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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내린 커피는 어떨까?

LIFESTYLE

4차 산업혁명을 통해 현실화된 로봇 기술이 우리의 식탁에 가져다줄 미래.

1, 2 올여름 성수동에 오픈한 카페봇의 로봇 크루들. 다양한 리큐어를 바텐더가 저장한 조리법에 맞게 알아서 칵테일과 음료를 만드는 드링크봇과 일정한 일정한 양과 온도로 드립 커피를 내리는 드립봇 모습.
3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푸드테크 집약 레스토랑 메리고키친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음식을 나르고 있다.

2016년 전 세계의 저명한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이 한자리에 모인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의 가장 큰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의 발명이 이끈 1차 산업혁명,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계가 가져온 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 시대를 부른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으로 실제와 가상세계를 연결해서 사물을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산업상의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정의한 첫 국제 사례였다. 전문가들은 우리 주위의 사물 대부분이 지능을 갖추게 되면서 생산, 경영, 산업 간 지배 구조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가시적 변화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식(食)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로봇 기술과의 융합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미국의 푸드테크 전문지 <더 스푼(The Spoon)>도 올해 ‘푸드 로봇’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것이며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올 7월, 국내 배달앱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푸드테크 기업 우아한형제들은 스마트 오더와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외식 산업에 활용할 최신 기술을 한곳에 집약한 레스토랑 메리고키친(Merry-Go-Kitchen)을 서울 송파구에 오픈했다.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누구나 식사가 가능한 매장에선 한 번에 최대 4개의 테이블에 음식을 나를 수 있는 자율주행 서빙 로봇이 분주히 돌아다닌다. 매장 직원이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장애물을 알아서 피하며 최적의 경로로 주문자의 테이블까지 음식을 나른다. 우아한형제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Dennis Hong) 교수와 손을 잡았다. 그가 이끄는 미국 UCLA 산하 로봇 연구소와 함께 3~4년의 장기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 향후 레스토랑 등 상업 시설은 물론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요리 로봇 개발이 목표다.
요리 로봇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몇 달 전, 회사 메일로 날아온 한 장의 초대장을 무심히 열어보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따뜻한 감성의 로봇 크루가 내린 커피와 디저트를 맛보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로봇 자동화 전문 기업 티로보틱스의 기술과 디지털 미디어 기반의 회사 디스트릭트홀딩스가 손잡고 성수동에 오픈한 카페봇(Cafe.Bot)에서는 총 3명(?)의 로봇 크루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주문을 받고 세부 작업을 조율하는 ‘인간’ 크루도 상주한다. 하지만 일정한 온도와 정량 추출로 편차 따윈 용납하지 않는 최적의 드립 커피를 추출하는 드립봇과 고객이 원하는 드로잉을 즉석에서 케이크 위에 디자인해주는 디저트봇, 각종 리큐어를 셰이킹해 칵테일을 만드는 드링크봇이 주역이다. 로봇 쇼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대중과 잘 융화하며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올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도 재미있는 쿠킹 쇼가 열렸다. 삼성전자 소속 셰프와 요리 보조 로봇인 삼성봇 셰프가 협업해 요리 시연을 선보인 것. 로봇 팔 모양의 삼성봇 셰프는 인간 셰프를 도와 두부를 자르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도구를 바꿔 양념을 섞는 등 보조 요리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똑똑한 로봇 셰프는 레시피에 맞게 필요한 작업을 수행할 뿐 아니라 음성 명령을 알아듣는 기술도 갖췄다.

4 작년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한 버거 레스토랑 크리에이터의 전경. 버거 로봇은 주문과 동시에 브리오슈 번, 토마토, 양파 등을 썰고 소고기를 즉석에서 다져 최적의 온도로 패티를 구워낸다.
5 중국 베이징에 오픈한 하이디라오의 식자재 저장소. 주문서가 들어오면 로봇이 알아서 재료를 꺼내 냄비에 넣는다.

로봇을 활용한 푸드테크 연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로봇 회사와 협업해 이제 막 베타 서비스를 선보이는 국내에 비해 한층 안정되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널리 알려진 곳 중 하나인 미국 보스턴의 스파이스(Spyce)는 패스트푸드에 질린 MIT 공대생 4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손님이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면 자기유도 방식으로 음식을 가열하는 7대의 자율 회전 냄비 속에 미슐랭 셰프의 레시피대로 배합한 볶음밥 재료가 안착한다.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단 3분. 너무 간단한 음식 아니냐고?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한 햄버거 레스토랑 크리에이터(Creator)는 오픈 전부터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사에서 2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8년간 애플, NASA, 테슬라, 월트디즈니 출신 엔지니어, 디자이너, 로봇 기술자 등 막강한 팀원들이 버거 로봇을 개발했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생긴 투명한 로봇 안에서 조리하는 버거는 11개의 센서를 통해 인공지능으로 제어한 정밀한 온도로 구운 방목 소고기 패티에 갖가지 신선한 채소, 갓 구운 브리오슈 번이 어우러진다. 그렇게 완성한 버거는 단돈 6달러. 맛본 사람들의 평은 칭찬 일색이며 오픈한 지 1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선다. 국내에 훠궈 열풍을 몰고 온 중국 최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하이디라오도 3년간 245억 원을 들여 준비한 끝에 작년 10월 베이징에 스마트 레스토랑을 열었다. 주문과 조리, 서빙, 식자재 관리까지 모든 시스템이 무인 자동화 시스템에 최적화됐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대한 스케일 때문에 마치 미래의 식당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하이디라오는 자동화를 통해 같은 규모의 매장 대비 20% 인력을 감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모든 기술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명암이 있듯 로봇 산업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효용 가치에 대한 논란이 언제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물론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는 로봇이 인간에 비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인간이 결정할 문제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은 모든 기술의 방향과 정책을 조정하는 일은 온전히 사람 몫이라 말한다.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의 능률을 높이고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할지 우리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