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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가 아트를 대하는 태도

LIFESTYLE

눈이 시리도록 따사로운 햇살, 여유와 자유로움이 파도치는 해변, 밤새 식을 줄 모르는 젊은이들의 열기. 분명 마이애미엔 이 모든 것이 차고 넘친다. 하지만 이것으로 마이애미를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알맹이가 빠졌다. 아트를 대하는 진중하면서 유쾌한 태도. 이것이 진정 아트와 함께 그리고 아트를 위해 존재하는 도시 마이애미의 모습이다. 후끈 달아오른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13’ 현장에서 확인한 마이애미식 예술 바라기.

 

12월의 마이애미는 활기차다.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거물급 아트 컬렉터와 아티스트,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셀레브러티 등 아트 신의 핵심 군단이 마이애미로 몰려든다. 지난 12월의 마이애미 역시 활기가 샘솟았고, 열기는 한층 뜨거웠다. ‘아트 바젤 마이애비 비치(Art Basel Miami Beach) 2013’을 위시해 도시 곳곳을 물들인 18개의 위성 전시(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 아트 마이애미(Art Miami), 나다 아트 페어(NADA Art Fair), 언타이틀드(Untitled), 스코프(Scope), 아쿠아 12(Aqua 12) 등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와 루벨 패밀리(Rubell Family), 드 라 크루즈(De la Cruz), 크레이그 로빈스(Craig Robins) 등 파워 컬렉터들의 개인 컬렉션 공개, PAMM(Perez Art Museum Miami)의 개관 소식 등 예술이라는 아름드리 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하고 풋풋한 향기가 도시 전체에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예술이라는 친구를 순수하게 바라보고, 이따금 그 친구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그 친구 때문에 가슴 뭉클한 감동도 느끼고….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13이 지난 12월 초 5일간 마이애미에 머문 에디터에게 안겨준 선물이다.

_ 콜린스 공원에서 열린 <퍼블릭> 전시. 30여 점의 설치 및 조각 작품이 마이애미 비치의 새파란 하늘과 야자수와 어우러져 각각 독창적인 색깔을 풀어내고 있다.
아래_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 중인 관람객들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아트 페어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는 전 세계 31개국에서 258개의 갤러리가 참여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6년 전에 비해 약 5배나 규모가 커졌습니다. 모두 갤러리와 작가 그리고 컬렉터를 비롯해 애정 어린 눈으로 아트 바젤을 지켜봐주고 성원해주시는 여러분 덕분입니다.” 북미 최대 아트 쇼로 성장한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의 마크 스피글러(Marc Spiegler) 아트 바젤 총괄 디렉터는 지난 12월 4일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13 프리뷰 리셉션 현장에서 다소 긴장한 듯한 어조로 이와 같이 소감을 밝혔다. 한때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가 곧 캘리포니아 쪽으로 자리를 옮길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휩싸였기 때문일까. 그의 다소 떨리는 목소리에서 변함없이 마이애미와 함께 예술을 즐기고 나누려는 아트 바젤의 노력과 의지가 오히려 더 단단히 여문 듯 느껴진 것은.
뚜껑을 연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13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세기와 21세기의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전 세계 유수의 주요 갤러리가 참여하는 ‘갤러리(Galleries)’ 구역을 비롯해, 이전과 다름없이 주목할 만한 떠오르는 작가 한 명의 작품만 소개하는 갤러리들의 무대인 ‘포지션(Positions)’, 근 3년 사이 신진 작가를 발굴해 그들의 작품과 함께 참가한 갤러리 군단이 모인 ‘노바(Nova)’, 그리고 올해 처음 선보이는 ‘에디션(Edition)’(판화와 프린트 작품 등 재생산 가능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만 모아놓은) 섹션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북남미(전체 갤러리의 50% 차지), 유럽과 아시아의 세계 정상급 갤러리와 이머징 갤러리들이 엄선한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상 등 온갖 형태의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놓았으니 관람객은 두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미술관 소장품 수준의 퀄리티 높은 작품 수천 점이 눈앞에 있다고 상상해보라. 미국과 남아메리카 그리고 유럽에서 날아온 세계적 컬렉터를 비롯해 아트 러버들(관람객 가운데 아시아인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은 평소 좋아하던 작가뿐 아니라 자신의 시선을 붙들 뉴페이스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1 국제갤러리 부스 전경. 바닥에 앉아 작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2 제프 쿤스의 ‘Baroque Egg with Bow’
3 많은 갤러리에서 선보인 알렉산더 콜더의 작품도 이번 페어에서 관람객의 이목을 모았다.

이번 페어에 출품한 수천 점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회화(특히 추상화)와 사진 작품의 눈에 띄는 활약. 자신의 컬렉션 전시인 <28 CHINESE> 오프닝 리셉션에서 만난 마이애미의 파워 컬렉터 루벨 부부도 당분간 기하학적 추상화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런 현상에 힘을 실었다. 아트 바젤 아시아 디렉터 매그너스 렌프루(Magnus Renfrew) 역시 박물관 소장품급 퀄리티와 스케일의 회화 작품을 눈여겨봐달라는 말로 전시 소개 인사말을 맺었을 정도. 참가 갤러리 심사 기준이 깐깐하기로 유명한 아트 바젤에서 보다 성숙한 갤러리와 건전한 미술품 거래 문화를 살펴봐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화이트 큐브와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리먼 머핀, 페이스, 에마누엘 페로탱 등 세계 현대미술 시장을 이끄는 파워 갤러리들의 부스는 예상대로 많은 VIP와 관람객으로 붐볐다. 가고시안은 제프 쿤스의 조각 작품 ‘Baroque Egg with Bow’를 앞세워 다소 식상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제프 쿤스의 등장으로 시선을 장악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 한편, 리먼 머핀 갤러리 부스 입구에 놓여 있는 서도호 작가의 표본 시리즈 ‘스토브(Stove)’ 앞에선 “어떻게 저렇게 작동 버튼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표현할 수 있지?”라며 두 눈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작품을 면밀히 관찰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 발자국 떨어져 가만히 음미하는 관람객 등 작품 하나를 대하는 시선도 각양각색. 그리고 VIP 프리뷰 오프닝 다음 날, 그 ‘스토브’가 주인을 찾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약 20만 달러를 지불한 컬렉터에게로(서도호 작가의 또 다른 표본 시리즈 ‘변기(Toilet)’는 12만5000달러에 판매되었다). 또한 리먼 머핀은 yBa의 대표 작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네온’ 시리즈 등 그녀의 최근작에 집중해 선보였는데, 때마침 마이애미의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에서도 단독 전시가 열려 아트 바젤 현장에서 이 화끈한 50대 작가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몰랐다. 또한 그녀는 적극적으로 아트 토크에 참여해 자신의 작업 방식과 함께 예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풀어내며 관람객과의 유쾌한 소통을 이어갔다. 트레이시 에민을 비롯해 전시장 한편에 마련한 ‘살롱’ 공간에서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 다라 번바움(Dara Birnbaum), 알리손 비에이라(Allyson Vieira)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대중의 활발한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전시장 곳곳에선 이곳을 찾은 7만5000여 명의 방문자 수만큼이나 다양한 전시 작품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새 작품으로 갈아입은 부스가 점점 늘어 전시장을 방문한 3일 내내 새로운 전시장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면 믿겠는가.

1 전시 내내 컬렉터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갤러리 부스
2 아트 토크 중인 트레이시 에민
3 노바 섹션 T293 갤러리에서 출품한, LA에서 활동 중인 작가 샘 폴스(Sam Falls)의 작품

12월 4일 VIP 프리뷰로 공개한 ‘퍼스트 초이스(First Choice)’에서 판매된 작품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세운 것은 앞서 언급한 제프 쿤스의 ‘Baroque Egg with Bow’. 약 900만 달러에 팔렸다. 프랑스의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Galerie Thaddeus Ropac)에서 내놓은 ‘Louise Fuller’는 200만 달러에 판매돼 미국 컬렉터의 품에 안겼다. ‘거꾸로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베를린 예술대학교 교수이자 독일 신표현주의의 선구적 작가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의 2013년 작품이다. 뮌헨의 갤러리 토마스(Galerie Thomas)는 알렉산더 아키펜코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을 각각 약 100만 달러와 28만5000달러에 판매했고, 베를린과 런던에 갤러리가 있는 스프루트 마거스(Spruth Magers)는 스털링 루비(Sterling Ruby)의 스프레이 회화 작품 ‘SP256‘을 55만 달러에,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디지털 프린트 작품을 27만5000달러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엔 미국의 한 컬렉터가 어느 갤러리의 부스에 전시한 작품을 통째로 구입하는 통 큰 컬렉터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 사건의 행복한 주인공은 브라질 상파울루의 멘데스 우드 갤러리(Mendes Wood Gallery).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노바 섹션을 통해 이번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처음 참가, 통쾌하게 한 방을 날린 것이다. 한국 갤러리로는 이우환·마이클 주·김수자·양혜규·김홍석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를 내세운 국제갤러리, 오승열 작가의 ‘긴가민가’와 ‘고무줄’ 등의 작품과 함께 올해 처음 포지션 섹션에 참가한 원&제이갤러리가 아트 헌터들의 우호적인 평과 관심을 받았다.
문득 컬렉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3개 대륙(아시아, 아메리카, 유럽)에서 펼치는 아트 바젤의 모습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올해로 3년째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를 찾는다는 일본의 아트 컬렉터 모리타 야스미치(Yasumichi Morita)는 “바젤과 마이애미, 홍콩 모두 각 도시의 특성에 따라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래서 내년에도 가능하면 세 곳 모두 들러보려고 해요. 2013년 처음 열린 홍콩의 경우 이제 막 첫 테이프를 끊은 거나 다름없죠. 그래서인지 다소 상기된 분위기였어요. 아시아 갤러리의 참여율도 현저히 높아 오히려 더 색달랐던 것 같아요. 한편, 바젤은 꽤 정제된 느낌이죠. 유럽의 갤러리가 다수 참여하고 아시다시피 4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만큼 상당한 노하우를 지닌 데다,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도 방대합니다. 전시 장소도 곳곳에 자리해 있고요. 반면, 마이애미는 좀 더 여유롭다고 해야 할까요. 한곳에서 모두 소화 가능해 한층 느긋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둘러볼 수 있고 평소 접하기 힘든 남미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개인적으로는 마이애미 비치 버전을 가장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느 도시든 현대미술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다는 점, 처음 맞닥뜨리는 작품과의 교감을 통해 감성적 포만감과 정신적 충만감을 얻는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라며 아트 바젤에 대한 개인적 신뢰감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분명한 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는 마이애미라는 도시라 가능한 뚜렷한 색깔을 띤다는 것이다. 예술과 문화 허브 도시의 이미지를 굳히며 주가 상승 중이지만 결코 차갑고 도도한 회색빛은 아니다. 애시드 핑크처럼 선명하게 눈에 띄고 건강하게 빛나는 색깔에 가깝다.
관람객은 물론 참가 갤러리의 뜨거운 호응과 함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13. 도시 전체가 예술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이와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 아트 바젤과 후원사 그리고 마이애미 시 정부가 들였을 각고의 노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과 함께 한층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는 긍정적이고 진지한 시선과 이를 실현하려는 열정적인 참여와 노력. 부러워만 할 일이 아니다.

Remarkable Attitudes of ABMB 2013: 대중과 눈 맞추기
출품한 현대미술 작품 총액이 30억 달러로 추산되고, 직접 현장을 찾은 영향력 있는 슈퍼 컬렉터 군단도 많았지만,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2013은 ‘대중과의 눈 맞추기’ 역시 소홀히 하지 않았다. 메인 전시장 안팎에서 두 팔 벌려 환영했다.

 

At the ‘Public’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퍼블릭 섹터의 규모를 작년보다 키워 총 30여 점(작년엔 22점)의 설치미술과 조각 작품을 바스 뮤지엄 앞 콜린스 공원(Collins Park)에 전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전시는 바스 뮤지엄(Bass Museum of Art)과 손잡고 퍼블릭 아트 펀드의 디렉터 니컬러스 보메(Nicholas Baume)의 큐레이팅으로 진행한 것. ‘사회적 동물들(Social Animals)’이라는 주제로 조각가 에런 커리(Aaron Curry), 뉴욕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는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 영국 작가 리처드 롱(Richard Long) 등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 24명의 조각과 설치 작품을 전시, 대중과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작년엔 일주일밖에 허락되지 않은 대화 시간이 이번에는 무려 넉 달로 늘어났다. 이 전시는 3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왼쪽부터_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프린트 작품 ‘Untitled’, 리처드 디컨(Richrad Deacon)의 작품 ‘Housing’

In the ‘Edition’
아트 바젤의 남다른 기획력이 돋보인 섹션. 초보 컬렉터들이 좀 더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판화와 같이 대량생산이나 재생산이 가능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만 모아 관람객과 초보 컬렉터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On the ‘Film’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 메인 전시 센터인 컨벤션 센터 부근에 자리한 사운드 스페이스 공원. 이곳에선 페어 기간 내내 매일 밤 전 세계 작가의 짧고 긴 영상 작품 70여 점(런던의 아트프로젝스(Artprojx) 디렉터 데이비드 그린(David Gryn)이 큐레이팅했다)이 별빛 가득한 밤하늘 아래 펼쳐졌다. 알록달록 커다란 방석 위에 몸을 맡기고 시원한 밤바람을 느끼며 프랭크 개리가 디자인한 뉴 월드 센터의 벽면을 타고 흐르는 영상물을 보는 기분이란! 대중과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공감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아트 바젤의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디터 유은정 (ejyoo@noblesse.com)
사진 제공 아트 바젤(Art Ba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