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미술관 이상의 존재감
오는 10월 27일, 루이 비통이 오랜 준비 끝에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꿈과 프랭크 게리의 역량을 집약한 이곳은 파리 시민에게 새로운 미술관 이상의 선물이 될 것이다.
10월 27일 파리 불로뉴 숲에 문을 여는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10월 27일 파리 불로뉴 숲에 문을 여는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루이 비통 메종의 상징인 모노그램 기념 프로젝트 <아이콘과 아이콘 재해석자>전에도 참여한다. 지난 6월 참가자들과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프리젠테이션을 가지기도 했다.
경제적 성공을 문화적 성공으로
지난 6월 20일, 프랑스 국영방송 TF1의 황금 시간대 뉴스인 8시 뉴스 앵커 클레르 샤잘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최고의 부호인 LVMH 그룹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대중에게 환영받을 만한 소식을 발표했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Louis Vuitton Foundation for Creation)이 올해 10월 27일 공식 개관한다는 것. 파리 16구 불로뉴 숲 속 종합 놀이공원인 아클리마타시옹의 1만1700m2 부지에 공사 중인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지난 2006년 미술관 건립 계획을 처음 발표한 지 8년 만에 드디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 계획을 야심차게 진행한 두 사람,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과 미술관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유명세 덕분에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개관 소식은 TF1 방송 이후 프랑스 안팎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프랑스 패션 산업의 수장 베르나르 아르노
<포브스>의 백만장자 명단에 따르면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자산 350억 달러로 프랑스 최고의 부자인 동시에 2013년에는 세계 열 번째 부호로 등극했다. 그는 루이 비통, 디올, 모엣&샹동 등 자국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전 세계에 전개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한 동시에 자국의 이미지를 높여온 프랑스의 자존심과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시기도 있었다. 2012년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 이후 도입한 부유세(100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75%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피하기 위해 부호들이 주변국인 벨기에로 이주한 것처럼 그도 벨기에로 거처를 옮기겠다고 발표했기 때문. 이에 대한 거센 비난과 함께 프랑스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유세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가져오자 결국 기존의 결정을 번복해 프랑스에 남기로 했다.
그 후 2년이 흐른 지금,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개관 소식은 자칫 상처 입은 유명세만 남을 뻔한 아르노 회장의 입지를 다시금 탄탄하게 다지고도 남는다. 그는 모네와 반 고흐, 피카소 등 근·현대미술 작품을 두루 소장하고 있는 슈퍼 컬렉터다. 이처럼 미술에 대한 애정이 극진한 아르노 회장에게 LVMH 그룹의 대표 브랜드 이름을 내세운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일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업계에서 공공연히 아르노 회장의 라이벌로 불리는 PPR 그룹(구찌, 알렉산더 맥퀸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소유한 패션 컴퍼니)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은 이미 2005년 이탈리아 베니스 팔라초 그라시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을 열었고, 2009년에는 베니스 푼타델라도가나에 두 번째 미술관을 설립하면서 세계 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비교 대상이 되기 쉬운 두 거물급 인사의 미술관, 하지만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3가지 사실에서 피노의 컬렉션과 차별화된다. 첫 번째는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개인 재단이 아니라 기업 재단이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는 자국인 프랑스에 설립한다는 것이다. TF1과의 인터뷰에서 아르노 회장은 “LVMH 그룹의 성공은 그룹 내 디자이너들의 위대한 업적에 기인한 것입니다. 나는 20여 년 전부터 이들이 LVMH 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을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생각해왔습니다”라고 밝혔다.
선물로 돌아온 미술관
세 번째 차이점이 가장 중요하다.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50년 후 파리 시의 소유가 된다. 미술관을 건립 중인 부지는 본래 파리 시 소유로 LVMH 그룹에서 사들인 것이 아니라 5년 전 55년 기한으로 임대받은 것이고, 남은 50년이 흐르면 다시 파리 시에 귀속된다. 1억4300만 달러를 들여 건축한 건물도 파리 시 소유가 된다.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이 파리 시에 기증될 경우 미술관 운영 예산 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LVMH 그룹이 파리 시에, 그리고 프랑스에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파리 시민이 주말에 즐겨 찾는 불로뉴 숲, 그중에서도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은 소규모 동물원과 아름다운 정원, 놀이기구 등이 있어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건물 면적 8900만m2, 전시 공간 3200만m2에서 루이 비통 그룹의 영구 소장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세계적 작가를 초대하는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350명이 입장할 수 있는 공연장도 함께 운영해 향후 프랑스의 문화적 명소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다. 파리 근대미술관(Musée d’Art Moderne de la Ville de Paris)의 전 관장 수잔 파제(Suzanne Pagé)를 필두로 미술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 인력들이 만들어나갈 프로그램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
건축가의 비전과 테크놀로지가 이루어낸 가능성
미술관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설립자의 비전 외에 그것을 담아 보여줄 건축을 들 수 있다. 아르노 회장은 2002년 프랭크 게리가 건축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건물의 혁신적 구조와 시공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미술관 건립 부지가 확정되자마자 프랭크 게리를 파리로 초대했고, 게리는 그 장소를 보고 LA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이미 미래의 미술관 건물 크로키를 완성했다. 그리고 11년 후 그 밑그림을 현실화했다. 파리를 대표하는 그랑 팔레의 유리 지붕에서 영감을 받은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의 전체 외관은 바다에서 돛을 달고 항해하는 배를 연상시킨다. 아르노 회장의 꿈과 프랭크 게리의 비전이 깃든 이 건물은 현대건축계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완성했는데, 11개의 돛 모양 외관을 구현하기 위해 제작한 특수 강화유리 조각의 수만 무려 360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한 기업의 아트 컬렉션이 국가에 되돌려주는 문화적 혜택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프랑스의 대표적 아트 페어인 FIAC 기간에 맞춘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프리뷰 일정은 이미 많은 아트 피플의 주요 스케줄로 잡혀 있다.
에디터 고현경
글 최선희(아트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