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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의 여자 골프 이야기

LIFESTYLE

112년 만에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 리우 올림픽. 특히 여자 골프는 세계 랭킹 1~4위가 모두 참가한다. 심지어 우리 선수들은 메달권.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인지 프로

지난 7월 11일, US여자오픈이 끝난 직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할 한국 여자 골프 대표 4인방이 최종 결정됐다. 영광의 ‘태극낭자’들은 박인비(28세)와 김세영(23세), 양희영(27세), 전인지(22세)였다. 지난 몇 달, 이번 올림픽에 과연 누가 출전할 것인지에 대 해 의견이 분분했다. 한쪽에선 ‘지카 바이러스’ 공포로 불참을 선언하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우리 여자 프로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치열한 샷 대결을 벌여 힘겨운 레이스를 펼쳤다.
서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올림픽을 향한 이들의 간절한 꿈은 총성 없는 전쟁에 가까웠다. 비단 미국에서 활약하는 상위 랭커 톱스타들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역시 ‘올해의 목표’를 아예 ‘올림픽’에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이후 112년 만에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건, 톱스타들의 등장과 국제골프연맹(IGF)이 ‘골프 지존’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여자 골프의 애니카 소렌스탐, 재미교포 미셸 위 등 스타플레이어를 앞세워 올림픽 복귀 운동을 전개한 덕이 크다. 어쨌든 이런 노력으로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골프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켰다. 리우 올림픽 골프 종목은 남녀 개인전으로 금·은·동메달이 한 개씩 걸려 있다. 4일간 72홀 스트로크플레이로 경기를 펼쳐 승자를 가린다. 출전 선수는 남녀 각각 60명이 다. 이 중 여자 경기는 8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그런데 한국 선수 중엔 과연 ‘누가 금메달 후보일까?’

활약이 기대되는 박인비 프로

천재 골프 코스 설계사 길 핸스가 설계한 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

사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은 선수가 박인비였다. 그녀의 화려한 성적을 보면 여자 우승 후보로 부동의 1순위였다. 그러나 상황이 좀 바뀌었다. 올 시즌 그녀는 우승 전력이 없다. 허리 부상에 이어 엄지손가락까지 다쳤다. 지난해엔 3년 넘게 유지해 온 세계 1위 자리를 리디아 고에게 넘겨줬다. 이후 샷도 다소 무뎌진 느낌이다. 리디아 고의 유일한 맞수인 그녀의 메달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사실 박인비는 2008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유망주로 떠오른 선수다. 하지만 이후 오랜 시간 부진의 늪에 빠졌다. 도망갈 곳이 없었다. 클럽을 놓을까도 생각했다. 눈길을 돌린 곳이 일본이었다. 그녀는 포인트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운 일 본 무대에서 잠시 숨을 돌린 뒤, 2012년 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미국 무대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것이 그녀가 이룬 ‘신화 창조’의 신호탄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후 그녀는 숱한 경기에서 이겨 정상에 올랐다. 2013년 ‘혼다 LPGA 타일랜 드’를 비롯해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재 ANA 인스퍼레이션)’,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에서 차례로 우승해 한 시즌에 무려 3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달성했다. 그녀가 지난해까지 얻은 트로피는 메이저 대회 7개에 LPGA 투어 정규 대회 까지 포함해 무려 17개다. 그리고 올 시즌 명예의전당에까지 입성했다. 어떤 위기에서도 평온한 표정으로 ‘그린 위의 암살자’ 역할을 해온 그녀가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궁금하다.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날리는 김세영 프로

박인비가 주춤하고 있다면 결정적일 때 한 방을 날리는 대항마가 있다. 바로 ‘역전의 명수’ 김세영이다. 지난해의 루키 시절, 연장전에서 이글 한 방으로 박인비를 보낸 주인공. 그녀는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렸다. 선두에 나서서 그대로 우승한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지고 있다가 뒤집어버리는 묘한 재주가 있다. 그녀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가대표를 포기했다. 목표를 올림픽 금메달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프로 무대에 적응해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그녀는 2010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부 투어에서 컷오프도 많이 당했다. 시드 순위전을 5위로 통과하며 2011년부터 1부 투어에 합류했다. 2년간 무명 생활을 거친 뒤 2013년 3승을 거뒀고, 2014년 1승을 추가한 후 미국행을 결심했다. 이제 야 손에 잡힌 올림픽 무대. 그녀가 과연 역전으로 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플라잉 덤보’ 전인지는 신장 175cm의 비교적 장신이다. 심지어 공도 잘 쳐 팬클럽이 미국까지 원정 응원을 갈 정도다. 그녀는 지난해 벌어놓은 성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손에 쥔 행운아다. 한국, 일본, 미국에서 한 시즌 메이저 대회를 동시에 석권했다. 그래서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말하자면 이번 올림픽의 ‘준비된 선수’인 셈이다.
한편 양희영은 연습량이 너무 많아 문제(?)인 선수다. 늘 연습장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다. 샷만 보면 우승할 것 같다. 그런데 뭐가 안 되는지 우승 문턱에서 곧잘 무너진다. 이런 그녀에게 그린은 올 시즌 13개 대회에 나가 우승과 준우승 한 차례씩을 포함해 다섯 번이 나 ‘톱 10’에 들게 했다. 최근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 다툼을 하다 공동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녀는 LPGA 투어 통산 2승을 거뒀고, ‘톱 10’에 47차례 이름을 올리는 등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친다. 당연히 팀에 안정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표 팀을 이끄는 박세리 코치는 “이번 팀 구성원이 모두 마음에 든다”면서 “특히 박인비의 올림픽 출전 소식을 듣고 마음이 든든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박인비가 출전한다는 것만으로 대표팀원들에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골프 팀의 메달은 사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세계 랭킹 1위인 리디아 고가 다 잡은 고기를 놓친 것처럼 골프의 특성상, 경기 당일의 컨디션과 정신력의 차이로 성적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코스 상태나 날씨 등 골프장의 환경 도 성적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최근 완공한 리우 올림픽 코스는 바다를 끼고 있는 링크스 코스여서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모르는 강한 바닷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 대형 워터해저드와 페어웨이, 그린 주변에 복병처럼 숨어 있는 벙커로 인해 선수들이 제 기량을 얼마나 잘 발휘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더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것보다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건 성공보다 노력하는 자세’라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의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올림픽의 위대한 정신을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 여자 프로들이 멋지게 연출하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