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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페리뇽, 끝없는 창작의 여정

LIFESTYLE

단순한 와인을 넘어 시대와 함께 진화하는 철학을 실천해온 돔 페리뇽. 지난 5월 런던에서 펼쳐진 메종의 여정은 ‘창작’이 돔 페리뇽에 얼마나 본질적 가치인지 명확하게 보여준 시간이었다. <노블레스>가 시간의 흐름을 응시하며 완성된 이 감각적 여정을 함께했다.

테이트 모던에서 만난 2025년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캠페인.

전설의 서막, 돔 페리뇽이 문화가 되기까지
돔 페리뇽의 이야기는 17세기 말 프랑스 샹파뉴 지방 오빌리에 수도원에서 시작된다. 1668년,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샴페인의 새 역사를 열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전이 아닌, 철학과 감성을 담은 ‘창작’의 출발이었다.
돔 페리뇽은 메종 고유의 창작 방식을 한결같이 지켜왔다. 그 중심에는 ‘오직 빈티지 샴페인만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 한 해에 수확한 포도만 사용함으로써 그해 자연과 시간의 본질을 담아내는 것. 해마다 다양한 도전이 따르더라도, 때로는 빈티지를 포기하는 결단을 감수하며 자연에 대한 진정한 헌신을 실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아상블라주(Assemblage)’ 또한 돔 페리뇽의 창작 철학을 구현하는 핵심이다. 다양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품종을 정교하게 블렌딩해 이상적 조화를 이루는 과정으로, 단순한 와인 제조를 넘어선 창의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정밀함, 강렬함, 촉각적 감성, 미네랄리티, 복합성, 완성도, 그리고 독창적 균형.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빈티지마다 돔 페리뇽만의 예술성을 구현해낸다.
이처럼 돔 페리뇽은 와인을 넘어 시간과 자연, 감각이 교차하는 창조물로 존재해왔다. 메종은 시대와 함께 예술·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수많은 문화 아이콘이 이 여정에 동참했다. 어떤 이는 돔 페리뇽에서 영감을 받았고, 또 어떤 이는 그 여정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1960년대, 사진작가 버트 스턴은 메릴린 먼로와 화보 촬영을 하면서 보다 깊은 영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1953년산 돔 페리뇽 한 상자를 주문했다. 그는 훗날 “뭔가 빠져 있었어요. 바로 돔 페리뇽이었죠”라고 회상했다. 1974년에는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빈티지 1968을 폴라로이드로 담아 예술 작품으로 승화했다. 이 사진은 연하장으로 사용되며 ‘퀴베 돔 페리뇽(Cuvee Dom Perignon)’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고, 이듬해인 1975년 그의 대표작 ‘샴페인 3부작(Champagne Triptych)’에 등장해 단순한 와인병을 예술로 끌어올렸다. 앤디 워홀은 돔 페리뇽 2000병을 구입해 친구들과 새 밀레니엄을 맞이하겠다는 약속을 나눴다. 이 모든 순간은 돔 페리뇽이 단순한 샴페인을 넘어 창작과 영감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돔 페리뇽의 새 장을 연 7인의 크리에이터
5월 12일, 돔 페리뇽의 공식 SNS에 새로운 메시지가 공개되었다. “창작은 끝없는 여정(Creation is an eternal journey).” 이 한 문장은 메종의 새로운 창작 챕터의 서막을 알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브랜드 캠페인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플랫폼이자 예술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이 여정에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창작자 일곱 명이 함께했다. ‘창작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두고, 배우 겸 감독 조 크래비츠, 예술가 틸다 스윈턴, 셰프 클레어 스미스, 뮤지션 이기 팝, 무용가 알렉산더 에크만,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뮤지션이자 팝 아티스트, 그리고 프로듀서 앤더슨 팩이 각자 언어로 돔 페리뇽의 철학을 해석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다양한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은 돔 페리뇽의 아상블라주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서로 다른 요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창작의 미학, 바로 그것이 메종이 지향하는 궁극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돔 페리뇽의 과거를 담은 아티스틱 쇼케이스.

테이트 모던을 물들인 돔 페리뇽의 세계관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2025 레벨라시옹(Revelations)’이 지난 5월 15일 런던에서 펼쳐졌다. 캠페인에 참여한 크리에이터 여섯 명(무라카미 다카시 제외)을 비롯해 전 세계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에디터 역시 이 뜻깊은 여정을 기록하고자 직접 현장을 찾았다.
그날 저녁, 테이트 모던은 돔 페리뇽의 시간을 초월한 세계로 변모했다. 초청객들은 세 악장으로 구성된 쇼케이스를 통해 메종의 유산과 철학을 감각적으로 경험했다. 첫 번째 악장은 돔 피에르 페리뇽의 창조 정신, 그리고 이를 계승한 예술가들과의 대화를 조명했다. 두 번째 악장은 현재를 다뤘다. 콜리어 쇼어와 카밀 서머스-발리가 촬영한 인물 사진과 영상,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이 최신 빈티지를 통해 나눈 감각적 해석이 소개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악장은 미래.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캬브 뱅상 샤프롱이 기획한 ‘창작의 순환’을 주제로, 포도 재배부터 양조, 블렌딩에 이르는 여정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여정
돔 페리뇽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명하는 이 특별한 순간, 메종의 새로운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가 처음 공개되었다. 2018년 런던에서 빈티지 2008이 데뷔한 이후 정확히 7년 만에 같은 도시에서 다시 펼쳐진 역사적 순간이었다.
“비스킷처럼 고소하고, 바스락거리는 질감이 입안 가득 퍼졌어요.” 에디터는 2008 플레니튜드 2를 음미한 소감을 셰프 드 캬브 뱅상 샤프롱에게 전했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아마 맞을 거예요. 플레니튜드 2는 섬세한 기포가 혀끝에서 입천장으로 부드럽게 퍼지면서 설탕에 절인 레몬, 베르가모트, 백도, 코코아, 커피 향이 어우러진 복합적 풍미를 전하죠. 고소하고 크리스피한 질감은 감각을 생생하게 일깨우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플레니튜드 2에 몰입하던 중, 문득 2008년 빈티지와 비교하는 경험은 어떤 감각일지 궁금해졌다. “3주 전, 틸다와 그녀의 남편이 샹파뉴를 방문해 두 빈티지를 비교 테이스팅했는데, 결국 눈물을 흘렸어요. 동일한 와인을 서로 다른 시간의 결에서 맛본다는 것, 그것은 곧 하나의 와인 안에 두 삶을 경험하는 철학적 여정이죠.” 뱅상이 덧붙였다. 그 순간, 와인에 인생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과거 유산을 현재에 체험하고, 그것이 다시 시간 속에서 숙성될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밤의 미식은 미쉐린 3스타 셰프 클레어 스미스가 선보인 디너에서 절정을 맞았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구성된 이 특별한 만찬은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와의 페어링을 통해 감각과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선사했다. 특히 미래를 상징하는 코스의 핵심인 ‘버섯 요리’는 발효, 효모, 미생물이라는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철학을 담아내며 메종의 본질과 연결되었다. 식사가 끝난 뒤 손님들은 틸다 스윈턴이 직접 집필하고 낭독한 시 ‘Notes for Radical Living’을 감상했다. 연작 기도문처럼 구성된 이 시는 시간과 창작, 그리고 변화를 향한 시적 찬가로 울려 퍼졌고, 그녀의 목소리는 시간마저 잠재운 듯 고요함을 자아냈다. 밤의 마지막은 DJ 피 위(DJ Pee .Wee, 앤더슨 팩)와 자밀라 엘파키의 음악이 장르와 세대를 넘어 여유롭게 흐르며 창작의 에너지를 온전히 폭발시키는 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레벨라시옹 행사장을 찾은 앤더슨 팩과 조 크래비츠.

돔 페리뇽, 새로운 창작의 장으로
그러나 그 밤은 끝이 아니었다. 창작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돔 페리뇽은 그 여정의 중심에서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돔 페리뇽은 캠페인에 참여한 크리에이터들과 대화를 이어가며,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되는 디자인 피스와 라이브 퍼포먼스 시리즈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돔 페리뇽의 철학과 감각, 예술과 시간을 통합한 몰입형 경험을 통해 샴페인이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구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메종은 사상 처음으로 한정된 기간 동안 네 가지 빈티지를 연속 공개하는 계획도 세웠다. 첫 번째는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 그리고 뒤이어 ‘빈티지 2017’을 선보인다. 이는 전임 셰프 드 캬브 리샤 지오프로이의 마지막 작품으로, 한 시대의 완성을 상징한다. 이어지는 ‘빈티지 2018’은 현 셰프 드 캬브 뱅상 샤프롱 체제 아래 처음 탄생한 빈티지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다. 마지막으로 공개될 ‘돔 페리뇽 로제 빈티지 2010’은 피노 누아의 깊이를 10년에 걸쳐 탐구한 결과물로, 메종 고유의 감성과 균형미가 응축되어 있다.
각기 다른 시기와 감정, 창작의 농도를 담은 네 가지 빈티지는 하나의 철학 아래 긴밀하게 연결된다. 2026년, 돔 페리뇽은 그 정수를 세상에 공개할 준비를 마쳤다.

뱅상 샤프롱과 틸다 스윈튼, 그리고 자크 지라코.

 Interview  with Jacques Giraco, dom pérignon managing director
돔 페리뇽 매니징 디렉터 자크 지라코를 국내 매체 최초로 <노블레스>가 단독 인터뷰했다. 그와의 대화에는 돔 페리뇽이 걸어온 여정과 현재 펼쳐지는 창작의 순간, 그리고 메종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025 레벨라시옹의 장소가 테이트 모던으로 정해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돔 페리뇽의 레벨라시옹은 매년 열리는 창작 헌정 행사입니다. 이번에도 우리의 철학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문화적이면서 상징적인 공간을 찾았고, 런던의 테이트 모던이야말로 ‘창작은 영원한 여정이다’라는 메시지를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오빌리에 수도원처럼, 이 공간은 창의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퍼뜨릴 수 있는 장소입니다.
돔 페리뇽이 이번 행사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이번 행사장에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축제의 순간을 모두 담아냈습니다. 서로 다른 시간과 감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시도였고, 우리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죠. 어쩌면 처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 중 하나일 수도 있고요. 분명한 건, 이번이 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돔 페리뇽의 여정은 계속되고, 미래는 늘 새로운 형태로 이어질 테니까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사실 그 과정은 복잡하면서도 단순했습니다. 우리는 단지 유명인사가 아닌, 돔 페리뇽과 진정으로 연결된 예술가를 찾고 싶었어요. 브랜드를 이해하고, 자신의 작업 속에서 진심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 조 크래비츠는 감독으로서 시적인 감각을 보여줬고, 앤더슨 팩은 뮤지션이자 드러머로서 본질적 리듬을 지니고 있어요. 이들은 단지 홍보 모델이 아니라 창조적 대화의 주체였습니다.
실제로 아티스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아티스트 모두 돔 페리뇽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몇몇은 샹파뉴에 있는 오빌리에 수도원을 방문해 와인을 체험했습니다. 이기 팝은 1970년대 돔 페리뇽을 처음 접했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어요. 그에겐 이 브랜드가 하나의 추억이자 상징이었죠. 그래서 이 협업이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이고 진정성 있는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돔 페리뇽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지속가능성은 빠질 수 없는 주제입니다. 최근 기후변화로 2023 빈티지를 출시하지 않기로 한 결정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죠? 그렇습니다. 지속가능성은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공존할지 묻는 본질적 질문입니다. 우리는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고, 그 안에서 겸손한 동반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돔 페리뇽은 처음부터 그런 철학을 지녔지만, 이제는 그것을 더욱 분명하게 실천에 옮기고 있죠. 최근에는 포장재에서 플라스틱을 없애는 등 구체적 실천도 이어지고 있어요. 이제는 팀의 젊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돔 페리뇽은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해왔습니다. 이런 협업을 통해 젊은 세대와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예술과의 협업은 돔 페리뇽의 문화와 철학을 새로운 언어로 번역하는 창구입니다. 우리가 칼 라거펠트,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앤디 워홀 등과 협업해 보여준 것은 단지 이름값이 아닌 진정한 대화였어요. 각 협업은 브랜드 철학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동시에 다양한 세대와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
한국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가능성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한국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문화 강국이자 돔 페리뇽과 가치적으로 깊이 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리 프로젝트는 계속 확장될 것이고, 진정성 있는 예술가와의 협업은 언제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한 ‘럭셔리 제품’보다 감정적으로 연결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몰입형 경험’을 추구합니다. 돔 페리뇽은 이러한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나요. 우리는 돔 페리뇽이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기억과 예술, 감성을 잇는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하길 바랍니다. 2026년까지 이어질 이번 창작 챕터는 한정판 디자인과 라이브 퍼포먼스, 감각적 요소와 철학적 메시지가 어우러진 총체적 경험으로 구성했습니다. 앞으로도 돔 페리뇽은 예술과 철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삶과 창작을 잇는 몰입형 경험을 제안할 것입니다.

뜨거웠던 애프터 파티 현장.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

 

에디터 서혜원(h.seo@noblesse.com)
사진 돔 페리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