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이 전시를 연다
미래를 살기 위해선 지나온 여정을 돌아볼 시간도 필요하다. 6월 8일부터 8월 2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 전시는 1854년부터 이어온 루이 비통의 발자취를 살핀다. 삶의 쉼표가 그러하듯, 이번 전시도 다가올 내일을 위한 혜안이 담겨 있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 전시 포스터.
“아카이브를 살폈어요.” “아카이브에서 아이디를 얻었죠.”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변형을 주었어요.”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으레 ‘아카이브’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다. ‘기록 보전’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이것을 패션 하우스에 대입하면 과거 이들이 선보인 컬렉션 모음집 정도가 될 것 같다. 루이 비통은 그간 소개한 제품을 파리 외곽에 위치한 아카이브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그곳에는 1854년 루이 비통이 제작한 트렁크며 지난 시즌 니콜라스 제스키에르가 캣워크를 통해 선보인 컬렉션 룩까지, 말 그대로 메종의 모든 것이 있다. 그리고 이를 다룰 때는 1970년대 메종의 아카이브 컬렉션 보존을 위해 창설한 문화유산(Heritage) 부서의 역사학자, 예술사학자, 아키비스트로 구성한 전문가들이 ‘박물관학’에 기준을 두고 전시 기획 및 연구 활동을 전개한다. 예를 들면 제품에 직접적 터치를 가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며, 만약 그래야 할 경우 손에서 묻어나는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장갑을 낀다. 또 제 아무리 부피가 큰 제품이라 할지라도 절대 바닥에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 이는 비단 제품 관리라는 1차원적 의미를 넘어 브랜드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Volez, Voguez, Voyagez)> 전시는 패션 전시의 대가로 알려진 큐레이터 올리비에 사이야르(Olivier Saillard)의 기획으로 무대 세트 디자이너 로버트 칼슨(Robert Carsen)이 구성한 총 10개의 공간에서 루이 비통 아카이브 수장고에서 공수한 앤티크 트렁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오브제와 문서 그리고 파리 의상장식박물관 팔레 갈리에라 소장품과 개인 컬렉션을 소개한다. “루이 비통은 창조에 관한 한 늘 아방가르드한 노선을 걸어왔습니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패션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과거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가져오고 동시에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해왔기 때문이죠.

루이 비통 아카이브 수장고에서 공수한 아카이브 트렁크 컬렉션.
이번 전시는 메종의 방대한 아카이브와 마주해 그 안에 담긴 비밀을 풀어냅니다. 루이 비통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볼 수 있죠”라는 CEO 마이클 버크의 설명처럼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한 트렁크를 비롯한 제품을 보고 있으면 시대를 앞서간다는 것의 의미와 하우스의 도전정신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 주최국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 ‘예술적 영감의 나라, 한국’이라는 섹션을 마련, 루이 비통과 한국의 유대 관계를 조명한다. 메종의 초창기 고객인 역사학자 장 드 팡즈(Jean de Pange)는 1904년 기행문 <조선에서(En Coree)>를 발간했는가 하면, 또 다른 고객인 조셉 하킨(Joseph Hackin)은 아시아 횡단 탐험의 일환으로 1932년 한반도 원정대를 이끌고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이들이 한국을 여행할 때 루이 비통 트렁크가 함께했을지도 모를 일! 이 밖에도 루이 비통과 한국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장인들의 정교한 작품을 함께 출시한 인연이 있다. 조르주 비통(George Vuitton)은 여행과 가죽 제품, 대한제국은 ‘Coree’라는 이름을 앞세워 공예품과 전통 악기 등을 소개했다. 당시 제국이 소개한 제품의 일부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필하모니 드 파리 산하의 음악박물관이 이번 전시를 지원한다고하니 더욱 의미가 깊다.

1 책상 트렁크(1932년) 앞선 화보에 등장했던 모노그램 캔버스 소재의 책상 트렁크. 미국의 외교관 안토니 제이 드렉슬 비들 주니어의 부인이 소유했던 것으로 오너의 이니셜과 숫자 151로 외관을 꾸몄다. 장갑, 부채, 리본, 프릴 그리고 모자, 속옷, 신발 등을 구분해 보관할 수 있다. 63×53×91.5cm
2 플라워 트렁크(1910년) 조르주 루이 비통과 가스통 루이 비통이 VIP 고객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꽃을 담아 선물하던 트렁크. 아연 소재 박스를 모노그램 캔버스로 감싸고 가죽과 목재로 마무리했다. 28.5×16×11.5cm
3 노에 백(1930년경) 가스통 루이 비통이 최고의 술을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제공하고 싶어 한 샴페인 생산업자의 요청에 따라 제작한 백. 수직으로 네 병, 가운데에 수평으로 한 병, 총 다섯 병을 넣을 수 있다. 사진 속 노에 백은 루이 비통 컬렉션 중 가장 오래된 제품이다. 그레인 소가죽 소재.
Information
전시 장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1관
전시 일정 6월 8일~8월 27일
관람 시간 10:30~18:30(금·토·공휴일 21:00까지)
입장료 무료
* 보다 자세한 정보는 louisvuitton.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에디터 서재희(jay@noblesse.com)
사진 제공 루이 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