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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을 추억하며

ARTNOW

2017년은 프랑스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되는 해. 파리에선 로댕과 그의 영향을 받은 후대 작가들을 망라한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Rodin: The Centennial Exhibition〉전시 포스터.  Affiche de la Reunion des Musees Nationaux-Grand Palais, 2017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이 왜 위대한 조각가인지, 어째서 예술가들의 예술가로 남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전시〈Rodin: The Centennial Exhibition〉가 7월 31일까지 그랑 팔레(Grand Palais) 전시관에서 진행 중이다. 로댕의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는 이 전시에선 로댕의 조각 작품 200여 점과 콘스탄틴 브란쿠시, 앤서니 곰리 등 로댕에게 예술적 영향을 받은 후대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을 함께 선보인다. 이 전시는 작품 감상의 재미를 더하는 다양한 시도가 돋보이는데, 예를 들면 로댕의 ‘걷고 있는 남자’ 옆에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두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그것을 변주한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사람 물건 제로’를 나란히 배치하는 식. ‘로댕, 표현의 힘’, ‘실험주의자 로댕’, ‘로댕, 충격의 파도’의 3개 부문으로 구성해 단순한 회고전 형식이 아니라 표현주의자와 실험주의자, 선구자로서 로댕의 면모를 조명한다.
로댕은 조각에 자신의 본능과 욕망, 감정을 담은 표현주의자다. 1877년 ‘청동 시대’의 국제적 성공을 기점으로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1880년경 제작한 ‘생각하는 사람’은 표현주의자로서 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해부학적으로는 비현실적이지만, 삶에 대한 고뇌로 가득 찬 남자의 형상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힘이 있다. 그뿐 아니라 로댕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입맞춤’과 ‘칼레의 시민’, ‘지옥의 문’ 등은 표현주의적 묘사가 돋보이며, 실제 전시 현장에서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편 로댕은 조각과 동시에 ‘블랙 드로잉’으로 알려진 누드 드로잉 작업을 지속했는데, 여기선 인간의 육체를 가능한 모든 언어로 표현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1 게오르크 바젤리츠, ‘사람 물건 제로’, 2009  ⓒ Georg Baselitz 2017   2 전시 전경.  ⓒ Rmn-Grand Palais, Photo by Didier Plowy

실험주의자로서 그의 면모가 부각된 건 석고를 이용한 여러 조각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한 1900년대부터다. 석고는 청동이나 대리석에 비해 무르고 약하지만, 그만큼 가볍고 즉흥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석고로 만들 인물상들을 모두 뒤섞고, 여기서 춤에 가까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파격적인 실험을 이어갔다. “우리가 예술에서 찾아야 할 것은 사진과 같은 진실이 아니라 산 진실”이라고 말한 로댕에게 ‘재현’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로댕이 죽고 한참 시간이 흐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술계에서 그의 명성은 한층 높아졌다. 인간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전후 표현주의 운동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그의 선구자적 면모가 다시금 주목받은 것. 이는 로댕이 살아 있는 동안 주목받지 못한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건 로댕이 1898년에 완성한 ‘발자크’ 조각. 프랑스의 대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를 묘사한 이 작품은 언뜻 큰 돌덩이로 보일 정도로 그 표현이 거칠다. 작품에 대한 논란이 일자 로댕은 “모더니즘 조각에서는 사실적 관점이 아닌 정신적 관점에 근거한 표현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그에게 작품을 맡긴 프랑스 문학협회는 결국 당대 조각의 전통을 한참 벗어난 이 작품을 인수하길 거절했다. 결국 이 조각은 로댕이 세상을 떠나고 여러 해가 지나서야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자신의 본능과 감정을 조각으로 표현하고자 한, 그리고 조각의 전통과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 로댕의 정신은 후대 작가들의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삶의 부조리함으로 메말라버린 자코메티의 인간형상부터 마르쿠스 뤼페르츠의 회화에서 드러나는 격정적 삶의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로댕의 예술혼은 그가 죽고 100년이 지난 지금도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최선희(초이앤라거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