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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과학자처럼, 히로시 스기모토

LIFESTYLE

LA 아트 센터 디자인 칼리지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2001년 사진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핫셀블라드상을 수상, 영국 <더 타임스>가 ‘1900년 이후 활동한 가장 위대한 예술가 2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한 히로시 스기모토(Sugimoto Hiroshi)를 은연중에 ‘사진작가’로 불러온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 히로시 스기모토의 사진 중 일부는 복잡하고 위험천만한 전기 실험의 결과물이자 동시에 아이처럼 엉뚱한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것이다. 그의 조각 중 일부는 쌍곡선, 회전면의 비예술 영역인 수학에서 탄생한 표면과 입체 모형이다. 그에게 사진이란 그런 방대한 깊이의 사유와 연구를 기록하는 단순한 도구다.

‘초상’ 연작 19세기에 홀바인의 회화를 토대로 제작한 런던 마담 투소 박물관의 헨리 8세 밀랍 조각을 촬영한 작품이다. 한 장의 사진에 회화, 회화를 기반으로 제작한 밀랍 조각 그리고 현대 사진으로 연결되는 재현의 역사와 구조를 담아냈고, 그 재현 과정 속 시간의 흐름과 다양한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다.

헨리 8세, 1999, 젤라틴 실버 프린트, 182.2×152.4cm Henry VIII, 1999, Gelatin Silver Print ⓒ Hiroshi Sugimoto

당신의 작품 중 ‘극장(Theaters)’(1975년~), ‘바다 풍경(Seascapes)’(1980년~), ‘초상(Portraits)’(1999년) 연작, 그리고 최근 작품인 ‘번개 치는 들판(Lightning Fields)’(2006년~) 연작을 보면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재해석한 것이 많다. 우선 ‘재해석’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궁금하다. 그렇다. 과거에 존재한 것을 포착하고 재해석하는 게 결국은 사진의 기본적 본질이기 때문이다.

1999년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의 커미션으로 제작한 ‘초상’ 연작은 16세기 궁정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를 토대로 만든 밀랍 인형을 촬영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그 작품을 보면서 실제 살아 있는 인물을 촬영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혹시 그것 외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가?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모형과 동물 박제로 연출해놓은 장면을 찍은 ‘디오라마’를 보고 대부분의 관람객은 실제 야생의 장면을 포착한 거라고 믿는다. 바로 그 지점이 내가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 어쩌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초상’ 연작은 헨리 8세와 그의 부인들 모습을 똑같이 재현한 밀랍 인형을 촬영한 건데, 마치 오래전에 죽은 인물들이 사진 속에서 되살아난 듯 보인다. 이런 경험을 통해 ‘여기 이 순간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바다 풍경’에는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 등 광활한 바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빛과 노출, 시간이 만들어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특별히 있는가? 지구상에 처음 산 고대인이 처음 바다 풍경을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했다. 육지는 여러 조건(개발이나 자연 변화)에 의해 변화해왔지만 바다 풍경은 고대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 고대인과 현대인이 공유할 수 있는 풍경으로 바다를 택했고, 마치 내가 고대인이 된 듯 바다를 바라보며 삶과 인간의 근원을 생각해봤다.

‘바다 풍경’ 연작의 촬영 과정이 궁금하다. ‘바다’ 시리즈는 황해, 흑해, 홍해 등 각각의 이름이 있다. 처음엔 ‘왜 황해(Yellow Sea)일까? 왜 그런 이름이 생겼을까?’ 궁금했다. 막상 가보니 바다가 노랗지 않았다. 따라서 ‘바다 풍경’ 연작은 그 이름이 붙기 전 ‘태고의 바다’를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황해는 제주에서 찍었고, 흑해는 터키 해안, 홍해는 이집트 해안에서 촬영했다. ‘바다’ 시리즈는 적절한 장소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구글맵이 없던 시절에는 현지 지도를 들고 장소를 찾아다녔다. 되도록 외지고 한적한 곳(어선이나 요트가 지나다니지 않는 곳)으로 가서 촬영에 적절한 순간을 기다린다. 열흘에서 2주, 때론 캠핑을 하면서 밤낮없이 기다리며 미리 챙겨간 책들을 읽곤 한다. 개인적으로는 해 뜨기 직전 새벽에 촬영하는 걸 좋아한다.

촬영에 보통 몇 명의 스태프가 동원되는가? 뉴욕 오피스에 있는 8명의 어시스턴트가 여러 업무를 도와주고, 도쿄 건축사무소에서는 3명의 건축가와 일하지만 촬영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는 늘 혼자다.

‘디오라마’ 연작 1975년에 시작한 이 연작은 스기모토의 이름 석 자를 미술계에 알린 작품으로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전시해놓은 다양한 디오라마(역사나 자연 속 한 장면을 재현하는 방식)를 촬영한 작품이다. 사진 속 동물이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사진은 진실을 말한다’는 믿음이 흔들리게 되고,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표현해놓은 디오라마도 사실을 재현한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알래스카 늑대들,1994, 젤라틴 실버 프린트, 152.4×218.4cm Alaskan Wolves, 1994, Gelatin Silver Print ⓒHiroshi Sugimoto

리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히로시 스기모토-사유하는 사진>은 어떻게 성사되었나?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5~6년 전부터 개인전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몇 차례 서울을 방문하면서 전시에 관한 준비를 했다. 전시의 성격 자체가 ‘대규모 회고전’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 작품 세계 전반을 아울러 보여주고 싶었다. 전시장 한가운데로 에스컬레이터가 떨어지게 설계한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작품들을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많이 고민했다.

건축가가 된 심정으로 전시 공간을 고려해 전시 준비를 했다고 들었는데 특별히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썼는가? 전시장 내부에 원형 벽을 따로 세워 건물 안에 새로운 건물을 만든 것 같은 효과를 냈다. 그 덕분에 불필요한 기둥들이 둥근 가벽 안으로 숨었고 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스기모토의 스페이스’가 탄생했다. 렘 쿨하스가 디자인한 원래 공간을 대대적으로 성형수술한(Face Lifting) 셈이 되었다.(웃음)

기자간담회를 리움 건축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아는데 건축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뮤지엄은 어딘가? 건축가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가 설계한 오스트리아의 쿤스트하우스 브레겐츠(Kunsthaus Bregenz)다. 건물 자체가 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예술 작품이 돋보이도록 디자인한 훌륭한 건축물이다. 특히 미술관 내부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너무 좋아 인위적 조명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기쁘게도 2001년에 그곳에서 전시한 경험이 있다.

고유의 조명과 노출 기법 등이 당신 작품의 특징이다.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당신에게 시간이라는 명사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글쎄, ‘시간과의 싸움’이라기보다는 시간의 프로세스 그 자체를 즐긴다. 유일하게 인간은 시간을 느끼고 소유하는 동물이다. 시간이란 늘 제한되어(Limited) 있다. 내 인생의 시간도 한정되어 있고, 문명의 시간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국 이 제한된 시간의 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묻는 것이 시간에 대한 나의 이슈다.

작품을 보고 당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니 마치 일본 소설 속 주인공처럼 ‘혼자 책을 읽으며 늘 사색하는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유년 시절은 어땠나? 어릴 때 난 나에 대해 늘 궁금해했다. 어린 시절 라디오 조립이나 열대어 수집, 자동차 모형 만들기 등 다양한 취미에 빠져 있었고 <아동과학>이라는 월간지를 열심히 읽기도 했다. 열두 살 무렵엔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같은 좀 진지한 책을 접했는데 꽤 감명 깊게 읽은 걸 보니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였던 것 같다. 아! 여자친구들한테도 관심이 많았다.(웃음)

1 ‘가속하는 불상’ 연작 13세기 초에 지은 교토 사찰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의 천수관음보살 1001개를 48장의 사진에 담은 후 3채널 영상으로 만들었다. 사진 속 1001개의 불상이 점차 100만 개로 증식되면서 관람객은 마치 열반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되지만, 이윽고 불상들은 화면 속으로 녹아들며 사라진다. 육체만 남고 정신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 죽음을 향해 가는 마지막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런 느낌일 것이다.

가속하는 불상, 원작 1997/ 재편집 2013, 5’ 48” 제작·감독·편집 히로시 스기모토, 사운드 겐 이케다 Accelerated Buddha. Original 1997/ Remastered 2013, Duration 5’ 48” Produced, Directed, Edited by Hiroshi Sugimoto, Sound by Ken Ikeda

2 ‘바다 풍경’ 연작 스기모토가 1980년부터 전 세계의 바다를 찾아다니며 담아낸 풍경. 사람, 등대, 배 등 장소와 시간을 특정하는 요소 대신 빛과 바람, 안개, 수증기 등 기후 환경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수평선 주위의 미묘한 변화가 각 풍경의 차이를 보여준다. 시간성과 장소성이 사라진 바다의 초월적 이미지를 통해 태고의 바다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황해, 제주, 1992, 젤라틴 실버 프린트, 152.4×182.2cm Yellow Sea, Jeju, 1992, Gelatin Silver Print ⓒ Hiroshi Sugimoto

3 ‘극장’ 연작 한 편의 영화를 사진 한 장에 담아낸 작품. 스기모토는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를 영화 상영 시간 내내 노출시켰고, 그 결과 영화의 이미지가 모두 사라지고 스크린에는 백색의 공백만 남았다. 영화 상영 시간 동안 어둠에 가려져 있던 극장의 내부 구조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중심과 주변의 관계가 역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UA 플레이하우스, 1978, 젤라틴 실버 프린트, 152.4×182.2cm UA Playhouse, 1978, Gelatin Silver Print ⓒ Hiroshi Sugimoto

어떤 사진작가는 “훌륭한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선 열두 살 이전에 자기 카메라를 손에 쥐어야 한다”고 했다. 언제 처음 카메라를 접했나? 나도 정확하게 열두 살 때였다.(웃음) 아버지가 쓰시려고 구매한 카메라였는데 당시 매우 비싼 MAMIYA 6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카메라 작동법이 어렵다고 포기하셨고, 그걸 내가 갖고 놀기 시작했다. 금세 사용법을 익혔고 결국 내 것이 되었다. 평생을 사진과 함께하게 된 시발점이었다.

그 카메라로 처음 무엇을 찍었는지 기억하나? 기차를 찍었다. 그 무렵 기차 모형 만들기에 빠져 있었는데 모형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기차의 모양을 보고 구조를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시장 영상에서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은 1970년대의 당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70년대에 미국으로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더 이상 일본에 머물기 싫다는 생각에 그동안 모은 돈을 들고 전 세계를 배낭여행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러시아를 여행한 후 미국까지 건너가 최종적으로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는데, 당시 그곳에서 유행하던 뉴에이지(New Age)와 히피(Hippie) 문화에 매료되었다. ‘대체 여기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궁금증이 솟았고, 그곳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마침 비자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와 로스앤젤레스 아트 센터 디자인 칼리지에 입학해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번개 치는 들판’ 연작 놀라지 말 것! 광활한 대지의 번개를 카메라로 포착한 듯한 스기모토의 아래 작품은 40만V의 전기를 금속판에 맞대는 위험천만한 실험을 통해 만든 인공 번개 이미지다. 19세기 칼로타입1 사진의 발명가 윌리엄 폭스 탤벗의 생가를 방문한 스기모토는 탤벗이 최초의 발전기를 발명한 마이클 패러데이와 함께 정전기와 전자기 유도를 실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탤벗 평생의 연구 주제인 ‘사진’과 ‘정전기’를 결합해 과학적 발견과 예술적 창조를 연결해 특별한 사진을 만들어냈다.

번개 치는 들판 구성 012, 2009, 젤라틴 실버 프린트, 152.4×1443.6cm(152.4×721.8cm 2set) Lightning Fields Composed 012, 2009, Gelatin Silver Print ⓒ Hiroshi Sugimoto

지금껏 뉴욕에서 작업 활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예술가로서 당신이 생각하는 뉴욕의 매력은 무엇인가? 1978년 처음 뉴욕에 왔을 때 사진이라는 매체가 현대미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그 생각은 맞았고, 현재까지도 현대미술을 하기에 뉴욕은 최적의 장소다. 최고의 갤러리스트와 뮤지엄이 있고, 사진 프레임과 대형 사이즈 현상 등 모든 기술과 제작을 뒷받침해주는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뉴욕에 살면서 200여 년간(1700년 뉴욕이 본격적인 발전기를 맞은 후부터) 한 도시가 얼마나 흥미롭고도(interesting) 형편없게(desperate) 발전해나가는지를 느끼곤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서 혹시 당신과 공통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공통점을 찾기보다 예술가들은 독창적(Unique)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대에 현대미술을 하고 있지만 나만의 독창성이 있고, 무라카미 다카시는 그만의 독창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는 그걸 유지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From Heaven! 하늘에서!(웃음) 늘 내 머릿속엔 수백 개의 아이디어가 있다. 난 사냥꾼(Hunter)처럼 사진 찍을 대상을 찾아 돌아다니지 않는다. 개념적·시각적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그린 후 그것을 구현할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일한다.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끊임없이 구상하고 테스트를 거친 후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때론 수년간 이런 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실현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버리거나 포기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흑백사진을 고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흑백은 무슨 의미인가? 내 작품이 흑백사진이긴 하지만 매우 하얀색(very white)에서 매우 검은색(very black)에 이르는 층위마다 수백 개의 서로 다른 톤과 뉘앙스를 전달한다. 나에게 컬러사진은 너무 쉽게 느껴진다. 컬러사진에서 보여주는 색상은 화학적 컬러에 불과하다. 카메라로 자연계의 색을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반면 흑백사진은 진정성이 깃든 실버 컬러를 통해 대상을 다채롭게 보여주기 때문에 훨씬 아름답게 느껴진다.

당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있나? 내 작품을 보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스기모토 작품은 수십만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각각의 관람객 모두 자신만의 느낌과 경험을 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공연이나 건축에도 관심이 많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 최근엔 일본 전통극 연출 작업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내가 연출한 를 파리와 마드리드에서 공연했다. 오다와라(Odawara) 미술 재단과 함께 건축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오다와라 지역의 해발 100m에 길이 100m의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다. 건축물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또 올해 열릴 2014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선보일 건축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주 전에는 홍콩에서 열린 ‘Museum Summit’라는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미래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개념적 형태’ 연작평균 곡률로 이루어진 회전면 온듈로이드 (Onduloid) 형태를 수직적으로 반복해 3차원 입체로 구현한 작품.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모형의 끝은 마치 무한과 만나려는 듯 허공을 향해 뻗어 있다. 히로시 스기모토는 수학에서 탄생한 예술적 형태를 통해 비예술과 예술 사이의 연결 고리를 제시한다.

수학적 모형 010, 2007, 알루미늄, 높이 451.7cm Mathematical Model 010, 2007, Aluminum, H 451.7cm ⓒ Hiroshi Sugimoto

한국 팬을 만날 기회가 있나? 한국 작가 중에 가까이 지내는 작가는 누구인가? 개인적으로 컬렉터나 팬을 만날 기회는 없지만 한국인 친구는 미국과 일본에 아주 많다. 도쿄에 있는 건축사무소의 대표도 일본 태생 한국인이고, 지금도 입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Art & Science의 대표 소니아 박(Sonya Park)도 한국인이다. 한국 아티스트 중에선 이우환을 매우 좋아한다.

이유는? 내 친한 친구이기 때문이다.(웃음) 우리는 서로에게 예술적 자극을 주곤 한다.

현대미술의 정의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의 수만큼 다양한 것 같다. 당신에게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화 현상(Culture Scene)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것이 좋고 나쁜지 판단하기보다 지금은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결국 역사가 무엇이 훌륭한 예술이었는지를 판단할 것이다. 가끔 내 작품으로 논문을 쓰는 학생들이 찾아오면 내가 죽은 후 나에 대한 글을 쓰라고 말하곤 한다. 살아서 예술을 하는 동안은 최대한 자유롭고 싶다.

사진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 코미디언이 되어 있지 않을까?(웃음) 난 스스로 코미디언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늘 주변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세계가 곧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이번 전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는가? 가능한 한 많이!(웃음) 그러나 이건 내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술관 관계자와 언론에서 어떻게 해주느냐에 달렸다. 그러니 당신이 최선을 다해달라. Do your best!

삼성미술관 리움의 곽준영 책임 큐레이터가 말하는 <히로시 스기모토>전의 포인트!
“히로시 스기모토는 이번 전시 디스플레이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렘 쿨하스의 독특한 미술관 설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고자 했죠. 그중 그라운드갤러리 가운데에 만든 바다 풍경의 커다란 호 모양 방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그 덕분에 스기모토의 다른 미술관 전시와 차별화되는 독자적인 전시 구성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장노출을 통해 한 편의 영화를 사진 한 장에 담아낸 ‘극장’,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며 찍은 추상적인 ‘바다 풍경’, 사진의 한계를 넘어 재현의 역사를 보여주는 ‘초상’, 실험을 통해 만든 인공 번개로 연출한 ‘번개 치는 들판’과 같은 주요 흑백사진 연작과 ‘가속하는 불상’ 등 다양한 시도를 넘나드는 총 49점의 대표작을 대거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3월 23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 삼성미술관 리움 2014-6900

히로시 스기모토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이곳으로!
2월 4일~6월 8일__로스앤젤레스 Getty Museum
3월 20일~23일_(분라쿠 공연 연출)_도쿄 Setagaya Public Theater
3월 28일~30일_(분라쿠 공연 연출)_오사카 Osaka Festival Hall
6월 4일 (건축 프로젝트)_ 베니스 Cini Foundation
6월 5일 (건축 프로젝트)_베니스 Bevelaqua la Masa
가을 (건축 프로젝트)_토스카나 Castelo di Ama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진행 박선영  사진 안지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