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옥션 하우스는 지금
세계 미술 시장을 이끄는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쇼룸 위치가 LA, 두바이 등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이는 런던 예술 시장의 쇠퇴로 단정짓기보다는 변화의 바람으로 봐야 옳을 듯하다.

1 지난 3월 두바이에 문을 연 옥션 하우스 소더비. ⓒ Sotheby’s 2 소더비 두바이 사무소장인 카티아 누노우, 악수를 나누는 UAE 문화부 장관 H.H. 셰이크 나하얀 빈 무바라크 알 나하얀과 소더비의 CEO 테드 스미스. ⓒ Sotheby’s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한 옥션 하우스
요즘 런던 옥션 하우스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 미술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옥션 하우스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LA, 두바이 등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 것.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세계 예술 시장의 축소와 맞물려 브렉시트가 런던의 미술 시장에 침체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아트 바젤과 스위스 UBS 그룹이 발표한 ‘2017 글로벌 아트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미술 시장 규모는 지난해 총 566억 달러(약 63조3000억 원)로 전년에 비해 11% 줄어든 수치다. 특히 경매 회사들의 타격이 두드러지는데, 2015년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시장점유율은 42%인데 반해 지난해엔 38%로 하락세를 보였다.
미술 시장의 냉각된 분위기 속에서 크리스티는 지난 3월 런던 사우스켄싱턴(South Kensington) 세일즈 룸을 철수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지점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975년 런던 사우스켄싱턴에 오픈한 크리스티의 세일즈 룸은 그간 영국에서 가장 부촌이라는 지역적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초기에 크리스티는 ‘미들 마켓’으로 불리는 중저가 제품을 주로 판매했는데, 단골손님은 미술 작품과 인테리어 소품, 보석을 구입하는 지역 주민이었다. 크리스티는 40여 년 동안 다양한 카테고리의 작품을 아우르는 동시에 무료 감정 평가를 해주는 등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 덕분에 매해 60회에 이르는 경매를 열고 다양한 나라에서 구매자가 찾아오는 세계적 경매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작년에 크리스티 사우스켄싱턴의 성적은 눈에 띌 만큼 좋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라이브 경매가 매해 125회 진행된 데 반해 작년에는 단지 56회의 경매를 열었을 뿐이다.

지난 4월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문을 연 크리스티의 플래그십 스토어. ⓒ Christie’s
전 세계 미술 경매시장을 호령하던 크리스티에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우선 크리스티의 사우스켄싱턴 런던 세일즈 룸 철수는 미술품 구매층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크리스티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신규 구매자의 19%가 아시아 출신으로, 그중 39%가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구매자의 90%가 유럽과 뉴욕 출신이었지만 지금은 아시아가 30%를 차지할 정도로 경매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을 반영해 크리스티는 작년 10월 베이징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LA 베벌리 힐스(Beverly Hills)에 약 500m2에 이르는 2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크리스티의 최고경영자 기욤 세뤼티(Guillaume Cerutti)는 “예술 시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남부 캘리포니아는 지난 40년간 중요한 시장이었고 지금은 가장 역동적인 곳 중 하나입니다. 베벌리 힐스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가 신구 컬렉터를 하나로 모으는 공간으로 기능하길 바랍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기술의 발달은 미술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예전에 직접 작품을 보고 구매했다면 요즘은 온라인을 통해 구입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 크리스티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 비해 작년 온라인 판매율은 106% 증가했으며, 118회의 경매 세일에서 총 4980만 파운드(약 711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아직 온라인 경매는 전체 판매량의 1%를 약간 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새로운 구매자가 전체 구매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침체된 미술 경매시장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더비는 점차 늘어나는 중동 고객을 염두에 두고 두바이에 새로운 세일즈 룸을 오픈했다.
전반적 미술 시장의 변화는 크리스티의 라이벌인 소더비에도 일어나고 있다. 소더비는 올해 3월 두바이에 새로운 갤러리와 사무실을 오픈했는데, 점차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중동 시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두바이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30%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했고, 중동 지역에서 작년 한 해에만 41%의 고객이 늘었다. 소더비의 전시 공간은 두바이에서 최대 규모로, 경매에서 낙찰된 주요 작품과 중동 지역 작가의 작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소더비 중동 및 인도 회장 에드워드 깁스(Edward Gibbs)는 성명서에서 “소더비는 전 세계 예술과 럭셔리 시장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왔습니다. 중동 고객은 앞으로 시장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훌륭히 해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중동 예술 시장의 잠재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3월 소더비 옥션에서 249억 원에 낙찰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Eisberg’. ⓒ Sotheby’s
이렇듯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아시아와 미국, 중동에 세일즈 룸을 오픈하고 온라인 마켓의 비중이 높아져가는 지금, 런던 미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열린 소더비의 경매 결과는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컨템퍼러리 아트 이브닝 옥션에서 1억1800파운드(약 1600억 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작년 같은 기간 판매액에 비해 2배 가량 급등한 수치를 보이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것. 이날 세일에서 독일 현대미술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1982년 작품 ‘빙산(Eisberg)’은 1770만 파운드(약 249억 원)에 판매되었다. 또 같은 달 열린 인상·모던·초현실주의 아트 옥션에서는 2억139만 파운드(약 3000억 원)의 거래가 오갔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프로그램의 세일에 비해 68.7% 증가한 수치다.
지난 3월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Theresa May)는 브렉시트의 시작을 준비하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했다. 여전히 런던의 미술계는 향후 전망을 예단하기 힘들다. 다만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발빠른 변화는 미술 시장의 흐름이 유럽에서 세계의 다른 곳으로, 세일즈 룸 경매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글 양혜숙(기호 리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