게 음악을 틀어준다. 작가가 작업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작은 책상이 놓인 지하의 한구석이다. 책상 하나 들어가는 좁은 공간인데 3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어 아침이면 햇빛이 깊숙이 들어온다. “지나친 화려함이 없으면서 필요한 것은 다 있다.” 그녀가 베를린을 좋아하는 이유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같다. 원래 가장 좋은 것은 그녀의 말처럼 잉여가 없다.

배병우

ⓒ 박종우

사진작가 배병우의 작업실에서 주방은 꽤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여수 사람인 그는 바다를 찍고 그곳의 돌도 찍는다. 그런데 거기까지면 재미없다. 무뚝뚝한 전라도 남자인 그의 주변에 늘 사람이 북적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고향 여수에서 사시사철 싱싱한 먹거리가 택배로 올라오는 날, 마침 작업실을 찾은 손님에게 뚝딱 요리해 대접하는 자상함 때문이다.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빛의 놀라운 섬세함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정상화

ⓒ 안지섭

단색화의 선봉에 서 있는 정상화 작가의 작품엔 노동의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칠하고 굳히고 뜯고 벗기고 다시 칠하는 반복적 작업. 그래서 여주의 숲 속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엔 시간과 싸운 고된 흔적이 아름다운 파란 꽃잎 모양으로 여기저기 나뒹군다. 저 조각들을 한 아름 모아 물에 풀어놓으면 아직 그 누구도 구경 못한 지중해 어딘가의 깊은 바닷빛이 되지 않을까?

김병호

ⓒ 안지섭

김병호 작가의 작업실 벽을 보면 그는 작가라기보다 엔지니어처럼 보인다. 피치게이지, 센터드릴, 금속판의 드릴비트, 카운터 싱크, 탭다이스, 파이프 커터, 육각 렌치드라이버, 몽키스패너 등 금속을 다룰 때 사용하는 도구는 모두 그가 기술자 그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와 힘을 합쳐 모듈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이다. 차갑지만 매끈하고 깔끔하지만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을 풍기는 그의 작품 속 자랑스러운 주인공이다.

쉬빙

ⓒ 김동욱

여긴 공장이 아니다. 아니, 공장이다. 작품 만드는 공장. 쉬빙의 작업은 거대한 창고가 아니면 안 된다. 2015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봉황 작품을 만드는 이 현장에서 쉬빙은 끊임없이 주변의 일꾼과 어시스턴트를 챙겼다. 심지어 인터뷰 사진을 찍을 때도 “내 작품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꼭 같이 찍어야 한다고 했다. 20명은 족히 넘는 건장한 남자들의 단체 사진을 찍어주고 나오는 길, 종이에 갇힌 꿈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그것을 드디어 완성하는 순간을 그들과 함께하는 걸 보며 “그렇지, 그건 엄청난 의미가 있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김병호

ⓒ 요헨 힐트먼

독일 함부르크 집 뜰에서 송현숙 작가는 닭도 키우고 쑥갓과 상추, 호박도 재배한다. 나태해지지 않으려 밭을 일구고 수확의 중요성을 느낀다는 그녀는 그 옛날 그녀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농사짓듯 열심히 작업한다. 단순한 몇 번의 붓질인 것 같지만 생각과 호흡이 완벽히 일치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그 때문에 아직도 그녀는 집 옆 작업실에서 한국에서 공수한 붓으로 수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