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미래차량
인류의 미래를 바꿀 이동 수단,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

이동 수단의 진화는 생활을 바꾼다. 마차와 기차의 등장이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기해보자. 21세기 문턱을 갓 넘은 지금 이동 수단은 또 다른 변곡점에 서 있다. 화석연료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의 은퇴는 기정사실이다. 차세대 에너지로 전기가 유력한 현재(수소차도 결국엔 전기에너지로 움직인다)의 문제는 형태다. 만약 미래의 탈것이 내연기관이 극복하지 못한(혹은 제시하지 못한) 방식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우리 삶은 또 한번 변화할 것이다. 현재로선 그 시작이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될 확률이 높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전기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1인 이동 수단을 뜻한다. 전기 자전거와 전동 스쿠터, 전동 킥보드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개인의 레저 용도로 시장에 나왔지만 이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인 공유경제와 결합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 마켓이 현재 뜨거운 감자다. 돈이 몰린다는 얘기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업계의 선두주자인 버드는 2017년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1년 만에 22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리고 이듬해 기업 가치 2조 원을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티어는 지난해 하반기 런칭해 파리, 리스본, 마드리드, 코펜하겐 등 유럽 9개국 20여 개 도시에서 운행을 시작해 8개월 동안 800만 건의 이용 횟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와 글로벌마켓 인사이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수요가 올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11% 성장하고 2024년엔 시장 규모가 약 220억 달러(약 25조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 가능성이 크다 보니 글로벌 공룡도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는 지난해 전기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 ‘점프 바이크’를 2억 달러에 인수했다. 점프 바이크는 9개월간 고작 250대의 바이크로 62만5000번의 사용 실적을 올렸다. 구글은 자회사인 알파벳을 통해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 ‘라임’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이 밖에 GM과 BMW, 토요타,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도 조만간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도 시장이 빠르게 형성 중이다. 중심은 전동 킥보드. 스타트업 올롤로의 서비스 ‘킥고잉’은 지난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해 약 10만 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현재 1500대의 운용 규모를 연중 1만 대까지 확장할 방침이다. PUMP의 ‘씽씽’은 올 초 2개월의 시범 운영 기간에 가입자 3만5000명을 모집했다. 이용 횟수는 10만 건에 이른다. 씽씽은 최근 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킥보드를 3000대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을 전개하는 매스아시아의 ‘고고씽’도 네이버가 100% 출자한 펀드를 통해 투자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전기 자전거도 급격히 팽창 중이다. 여긴 덩치가 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 송파구, 인천 연수구, 성남, 하남, 전주, 울산 6곳을 테스트 베드로 삼고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 ‘카카오T 바이크’를 시작했다. 공유 차량업체 쏘카는 전기 자전거 공유 플랫폼 ‘일레클’과 서울 주요 대학가 중심의 공유 서비스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도 카이스트와 협력해 전기 자전거 플랫폼 ‘제트’를 테스트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 중인 크고 작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업체만 15곳. 한발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블루오션인 셈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다. 기존 이동 수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를 제시한다. 일단 편리하다. GPS와 핀테크 기술을 포함한 공유 플랫폼은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부킹과 결제를 가능케 한다. 도심 곳곳에 정차한 모빌리티를 찾고 즉석에서 결제와 탑승이 이뤄진다. 반납도 목적지 인근의 스폿에 세워두면 된다. 러시아워의 대중교통이나 금요일 저녁 택시 승차 거부를 겪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애매한 1~2km의 짧은 거리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빛을 발한다. 그리고 저렴하다. 유럽의 경우 3km 이동 기준 평균 10달러가 발생하는 택시 요금의 5분의 1 수준이다. 미국도 처음 30분은 2달러, 그 후부터 분당 7센트 정도다. 우리나라도 30분 이용 시 약 3000원의 비용을 책정했다. 모빌리티로 약 8km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낮은 비용으로 이용이 가능하며 끔찍한 교통 체증을 겪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자기 주도적 주행이 가능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장려와 규제 완화도 산업을 촉진하는 요소다. 정부는 지난해 법률을 개정해 ‘요건’을 갖춘 전기 자전거의 자전거 도로 주행과 운전면허 면제를 허용했다. 행정안전부가 정한 요건이란 (1. 페달과 전동기의 동시 동력으로 움직이며, 전동기만으로는 움직이지 아니할 것 2. 시속 25km 이상으로 움직일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아니할 것 3. 부착된 장치의 무게를 포함한 자전거의 전체 중량이 30kg 미만일 것) 세 가지다. 그리고 올 3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시속 25km 이하 전동 킥보드 등 다른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같은 조건을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업은 운송업이 아닌 레크리에이션 임대업으로 분류된다.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하다 보니 시장 진입이 쉽다. 얼핏 봐도 규제가 헐겁다. 펜스를 촘촘히 쳐놓지 않은 건 정부가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해 벌어진 택시 파업 사태는 국내 거의 모든 운송업 문제에 불을 지폈다. 관련 이해 당사자들이 팽팽히 맞서는 갈등엔 탈출구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양성과 기존 생태계의 존립이라는 양극단에서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우회로인 셈이다.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의 잠재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최근 ‘마이크로 모빌리티 일반 사업’ 보고서를 통해 국내시장이 2022년까지 최대 2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대의 요구와 기술 발전, 정부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가파른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단기간에 덩치를 키우다 보니 문제점도 많다. 먼저 안전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 현재 전동 킥보드는 법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소형 오토바이 같은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특정 구간(자전거 도로)에서 주행을 허용하지만 원론적으론 도로를 사용해야 한다(물론 인도를 달리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문제는 이용자 중 상당수가 헬멧 같은 필수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는 데 있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포함되지 않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특성상 가벼운 사고도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련 사고는 시장의 팽창과 맞물려 크게 늘었다. 최근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2018년 전동 킥보드 관련 사고 건수는 22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117건)보다 92.3%나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건도 140% 급증해 안전에 대한 보완 규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원동기처럼 책임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라 법적 지위도 모호하다. 산간 도로에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보고 달려드는 고라니를 빗댄 ‘자라니(자전거+고라니)’나 ‘킥라니(킥보드+고라니)’ 등 신조어는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유용하다. 도심의 교통 체증을 완화하고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이미 베를린과 파리 등 유럽 일부 도시엔 디젤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모든 이동 수단은 전기에너지로 달릴 것이다. 그래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그 과정 중 하나다.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이 시장화하는 데 성공하면 교통의 패러다임은 변할 것이다. 지금 같은 교통 체증이 사라지고 도시는 도로 폭을 대거 줄이게 된다. 모듈 타입 자율주행 전기 자동차가 순환하듯 도심을 돌며 도시 거주자의 퍼스트 마일(First Mile)을 책임질 것이다. 개인 소유의 자동차 역시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심의 실핏줄 같은 골목을 지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오롯이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몫이 된다. 상상해보자. 자동차 없는 마을 골목, 주차 전쟁이 사라진 주택단지. 그때가 되면 운동으로 하는 걷기 외에 도보 이동은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사용 편의성도 점차 발전할 것이다. 현재 업체마다 다른 플랫폼(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만 훗날엔 다른 대중교통처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 가능하며, 서비스와 요금만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킥보드나 자전거, 바이크 등 한정적 형태도 진화를 거쳐 더욱 안전하고 편리하게 제작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산업을 건강하게 키워야 한다. 관련 규제를 마련해야 하고 사회적 토론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한국보다 앞서 시작한 유럽이나 미국도 관련 제도나 문화가 미비한 상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된다. 한국은 한발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적절한 규제와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단지 이동 수단 하나가 추가된 것이 아니다. 이 재능 많은 루키를 얼마나 건강하게 키우느냐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일러스트 최익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