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슈퍼카
바람을 가르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뽐내는 슈퍼카가 대거 몰려온다. 과격한 음색의 배기음을 내뿜으며.
미래에서 온 것처럼 화려하고 구조적인 디자인과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낮은 차체가 단박에 시선을 끈다. 그걸로 모자라 나 좀 보라고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강렬한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눈길을 안 주려 해도 자꾸 뺏길 수밖에 없다. 남자라면 혹은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슈퍼카에 관한 이야기다. 슈퍼카의 정의는 다양하다. 단순히 빠르고 비싸다고 모두 슈퍼카라 칭할 순 없다. 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나 엔진 배기량 등을 따져 ‘슈퍼’ 등급을 매기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요샌 웬만한 자동차는 고성능을 표방하는 만큼 물리적 숫자만으로 이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슈퍼카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인지, 모터스포츠를 통해 완성한 주행 성능으로 일반 도로를 달리는 모델인지, 아니면 돈이 있어도 누구나 가질 수 없는 희소성을 갖췄는지 등을 슈퍼카의 자격 조건으로 거론한다. 최근에는 슈퍼카가 고효율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가세했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극한의 스피드와 압도적 성능,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기반으로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자동차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중요한 건 몇 해 전만 해도 어쩌다 구경할 수 있던 비범한 자동차였는데 이제는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는 점이다. 수입차가 널리 확산되면서 자동차의 희소가치를 소비하려는 욕구가 슈퍼카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 이러한 흐름을 방증하듯 작년에는 맥라렌과 애스턴 마틴 등 전설적인 스포츠카 브랜드가 상륙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
그런 분위기는 올해도 마찬가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치솟는 슈퍼카 라인업이 대기 중이다. 어떤 자동차가 이 거창한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만한 ‘끼’를 발산할지, 슈퍼카 3대 명문가의 근황부터 살펴보자. 슈퍼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브랜드 페라리는 2015년 끄트머리에 488 스파이더를 출시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이 차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8기통 미드 리어 엔진을 품은 접이식 컨버터블 모델이다. 그 덕분에 뚜껑을 활짝 열고 오픈 에어링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근사하다. 그것도 눈이 부실 정도로 청명한 하늘빛 블루 코르사를 입고 섹시한 자태를 뽐내는 페라리라니! 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V8 터보 엔진의 최대출력은 무려 670마력, 최대토크는 77.5kg·m이다. 제로백은 3초, 시속 200km까지는 8.7초 만에 도달한다. 숫자만 나열해봐도 엄청난 슈퍼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뒤이어 3월에 열릴 제네바 모터쇼에서는 FF 모델을 새로이 선보인다고 하니, 점점 강력해지는 페라리의 행보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맥라렌 570S
화려하게 국내 무대에 안착한 맥라렌은 570S로 2016년의 포문을 연다. 570S는 고성능 데일리 스포츠카라는 컨셉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맥라렌은 세계 최고의 F1 레이싱 기술과 엔지니어를 보유한 브랜드다. 그런데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춘 슈퍼카라고? “블랙스완을 처음 발견했을 때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무너진 것처럼, 맥라렌 570S는 여태껏 본 적 없는 독보적 스펙과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 맥라렌 아시아 태평양 디렉터 데이비드 매킨타이어의 말은 이 차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자. 먼저 도어를 개편했다. 본래 맥라렌은 도어를 여닫는 움직임이 크고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도어를 여닫을 때 폭이 좁아 몸을 구겨 넣고 빼는 게 만만치 않은 것. 그 점을 개선해 문이 열리는 범위를 넓히고 승·하차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 서스펜션 시스템을 새로이 디자인하고 기존에 없던 도어 포켓, 콘솔 박스, 글러브 박스 등 편의 장치를 마련해 일상적 주행이 가능한 차임을 보여준다. 특유의 공격적인 스피드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570마력으로 100km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3.2초면 충분하니, 전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드라이브를 만끽하면 된다.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추가해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문제까지 해소했다니 작정하고 데일리 카 영역을 노린 듯하다.
지난해 말, 국내 공식 수입사가 바뀌며 새로운 파트너를 맞이한 람보르기니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우라칸 LP 580-2를 올 상반기부터 고객에게 인도하니 우라칸의 생김새를 한 새로운 차를 곧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외모는 우라칸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후륜구동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사륜구동에서 후륜구동으로 바뀌며 최대출력은 610마력에서 580마력으로, 최대토크는 57.1kg·m에서 55.1kg·m으로 낮아졌다. 단순히 스피드를 즐기기 위한 차가 아니라 후륜구동 특유의 터프하고 공격적인 주행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출력이 감소했음에도 제로백까지 3.4초에 주파하며, 기존의 모델보다 33kg가량 무게를 덜어 연료 효율이 높아졌으니 실보다 득이 많은 셈. 조금만 기다리면 3월에 있을 제네바 모터쇼에서 람보르기니를 설립한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모델도 만날 수 있다.
롤스로이스 던


뉴 아우디 R8
아우디 R8의 신모델이 출시된다는 소식은 명문가 자제들도 바짝 긴장하게 한다. 슈퍼카 DNA를 품은 브랜드는 아니지만 R8는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슈퍼카 못지않은 강력한 파워로 위엄을 뽐낸다. 뉴 아우디 R8는 자연 흡기 직분사 5.2리터 V10 FSI 가솔린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540마력, 최대토크 55.1kg·m을 달성하고 제로백은 가뿐하게 3.5초를 찍는다.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의 사용을 늘려 차체 무게를 대폭 줄였는데, 기존 모델보다 50kg 정도 가벼워진 탓에 달리기 성능은 더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롤스로이스 비장의 카드도 있다. 웅장한 덩치와 전매특허처럼 여기는 정숙성만 보면 롤스로이스는 스피드를 내기보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주행에 어울린다. 하지만 곧 출시되는 던(Dawn)은 예외다. 지난해 9월에 디지털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한 컨버터블 모델로 당시 섹시한 오픈카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외관만 보면 뚜껑 열린 고스트 같은데 쿠페 모델인 레이스를 토대로 개발해 실내 기본 구조는 레이스와 거의 비슷하다. 6.6리터 V12 트윈 터보 엔진을 품고 최대출력 563마력을 뿜어내는 던은 롤스로이스만의 특징인 가속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도 전기차에 탄 듯 고요하고 힘들이지 않고도 공격적 주행이 가능하다.
‘슈퍼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입장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있어 올해도 슈퍼카 시장은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리고 어느 것을 선택해도 가슴속에 간직해온 스피드에 대한 짜릿한 열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