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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나의 예술적 울림

ARTNOW

1729년 설립 이후 300년 넘게 자연과 예술을 창조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온 메종 루이나는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 ‘Conversations with Nature’를 통해 그 철학을 확장해왔다. 매년 동시대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자연을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하는 이 여정에 올해는 프랑스·스위스 출신 개념미술가 줄리앙 샤리에르(Julian Charrière)가 합류해 프리즈 서울에서 신작을 공개했다. 이번 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아티스트 줄리앙 샤리에르(Julian Charrière). Photo by Alice Jacquemin.

먼저, 독자들을 위해 작가님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스위스 출신 아티스트 줄리앙 샤리에르입니다. 사진, 설치, 조각,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언제나 자연과의 대화가 있습니다. 스튜디오에만 머무르기보다 직접 현장에 찾아가 자연 풍경과 기억을 제 방식으로 압축해 작품으로 펼쳐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아트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메종 루이나의 본거지인 랭스 메종에 직접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인상을 남겼나요? 루이나의 아트 & 컬처 디렉터 파비앙 발레리앙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며 아트 프로젝트를 준비했는데, 무엇보다 랭스 메종에 직접 방문하는 것이 가장 기대되었습니다. 특히 지하 초크 셀러, 크라예르에 실제로 내려가본 순간 그 기대를 뛰어넘는 압도적 경험을 했습니다. 13세기에 조성된 채석장이지만 마치 자연 동굴처럼 느껴졌고, 인간의 손길과 자연의 시간이 함께 빚어낸 공간이라는 점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그곳이 약 4500만 년 전인 루테티아 시대에 바다에 잠겨 있었다는 사실이 큰 영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며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꼈고, 그 경험은 사라진 바다의 기억과 오늘의 바다 현실을 연결해보자는 발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크라예르를 경험한 그 시간이 이번 신작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었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곳에서 마치 바닷속에 들어간 듯한 감각을 느끼면서 저는 사라진 바다의 기억을 오늘의 바다 현실과 공명시키고 싶었습니다. 그 생각을 이어가기 위해 직접 다이빙해 산호의 소리를 채집했는데, 바다는 예상보다 훨씬 다채로운 소리를 품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사운드로 작곡해 크라예르 공간에 울려 퍼지도록 설치한 작품이 바로 ‘Chorals’입니다. 바닥에 얕게 깐 물이 햇빛을 반사해 마치 물속 동굴로 다이빙하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되죠. 또 저는 그 소리를 들려준 산호를 제 소리를 내는 생명체로 바라보았고, 그들의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프리즈 서울 루이나 아트 라운지에서 공개한 ‘Veils’입니다. 산호를 직접 촬영하고, 죽은 산호를 갈아 만든 안료를 사용해 19세기 프린트 기법으로 이미지를 인쇄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와 물질세계를 겹쳐 인간의 감각으로 보는 세계와 실제 자연의 층위를 동시에 사유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작업에 사용할 안료의 색감을 살펴보는 줄리앙 샤리에르. Photo by Alice Jacquemin.

프리즈 서울 에서 선보인 ‘Veils’ 시리즈. Photo by DR

작업실에 선 줄리앙 샤리에르. Photo by Alice Jacquemin.

이번 작품에 사용한 기법과 표현 방식에 대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사용한 포토리토그래피는 사진 이미지를 석회암 판에 빛으로 전사하는 오래된 기법입니다. 여러 겹의 층을 쌓아야 완성되는데, 저는 이 과정이 지질학에서 퇴적층이 형성되는 원리와 닮았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한 인공 안료 대신 실제 산호 가루로 만든 색을 사용해 흰색, 베이지, 그레이 같은 미묘한 색감을 겹겹이 쌓았습니다. 오래된 기법과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이 작업은 시간과 물질 두 세계의 충돌과 공존을 담아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루이나와의 아트 프로젝트가 앞으로 작업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다이빙을 통해 바닷속 세계를 담아낸 경험은 여러 차례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바닷속 사운드에 대해 훨씬 깊이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건강한 산호의 소리가 죽어가는 산호의 회복을 돕는다는 ‘어쿠스틱 인리치먼트(Acoustic Enrichment)’ 연구를 접하게 되었고, 앞으로 과학자들과 협업해 이 연구를 예술적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또 이번 작업을 준비하며 새로운 포토리토그래피 기법을 고안했는데, 산호뿐 아니라 다른 물질에도 이 방식을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짧게 표현해주신다면요? 우리는 흔히 자신의 감각이 충분하다고 믿지만, 사실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관람객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복합성을 다시금 느끼고, 그 세계와 더 깊이 공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루이나 아트 라운지 전시에 맞춰 열린 아트 토크 현장.

프리즈 서울 2025에서 선보인 루이나 아트 라운지.

루이나를 대표하는 샴페인, 블랑 드 블랑. Photo by Alice Jacquemin.

 

에디터 조인정(ijcho@noblesse.com)
사진 루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