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 시승기
제각기 다른 이유로 2열이 궁금한 차량 세 대를 모았다.
쇼퍼드리븐의 재정의
The New Mercedes-Maybach GLS 600 4MATIC Manufaktur
쇼퍼드리븐 하면 대부분 세단을 떠올릴 것이다. 이 차를 만나기 전까지는 에디터도 그랬다. 투톤 페인트 외관 컬러, 고광택 크롬 바를 세운 라디에이터 그릴, 마이바흐 패턴을 새긴 프런트 에이프런 등 곳곳에서 보통의 GLS가 아님을 드러낸다. 뒷좌석 문을 열면 지향점이 한층 명확해진다. 차원이 다른 럭셔리의 실현. 드넓은 2열 공간에는 부드러운 나파 가죽으로 마감한 이그제큐티브 시트가 자리한다. 등받이는 43.5도까지 기울어지고, 다리 받침대도 함께 늘어나 퍼스트 클래스 이상의 안락함을 선사한다. 11.6인치 터치스크린을 포함한 MBUX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영화나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데, 2열의 탈착식 태블릿 덕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화면을 조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포인트다. 어쿠스틱 컴포트 패키지를 탑재해 외부 소음을 철저히 차단하며, 부메스터? 하이엔드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풍부한 음향이 정적을 아름답게 메운다.
SUV의 아쉬운 승차감은 높은 차고에 기인한다. 코너를 돌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세단에 비해 심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이 차는 SUV이기에 앞서 마이바흐다.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결합한 E-액티브 보디 컨트롤 서스펜션이 롤링, 피칭 및 리프팅 현상을 기가 막히게 억제하는 것은 물론 각 휠의 스프링과 댐핑력을 개별적으로 제어해 거친 노면도 융단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특히 2열 탑승자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전용 주행 모드 ‘마이바흐’에서 변속기는 흔들림 없는 승차감을 위해 빠르고 부드럽게 기어를 변속한다. 마치 변속기가 없는 것처럼. 첨단 기술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니 완벽한 쇼퍼드리븐 차량이 보인다. 공간감, 고급감, 승차감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 차를 선택하지 않을 유일한 이유는 세단이 더 좋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_황제웅
황실 리무진이 떠오른다
The All-New LM 500h Royal
일본 황실 리무진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이미지는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을 만났다. 바로 렉서스 LM 500h. 의전 차량의 필요 조건은 내려다보는 시선일 것이다. 오늘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동차 장르로는 SUV와 미니밴이 있다. LM 500h의 선택은 미니밴이다. SUV보다 우아한 승하차가 가능하고, 화려한 왕관을 써도 여유로운 헤드 공간을 갖췄다.
LM 500h는 1열과 2열에 적용한 가죽이 다르다. 1열 시트의 세미 아닐린 가죽도 고급스럽지만, 2열 상석에 사용한 가죽은 모기가 문 흔적조차 허락하지 않는 최고급 L-아닐린 가죽이다. 안아주듯 포근하게 몸을 받쳐주는 착석감이 대단하다. 백성에게 위엄을 보이기 위한 업라이트 포지션에서도, 잠시 동안의 휴식을 위한 리클라이닝 위치에서도 최상의 평온함을 제공한다. 온몸의 온도를 섬세하게 별도 조절하는 리어 클라이밋 컨시어지 에어 컨디셔너, 간결하지만 강단이 느껴지는 마사지 기능 등에서 2열 공간의 높은 완성도가 느껴진다.
파티션 윈도를 올리고 유리를 불투명하게 바꾸는 디밍 기능을 사용하면 1열과 2열은 완벽하게 단절된다. 뒷좌석에서 오디오 볼륨을 높여도 앞좌석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울림, 그게 전부다. 어쿠스틱 글라스와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로 완성한 고요함은 마크 레빈슨 레퍼런스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음향, 48인치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의 빛으로 뒤덮인다. 2열 공간은 오직 두 VIP만을 위한 로열 박스다.
LM 500h의 승차감은 완벽하지 않다. 드넓은 공간을 위해 미니밴의 형상을 취했기에 따라오는 숙명이다. 하지만 뒷좌석 승차감을 위해 모든 설정을 집중하는 ‘리어 컴포트’ 모드, 시트와 차체를 격리하는 방진고무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VIP의 안락함을 추구한다. 렉서스가 강조해온 ‘오모테나시’(최고 환대)가 LM 500h에서 비로소 와닿는다.
_나윤석(자동차 컨설턴트)
안락함보다는 쾌적함
Ferrari Purosangue
푸로산게는 순수한 페라리다. 다른 GT 모델과 마찬가지로 장거리 여행을 위한 스포츠카로 태어났다. 다만 네 명이 여유롭게 탑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러기 위해 공간이 넓어지고 형태도 달라졌다. 날렵한 형상을 23인치 거대한 휠에 얹어 화성 탐사대 차량의 스포츠카 버전을 보는 듯하다. 차체는 바람으로 조각한 듯 날카롭고도 유려하다.
2열로 들어가려면 윈도 실드의 힌지를 당겨야 한다. 2열에는 앞좌석과 동일한 버킷 시트가 장착돼 스포츠 주행이 강조된다. 열선이 내장된 전동 시트로 앞뒤 이동은 물론 등받이 조절도 가능하다. 2열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쾌적함’이다. 구름 같은 승차감은 아니지만, 쾌적함으로 안락함을 대체한다. 컴포트 모드로 도심 정체 구간을 이동할 때는 다소 단단한 승차감이 두드러졌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니 딱딱한 느낌이 꼬리뼈를 타고 올라왔다. 앞쪽에서 들리는 엔진음이 고음역대 보컬이라면, 뒤쪽에서 들리는 배기음은 베이스다. 낮은 기어에서 커지는 12기통 오케스트라가 실내를 풍성하게 채웠다. 페라리의 자연 흡기 V12 엔진 사운드는 이전과 같지만, 실내에는 노이즈 캔슬링 모드로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사운드가 유입됐다. 대신 정교한 음질의 부메스터 오디오가 준비됐다.
헤드룸과 레그룸은 여유롭다. 버킷 시트가 옆구리를 지지하고, 푹신한 헤드레스트가 머리를 받쳐줘 뒷좌석에 앉은 이의 피로가 덜하다. 시야도 쾌적하다. 계기반이 훤히 보이고, 앞 유리도 한눈에 들어오며, 전기 변색 글라스 루프가 개방감을 선사한다. 재미있는 기능은 뒷좌석 중간에 자리한 로터리 인터페이스로, 시트 온도나 글라스 루프 등을 조정한다. 하단의 이중 유리컵 홀더, 수납공간의 무선 충전기는 숨겨져 있어 한층 깔끔하다. 와인딩에서는 최신 자체 제어 시스템 ‘사이드 슬립 앵글 컨트롤 8.0’이 안정감을 발휘했다. 영화 <기생충>의 박 사장처럼, 커피를 들고 표면이 흔들리는 걸 지켜봤다. 조금 기울어지긴 했지만, 충분히 합격이었다.
_조진혁(자동차 칼럼니스트)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