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뮤지엄 전성시대
상하이 푸둥관에서 출범한 롱 뮤지엄이 중국 곳곳의 분관 오픈 소식을 발표했다. 각 지점마다 설립자의 소장품 컬렉션 전시부터 세계적 아티스트의 개인전, 지역 주민을 위한 기획전 등을 열며 중국 내 가장 규모가 큰 사립 미술관으로 자리 잡은 롱 뮤지엄의 미술관 시리즈를 소개한다.
롱 뮤지엄 웨스트번드관 입구의 아웃테리어. 과거 석탄 수송 항구로 사용한 역사적 흔적을 그대로 보존했다.
ⓒ Long Museum

롱 뮤지엄 푸둥관 전경
ⓒ Long Museum
상하이 출신의 대부호 류이첸과 왕웨이 부부가 설립한 롱 뮤지엄(Long Museum, ?美??)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미술관으로 통한다. 2012년 상하이 푸둥(Pudong)관을 개관하며 모습을 드러낸 롱 뮤지엄은 2014년 상하이 푸시 지역에 웨스트번드(West Bund)관을, 지난 5월 말 쓰촨 성에 충칭(Chongqing)관을 개관하는 등 4년 동안 3개의 전시장을 오픈했다. 또한 2018년 후베이 성에 우한(Wuhan)관을 개관한다는 소식과 함께 롱 뮤지엄을 중국의 구겐하임으로 만들고자 하는 설립자의 포부가 알려지면서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롱 뮤지엄 설립자 류이첸 ⓒ Long Museum

기타가와 히로토의 조각 작품 사이에 선 왕웨이 관장 ⓒ Long Museum
공격적으로 미술관 확장에 앞장서고 있는 롱 뮤지엄의 설립자 류이첸은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신화처럼 등장한 인물. 그는 2008년 경제 위기로 미술 시장이 주춤한 시기에 중국과 홍콩에서 열린 각종 경매에서 골동품, 서화(書畵), 현대미술 등 많은 작품을 기록적인 금액에 낙찰받으며 매년 중국 아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작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경합 끝에 1억7040만 달러에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낙찰받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중국 컬렉터가 되었는데, 인터뷰에서 “유명해지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히며 그만의 차별화된 전략과 야망을 내보였다. 롱 뮤지엄이 2000여 점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4년간 3개의 대규모 미술관을 설립한 데에는 류이첸의 자본뿐 아니라 그의 부인 왕웨이의 선견지명이 큰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초 경매 회사에서 일하며 일찍이 미술 시장에 눈뜬 그녀는 남편에게 “주식은 싼 것을 사고 미술품은 비싼 것을 사야 한다”고 조언하며 ‘미술품 수집에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하에 주제별 컬렉션을 완성해왔다. 그녀는 홍색경전(Red Classic)이나 천이페이(Chen Yifei) 컬렉션과 같이 한 작가의 시리즈별 대표작을 모두 모았고, 최근에는 한국의 단색화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수집할 뜻을 밝히며 새로운 컬렉션을 갖추는 데 노력하고 있다.
롱 뮤지엄 충칭관 개관전 <100년의 예술 역정> 전경
ⓒ Long Museum
각 지점마다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며 운영 중인 롱 뮤지엄은 현재 중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립 미술관이다. 류이첸 부부는 먼저 상하이 황푸 강을 중심으로 나뉜 푸시, 푸동 지역에 각각 성격이 다른 미술관을 설립했다. 그들이 첫 미술관을 위해 선정한 곳은 상하이 금융특구이자 신개발지구인 푸둥 지역. 대도시와 떨어진 이곳이야말로 소장품 컬렉션 전시를 열거나 더 많은 작품을 수집하는 데 적합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 1만m2 규모의 4층 건물로 개관한 푸둥관에서는 류이첸의 골동품과 도자기, 고가구를 비롯해 ‘홍색경전’, ‘혁명 유화 시리즈’ 등의 소장품으로 기획한 상설 전시를 언제든 감상할 수 있다. 한편 2014년 오픈 이래 다수의 대규모 전시를 열며 전 세계 아트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상하이 웨스트번드관은 유즈 뮤지엄과 상하이 민생현대미술관 등 컨템퍼러리 미술관이 집중된 지역에 자리해 푸둥관과 성격을 달리했다. 웨스트번드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해외 유명 작가의 개인전이나 세계 현대미술을 주제로 한 기획전의 성격이 강하다. 최근 모딜리아니 작품을 구입해 개관 5주년 기념전 준비에 돌입했으며,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남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석탄 창고였던 기존 건물의 특성을 살려 재건축한 이곳의 전시장 면적은 1만6000m2로 대규모 설치와 조각 작품을 전시하기에도 적격. 10월 30일까지 열리는 여성 현대미술전 는 왕웨이가 직접 큐레이팅한 전시로, 문화대혁명 이후 이룩한 여권 신장을 주제로 기획했다. 중국의 여성 작가 판위량(潘玉良), 팡쥔비(方君璧)를 비롯해 쿠사마 야요이, 트레이시 에민, 오노 요코 등 13개국에서 104명의 작가가 참여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여성 작가 그룹전이다. 웨스트번드관은 이 전시에 이어 제임스 터렐, 모딜리아니 등 거장 작가의 전시를 열고, 젊은 중국 작가들의 기획 전시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류이첸이 구매한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누드’ ⓒ Long Museum
상하이에 개관한 두 미술관과 달리 롱 뮤지엄의 세 번째, 네 번째 미술관 위치는 중국의 대도시 대신 쓰촨 성, 후베이 성으로 정했다. 중국 내륙에서 지속적인 부동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빌바오,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곳곳에 지점을 연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중국 내 다양한 지역에 롱 뮤지엄을 세우고 예술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 그 일환으로 최근 개관한 충칭관은 파이낸셜 타워 빌딩 내 2000m2 규모에 전시장 3개를 갖춘 아담한 공간으로 개관하고 지역적 특성을 담은 전시를 선보인다. 8월 말까지 개관전으로 롱 뮤지엄의 소장품 전시 <100년의 예술 역정>을 개최한 후 쓰촨 성의 신진 작가 발굴 및 후원과 지역 문화 예술의 전통을 살리는 역할을 해나갈 계획. 추후 개관할 우한관 역시 롱 뮤지엄의 컬렉션을 선별해 지역 주민에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도시 곳곳으로 영향력을 넓혀갈 예정이다. 이처럼 롱 뮤지엄은 중국 예술계 큰손인 류이첸의 설립 취지를 바탕으로 하드웨어적·양적 팽창을 이루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획 전시의 질을 더욱 높이고 공익적 교육 프로그램과 리서치, 전문성을 갖춘 컬렉션, 국제적 네트워크 등 단계적 발전이 필요할 것이다. 머지않아 서구의 명망 있는 미술관과 어깨를 겨루게 될 아시아 최대의 사립 미술관, 롱 뮤지엄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한다.
에디터 | 임해경 (hklim@noblesse.com)
글 | 김수현(큐레이터, 갤러리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