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코 트렌드
화려한 정체성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던 로코코 스타일이 자유로운 개성과 감각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2025 S/S 시즌, 18세기 프랑스 귀족 문화이자 부르주아 예술인 ‘로코코’가 부활하며 과거 찬란한 시절로의 귀환을 알렸다. 그 시대 패션에서 영감받은 뉴 로코코 스타일이 런웨이를 점령하며, 마치 마리 앙투아네트가 다시 태어나 무대 위를 유유히 거니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지난 시즌 콰이어트 럭셔리와 드뮤어 트렌드가 비움의 미학을 강조했다면, 이번 시즌은 한층 대담하고 극적인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화려한 장식, 섬세한 디테일, 밝고 부드러운 컬러, 풍성한 실루엣 등 로코코 시대의 고전적 요소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 것이다.
이번 시즌의 핵심은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실용성과 트렌디함을 더하는 것. 발렌티노는 로고, 러플, 리본 등 하우스의 상징적 요소에 몸의 실루엣을 강조하는 얇은 소재와 예술적 패턴을 결합했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맥시멀리즘과 로코코의 우아함을 조화롭게 녹여 새로운 미학적 세계관을 형성했다. 앤 드뮐미스터는 푸시 보 디테일로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하고, 끌로에는 부풀린 퍼프소매와 수려한 레이스를 활용해 로맨틱한 감성을 극대화했다. 한편,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중세풍 드레스가 연상되는 과장된 스커트에 프런트 포켓을 더해 실용성을 강조했으며, 코페르니는 새틴 소재와 프릴 디테일로 사랑스러운 무드를 연출하면서도 짧은 팬츠를 매치해 대조적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 외에도 아크네 스튜디오는 구조적 스커트 라인으로, 드리스 반 노튼은 흐르는 듯한 모양과 섬세한 플라워 패턴으로 로코코 무드를 은은하게 표현했다. 이처럼 각 브랜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로코코 스타일을 변형하며, 2025 S/S 시즌을 더욱 화려하고 우아하게 물들였다. 지난 1월에 선보인 2025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도 로코코 열풍은 이어졌다. 발렌티노 오트 쿠튀르 쇼에서는 레이스, 금실 자수, 잘록한 코르셋, 그리고 새장을 닮은 파니에를 활용한 드레스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18세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디올은 자연을 모티브로 한 세밀한 자수와 펀칭 디테일로 우아함을 강조하고, 장 폴 고티에는 독창적 구조미를 가미해 미래 궁정에서 볼 법한 룩을 선보였다. 이제 로코코는 더 이상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에 나올 법한 요소들이 새롭게 정의되어 전통과 모던함을 아우르는 새로운 스타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즐기고 싶다면 셔링 블라우스와 플로럴 자수 드레스, 코르셋 벨트 같은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이번 시즌, 로코코의 한 조각을 더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차원의 스타일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김소정(sjk@noblesse.com)
사진 ©Launchmetrics/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