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영화
올여름, 미적지근한 마음을 후끈하게 달궈줄 로망 포르노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우선 오해부터 풀자. 포르노가 아니라 로망 포르노다. 1970년대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 닛카츠에서 제작한 에로티시즘이 짙은 영화를 일컫는 말이다. 성인 영화치고 높은 완성도에 감독의 뚜렷한 개성이 드러나 과거 전용 영화관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0년대 어덜트 비디오(AV)의 보급으로 인기가 식으며 제작이 중단됐다. 그런데 지난해에 닛카츠 영화사가 로망 포르노 영화의 재건을 선포했다. 이른바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Roman Porno Reboot Project)’. 이를 위해 소노 시온, 나카다 히데오 등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뭉쳤으며, 그 흥미로운 결과물을 올여름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선정성보단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작품성으로 무장한 로망 포르노 영화를 소개한다.

안티-포르노
남성의 시선을 철저히 거부하는 예술가 교코(도미테 아미)는 자신을 동경하는 비서 노리코(쓰쓰이 마리코)에겐 잔혹한 행위를 서슴없이 요구한다. 하지만 감독이 ‘컷’을 외치는 순간 모든 상황은 급격히 반전되고, 교코는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게 되는데… 일본의 문제적 감독 소노 시온이 제작한 이 영화는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의 ‘2016 올해의 일본 영화 Top 4’로 선정되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영화의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봉 6월 15일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을 제작한 멜로 거장 유키사다 이사오의 첫 번째 로망 포르노 영화다. 한때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할 만큼 잘나갔지만, 모든 걸 잃고 B급 성인영화 감독으로 전락한 신지(이타오 이쓰지). 그의 우울하고 고독한 모습은 주변의 여인들을 자극하고, 신지 또한 그들에게서 위안을 얻으려 한다. 프랑스 작곡가 에리크 사티(Erik Satie)의 곡 ‘짐노페디’의 선율에 따라 신지와 여인들의 관능적 로맨스가 펼쳐지는 것이 포인트.
개봉 7월 6일

암고양이들
떠돌이 생활을 하는 마사코(이하타 주리)와 불임으로 부부 사이에 불화가 생긴 리에(미치에), 어린 아들을 둔 미혼모 유이(마우에 사쓰키)는 모두 유흥업소 ‘어린 아내 천국’에서 일한다. 영화는 제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그들이 독립적 여성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매춘을 연민의 눈이 아닌 ‘삶의 현장’으로 바라본 것. 이를 통해 시라이시 가즈야 감독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에 반대하는 페로티시즘(feroticism)을 실현한다.
개봉 7월 27일

화이트 릴리
하루카(아스카 린)는 어린 시절 자신을 거둬준 도예가 도키코(야마구치 가오리)를 스승으로 모시며 살아간다. 둘은 서로에게 선생님과 제자 이상의 각별한 정을 느낀다. 하지만 도키코의 공방에 젊은 남자 사토루가 조수로 들어오면서 둘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은 남성이 등장하지만, 영화의 초점이 온전히 두 여자에게 집중된다는 거다. 여성의 욕망과 사랑을 그린 치정극이자 성장 드라마로, <링> 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볼만하다.
개봉 8월 17일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디자인 송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