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루이 비통 식 미식

LIFESTYLE

프랭크 게리의 조형미와 피터 마리노의 세련된 감각이 녹아든 루이 비통 메종 서울에 새로운 미식 공간이 들어섰다. ‘하이엔드 스내킹’이라는 콘셉트로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미식 경험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곳에서 윤태균 셰프는 로컬 감성과 글로벌 미학이 교차하는 요리를 통해 미식의 정의를 새롭게 쓸 준비를 마쳤다.

위쪽 윤태균 셰프.
아래왼쪽 페어 샬롯.
아래오른쪽 비프 만두.

이번에 오픈한 르 카페 루이 비통 서울은 기존 전시장으로 쓰던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을 새롭게 해석한 미식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요리를 선보인다는 점이 셰프님에겐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미식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차원을 넘어 그 공간에서의 경험 전체를 소비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간에 어울리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왔죠. 프랭크 게리의 파사드와 피터 마리노의 인테리어가 빚어낸 르 카페 루이 비통 서울은 제게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공간을 매개로 감각적 경험이 가능할 수 있다는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위해 제가 해야 할 일은 음식이라는 또 하나의 언어로 예술 작품을 마주할 당시의 인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프랭크 게리의 파사드와 피터 마리노의 인테리어는 루이 비통 메종 서울만의 건축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요소이기도 하죠. 공간이 품은 미학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루이 비통 서울은 한국 전통 기와에서 영감받은 외관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공존합니다. 내로라하는 거장이 자신들의 색채에 한국적 요소를 녹여낸 것처럼, 저 역시 루이 비통 컬리너리의 글로벌 시그너처 메뉴에 한국적 터치를 가미했습니다. 한식은 한국 고객에게는 설득력 있고, 외국인에게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이번 메뉴 구성의 핵심이었습니다.
루이 비통은 ‘여행’, ‘장인정신’, ‘문화 간 대화’를 근간으로 합니다. 셰프님이 추구해온 요리의 방향성과 어떤 지점에서 공명하며 맞닿았을지 궁금합니다. ‘여행’, ‘장인정신’, 그리고 ‘문화 간 대화’라는 키워드는 제 요리 여정과도 궤를 같이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며 각기 다른 식문화를 경험했고, 그 안에서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요리를 해왔으니까요. 세밀한 디테일과 완성도를 향한 집착, 이는 장인정신의 본질이자 제 요리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음식을 매개로 브랜드가 지닌 유산과 감각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새롭게 루이 비통 컬리너리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면서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요? 작년 여름 프랑스 남부 생트로페의 르 카페를 찾아 현지 셰프들과 교류하고, 파리 루이 비통 패밀리 하우스와 장인들의 공방을 둘러보았습니다. 단순한 레시피 교류를 넘어 브랜드가 지닌 헤리티지와 철학, 미학을 체화하는 시간이었죠. ‘루이 비통 웨이’를 이해하는 데 이 시간이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또 메뉴를 구상하며 아르노 동켈레 셰프, 막심 프레데릭 셰프와 협업해 ‘카페’라는 캐주얼한 콘셉트 내에서 서로의 철학을 존중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했습니다. 동시에 제 색깔과 루이 비통의 가치를 녹여내는 데도 집중했죠. 특히 프랑스에서 배운 정통 파인다이닝을 시작으로 덴마크, 뉴욕을 거친 경험이 제 요리에 경계 없는 자유로움을 더했습니다. 르 카페 루이 비통에서 선보이는 메뉴에도 그런 열린 감각을 녹여내려 했죠.
하이엔드 스내킹이라는 루이 비통의 미식 콘셉트는 본질적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되 완성도 높은 경험’을 추구합니다. 이를 요리로 구현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하이엔드는 재료 자체를 탐구하고 선별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피시앤칩스에는 보통 저렴한 흰 살 생선을 사용하지만, 저는 섬세한 맛과 질감을 지닌 덕자병어를 선택했습니다. 비프 만두 속은 최상급 한우 갈비를 뼈째 삶아 발라낸 뒤 양념하고 숙성한 다음 다시 장시간 조리했죠.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하이엔드 스내킹이었습니다. 전 작은 디테일이 경험의 격을 결정한다고 믿거든요.
퀴진 역시 흥미롭습니다. 유자 시저 샐러드 이클립스, 비프 만두, 페어 샬롯 등 각 메뉴는 한국의 풍미를 프랑스적 문맥 안에 섬세히 녹여내 구성했더군요. 이번 메뉴 구성은 전 세계 르 카페에서 공통으로 선보이는 시그너처 메뉴에 서울이라는 로컬 감각을 더하는 방식으로 완성했습니다. ‘유자 시저 샐러드 이클립스’는 클래식 시저 샐러드에 한국 유자청과 유자즙을 더해 산뜻한 풍미를 살렸고, 된장 양념한 닭 가슴살이나 간장 글레이즈 랍스터를 숯불에 구워 곁들였습니다. 루이 비통 로고와 파르메산 치즈로 시각적 완성도를 높인 것도 특징입니다. ‘비프 만두’는 한우 갈비찜 속을 얇은 만두피에 담아 버터와 셰리 식초를 가미한 간장 소스와 함께 제공합니다. 특히 로고가 선명히 드러나는 만두피를 개발하는 데만 며칠이 걸렸습니다. ‘페어 샬롯’은 배의 달콤함과 샬롯의 은은한 매운맛이 조화를 이루도록 프랑스적 플레이팅 안에 한국 제철 과일의 매력을 담았습니다.
르 카페 루이 비통 서울을 찾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미식은 결국 ‘경험’입니다. 이곳에서 익숙함 속 의도된 낯섦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유로우면서도 잊지 못할 순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르 카페 루이 비통 서울 내부.

 

에디터 이호준(hojun@noblesse.com)
사진 루이 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