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AMQ는 3명의 사진가가 결성한 포토그래퍼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은 개인 작업, 사진집 출간, 잡지 화보 촬영 등 따로 사진 활동을 하면서 함께 기획한 공동 전시를 연다. 각자의 작업에 대한 사적인 정리이자 발표회 자리로 마련한 이들의 네 번째 전시를 곧 만날 수 있다.

왼쪽부터_ 을지로 공구 상가에서 이강혁, 이윤호, 이차령
AMQ
이강혁, 이차령, 이윤호, 3명의 사진가 결성한 포토그래퍼 프로젝트 그룹. 2012년 전시와 공간에 대한 고민 끝에 결성했고, 각 구성원의 프로젝트를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비정기적 ‘발표회’를 지속하며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첫 독립 전시를 열었고, 올 8월 디뮤지엄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에서 네 번째 전시
청계천과 을지로3가역 사이의 을지로 공구 상가 일대는 요즘 보기 드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은 지 30~40년은 돼 보이는 잿빛 건물과 좁은 골목길마다 느리게 지나가는 리어카, 녹슨 오토바이와 바삐 뛰어다니는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포토그래퍼 프로젝트 그룹 AMQ의 이윤호, 이차령, 이강혁, 세 사람은 어떤 면에서 을지로와 닮았다. 하나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자유롭게 작업하지만 가치를 함께 공유하면서 전시를 기획한다는 점이 그렇다. 화려하게 빛나는 대신 소소하고 서늘한 풍경을 주로 프레임에 담는 이들의 작품에도 종종 이런 빛바랜 도시의 풍경이 등장한다. 최근 임대료가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을지로 일대에 젊은 예술가가 모이고 있다. AMQ의 멤버 이윤호가 운영하는 을지로의 소규모 예술 공간 ‘신도시’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
이강혁, Night Glow Series, C-Print, 2016

이강혁, Night Glow Series, 2016
AMQ는 2012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사진가 그룹이지만 사실 셋 모두 사진 비전공자. 팀 결성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이강혁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10여 년 전 사진가로 전향했다. “가난하지만 멋있는 서울의 비주류 문화야말로 서울의 진짜 모습”이라고 말하는 그는 불 꺼진 도시의 밤 골목이나 연기가 자욱한 술집 등 낯설고 어두운 곳에서 발견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윤호는 휴대할 수 있는 작은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일상을 수집하는 작가다. 홍익대학교에서 도시공학과 조소를 전공한 이후 취미로 시작한 사진에 푹 빠져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전봇대’(2012년), ‘아파트’(2015년), ‘장어’(2012년) 같은, 다른 사람은 관심 없을 법한 사물이 그에겐 가장 재미있는 소재고 영감의 원천이다. 그의 작품을 살피다 보면 “사진계에 개그 장르를 개척하고 싶다”는 엉뚱한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섬유미술을 전공한 이차령은 대학 시절 수동카메라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과 특별한 느낌이 좋아 사진학과 수업까지 들었다. 그리고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며 좋은 반응을 얻다 보니 자연스레 잡지 화보 촬영도 하게 됐다.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어요.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장면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는 거죠. 제 작품에는 분주한 사람들이나 길 위에 늘어선 자동차 대신 한강 다리와 강물, 탁 트인 도시 풍경이 주로 등장해요.” 이강혁과 이윤호가 도심 깊숙한 곳의 날것을 보여준다면 이차령은 도심의 이면을 포착한다. 사진 제작 방법도 저마다 다른데 이강혁은 전통적 인화 방식을 선호하고, 이차령은 종이에 프린트하며, 이윤호는 집에서 직접 포토 프린트를 사용한다.
이차령, SVSB, 2014, 2014

이차령, Bird, M-Laser-Jet, 305×432cm, 2016
이들이 처음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 커뮤니티 웹사이트 ‘싸이월드’가 한창 성행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 좀 찍는다’는 무리 사이에 입소문으로 알려진 세 사람은 각자 서로의 홈페이지를 즐겨찾기에 담아놓고 들여다보곤 했다. “알고 보니 우리는 서로의 팬이었어요. 두 사람의 이름과 대표작 정도만 아는 상태에서 각자 전업이나 취미로 사진을 하며 5~6년의 시간이 흘렀죠.” 이강혁은 작업 공간에 갈급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대안 공간이 많이 생겼지만 그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은 전시회를 하기까지 큰 비용과 함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그래서 전부터 온라인상으로 알고 지내던, 좋아하는 두 사람과 뜻을 모으고 싶었죠.” 그의 제안으로 이차령과 이윤호가 합세하며 결성한 AMQ는 파인애플을 뜻하는 ‘ananas’의 ‘A’, ‘mountain’의 ‘M’, 그리고 알파벳 ‘Q’를 조합해 팀 이름을 만들었다. “세 사람이 각자 좋아하는 것의 첫 글자를 따왔어요. 특정한 작업 기준을 정하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활동하자는 취지에 맞게 팀 이름에도 큰 의미를 담지 않았죠. 듀오나 팀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나 음악가들이 그렇듯, 각자의 작업을 보여주면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사진하는 밴드’를 지향합니다.” 이들은 셋이 모여 어떤 하나의 물리적 결과물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다 비정기적 전시회를 통해 작업물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2년 10월 문래동의 소규모 공연장 로라이즈에서 첫 전시
이윤호, Roses, 2016

이윤호, Tree, 2016
이들은 작년부터 전시회 외에도 AMQ를 알릴 수 있는 자리를 종종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일대에서 열린 신개념 현대미술 페어 ‘굿-즈’는 관람객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라 의미가 컸다. 이강혁은 스냅 시리즈를 비롯해 인천 서부공단 주택가의 밤을 촬영한 ‘야광’(2014~2015년) 시리즈의 오리지널 프린트와 함께 길종상가와 협업한 액자와 조형물을 선보였고, 이윤호는 사진을 프린트한 스케이트보드 덱과 휴대할 수 있는 작은 액자를, 이차령은 사진을 편집해 출력한 작은 책자와 사진의 정보 및 서명을 넣은 출력물을 전시했다. 사진이라는 큰 틀에서 책과 소품도 만들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공개하는 이들은 스스로의 작업을 이렇게 설명한다. “특정 학파나 원리에 따른 작업은 하지 않아요. 그런 이유로 한때는 ‘사진작가’라는 말이 어색한 적도 있었지만 우리가 하고 있는 작업이 또 하나의 새로운 개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세 사람은 8월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디뮤지엄 프로젝트 플레이스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열리는 네 번째 전시
에디터 | 임해경 (hklim@noblesse.com)
사진 | 안지섭(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