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장이 서는 날
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디자인 페어. 올해도 판을 벌릴 채비를 마친 글로벌 디자인 페어를 소개한다.
Barnaby Barford, Chandelier ‘Jungle Vip’, 2014
지난해 더 살롱 아트+디자인에서 뉴욕 갤러리 Friedman Benda 부스에 전시한 캄파나 형제의 ‘Pirarucu Sofa’(2014)
Roberto Giulio Rida, Pair of Pitz small chests of drawers, 2013
럭셔리 디자인의 향연
열정적인 ‘디자인 피플’은 가구 전시장이나 백화점 매장보다 디자인 페어를 찾는다.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장인이 치열하게 연구해온 결과물과 호화로운 장식 예술에 디자인을 결합한 작품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11월, 뉴욕 파크 애버뉴 아머리홀에서 열리는 더 살롱 아트 + 디자인(The Salon Art + Design)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귀족적’ 박람회를 지향한다. 박물관 소장품 수준의 18세기 예술품부터 아르데코 작품,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헤릿 릿펠트의 가구, 마크 뉴슨의 오브제까지 폭넓은 작품이 출품된다. 지난해에는 모두 55개 팀이 부스를 열었는데,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 컬렉터 악셀 페르포르트(Axel Vervoordt) 갤러리와 뉴욕의 디자인 브랜드 겸 갤러리 드미슈 다낭(Demisch Danant) 등 블루칩으로 꼽히는 전 세계 갤러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에 가장 주목받은 작품은 163년 전통의 프랑스 슈트케이스 브랜드 메종 고야드(Maison Goyard)에서 선보인 헤리티지 컬렉션. 영국 윈저 공작 부부의 여행용 러기지 세트와 마드모아젤 샤넬의 커스터마이징 케이스가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모든 부스는 작품 전시장이라기보다 순수 미술과 디자인이 어우러진 고전 명화 속 거실처럼 호화롭게 꾸몄다. 전시 총책임을 맡은 질 보커는 “패션과 실내 인테리어, 건축과 예술이 ‘디자인’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어 규모가 큰 품격 있는 디자인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미래를 조망했다.
파리와 런던에서 각각 3월과 10월에 개최하는 파드 아트 + 디자인(PAD Art + Design)은 저명한 컬렉터, 스타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눈독을 들이는 페어다. 파리의 대표 명소 튈르리 공원과 런던에서도 고급문화 중심지로 꼽히는 메이페어의 버클리 스퀘어에서 열리며 유리공예, 조각, 사진, 주얼리 분야의 세계적 갤러리가 모인다. 지난해에는 마이클 고드휘스(Michael Goedhuis), 알렉시 르나르(Alexis Renard)가 이슬라믹 아트와 아시안 아트를 보여주는 첫 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그 밖에 20세기 모던아트와 장식 예술, 거장 건축가의 오리지널 마스터피스와 리미티드 에디션, 고급 아트 주얼리와 앤티크 장식품이 대거 등장해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예술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페어를 만들고자 했다”는 창립자 파트리크 페랭은 참가 갤러리를 일일이 엄선하고 직접 감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더 이상 규모를 확장하지 않고 특정 컬렉터만 사교하고 컬렉팅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아트 페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는 파리에서, 10월 3일부터 9일까지는 런던에서 열릴 예정.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켈리 호픈 등 라이프스타일 리더들이 출몰할 정도로 소장가치 높은 작품이 가득하다고 하니 페어장으로 나들이를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문의 | www.thesalonny.com,www.pad-fairs.com
비주얼 디자이너 스탠리 개티(Stanlee R. Gatti)의 설치 작품을 공간화했다. / ??Photo by Joseph Driste
2015 디자인 마이애미에 R & Company에서 출품한 ‘Afreaks Series’ (2015) / ?ⓒ Design Miami
Campana Brothers, Bolotas armchair, 2015 / ?Photo by Joseph Driste
샌프란시스코 포트 메이슨 센터 파빌리온에서 열리는 포그 디자인 + 아트 / ?Photo by Joseph Driste
숨은 디자인 고수를 찾아서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크고 작은 아트·디자인 이벤트에서는 이제 유명 디자인 브랜드와 명망 있는 디자이너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점을 눈치챈 영민한 페어 주최자들은 디자인 마켓이라는 의미를 넘어 세계적 가구 브랜드부터 실력 있는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까지 발굴하기 시작했다.
매년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그리고 6월 스위스 바젤에서 개최하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Design Miami/Basel)은 글로벌 디자인 포럼에서 출발했다. 이 포럼의 지향점은 컨템퍼러리 디자인을 알리고 디자인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세계적 톱 갤러리와 디자인 협회, 관련 산업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전시, 구매, 토론, 비평 등을 활발히 진행한다. 상업적 기능과 문화적 프로그램 간 균형을 적절히 맞추는 이 페어에선 예술성과 심미성에 중심을 둔 ‘디자인 아트’를 제안한다. 지난해에 열린 페어에서는 패션 브랜드 펜디가 이탈리아의 가구 디자이너 굴리엘모 울리크(Guglielmo Ulrich)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였다. 고급 가죽과 직물로 장식한 S자 형태의 양면 소파와 가죽 소재 안락의자, 굴곡진 형태의 탁자 등 기하학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품격 있는 작품을 공개했다. 그 밖에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 등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은 매년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협업 작품을 내놓으며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행사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수익 사업의 일환인 포그 디자인 + 아트(FOG Design + Art)와 관련한 최근 이슈는 신세대 테크 부호를 아트 신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 에어비앤비(Airbnb)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징가(Zynga)의 최고경영자 마크 핀커스, 옐프(Yelp)의 CEO 제러미 스토플먼 등이 FOG 위원회 멤버로 등록돼 있으며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이 합류했다. “창조적 에너지와 혁신적 정신을 갖춘 컬렉터, 디자이너,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대환영한다.” 이사장 더글러스 던킨의 말대로 포그 디자인 + 아트는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젊은’ 페어로 자리매김 중이다.
세계 3대 디자인 페어로 꼽히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메인 전시 중에서도 디자인 정션(Design Junction)은 단연 돋보인다. 2014년까지 런던 중심가의 옛 우체국 건물에서 개최한 이 행사는 지난해에 규모를 더욱 키우며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교와 건너편의 빅토리아 하우스로 장소를 옮겼다. 디자인 정션이 특별한 이유는 세계적 브랜드와 독립 디자이너, 최근 관심을 받기 시작한 팝업 숍과 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실험적 전시까지 한데 어우러진다는 것. 틀에 박힌 전시 구성과 장소에서 벗어나 학교 교실을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기부 프로젝트나 자선 경매를 통해 신선한 디자인 융합을 펼치고 있다. 가구, 그릇, 쿠션, 조명 등의 인테리어 아이템부터 문구류, 모바일용품 등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디자인 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현장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는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뉴욕에서 가장 규모가 큰 디자인 축제로 손꼽히는 NYC×Design과 협업을 통해 뉴욕 맨해튼 아트빔(ArtBeam)에서 개최할 예정. 런던에서 가장 트렌디하면서 대중적 성격이 강한 이 디자인 페어가 올봄 뉴욕에서는 또 어떤 사건을 만들지 주목해보자.
문의 | www.designmiami.com,www.fogfair.com,www.thedesignjunction.co.uk
에디터 임해경 (hklim@noblesse.com)
사진 제공 The Salon Art + Design, FOG Design + Art, Design Mia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