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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의 새로운 언어

LIFESTYLE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조형 언어로 도자를 풀어낸 동시대 작가들.

Arlene Shechet, Deep Dive, Glazed Ceramic, Painted Hardwood, Steel, 99.1×96.5×50.8cm, 2020.
Photo by Phoebe d’Heurle ©Arlene Shechet, Courtesy of Pace Gallery

알린 셰칫  Arlene Shechet 
기울고, 뒤틀리고, 구부러지며 마치 녹아내리는 듯한 알린 셰칫의 작품이 지닌 중력을 거스르는 형상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셰칫은 이를 통해 도자라는 재료가 지닌 조형적 표현의 가능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모순된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관람객의 흥미와 시선을 붙잡는다.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주위를 돌며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작업은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직관과 즉흥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살면서 느끼는 유머, 비애 같은 감정의 진폭을 탐색하는 작품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자를 다루기 시작한 작가는 흙이라는 재료가 지닌 유연함과 강인함, 연약함과 견고함이라는 상반된 성질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유약 실험과 다양한 재료의 결합을 통해 도자 조각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그는 형태와 재료, 나아가 삶의 내면에 자리한 긴장감을 파고들며 도예를 동시대 조각 언어로 끌어올린 선도적 작가로 평가받는다.

Takuro Kuwata, Tea Bowl, Porcelain, Glaze, Steel, Pigment, Platinum, 48×56.5×53.5cm, 2024.
Photo by Osamu Sakamoto ©Takuro Kuwata, Courtesy of Kosaku Kanechika

구와타 다쿠로  Takuro Kuwata 
도자기를 통해 전통과 현대, 공예와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본 작가 구와타 다쿠로는 도자의 세계에 깊이 뿌리를 두면서도 이를 과감히 비틀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로에베를 비롯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주목받은 그의 작품은 채도 높은 색감과 강렬한 텍스처, 파손과 균열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물성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극적인 외형 속에는 흙과 유약이 지닌 도자기 고유의 촉감도 고스란히 살아 있다. 작업 방식은 치밀한 통제보다는 우연과 변형의 가능성에 열려 있다. 두껍게 바른 유약이 흘러내리거나 갈라지고, 흙에 섞인 돌이 고온의 가마 속에서 터져나오며 표면을 찢는 방식 등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작품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작가는 이처럼 흙과 유약이 뜨거운 열을 만나 만들어내는 불완전함과 우연성을 기꺼이 수용하며, 그 안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조형 세계를 펼쳐 보인다. 구와타 다쿠로의 작업은 도자기의 물성과 감각을 동시대 예술 차원으로 확장하며 독립된 시각언어로 자리매김한다.

에디터 조인정(ijcho@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