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토와 보테로
올가을 서울엔 아이다 마코토도 있고, 페르난도 보테로도 있다. 이 둘은 똑같이 여인을 그린다. 한 명은 홀쭉하게, 한 명은 아주 뚱뚱하게.
Makoto Aida, Picture of Waterfall, 캔버스에 유채, 439×272cm, 2007~2010
Photo by Fukunaga Kazuo, Collection of National Museum of Art, Osaka,
Courtesy of Mizuma Art Gallery ⓒ Makoto Aida
이런 저질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소식이 벌써부터 들려온다. 도쿄의 미즈마 갤러리가 아이다 마코토의 작품을 들고 온다는 것이 그중 흥미롭다. 근데 아이다 마코토가 누구냐고?
“현대미술이라는 게 우선 새롭기도 하고 논리적이기도 하고 더럽기도 하고 아무것이나 다 되기도 하는,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미술 장르입니다. 이런 마이너 세계에서 전 머리가 나빠 어려운 추상화는 할 마음이 안 생기고, 주로 알기 쉽고 바보 같고 저질스러운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아이다 마코토(Makoto Aida)의 말이다. 그는 SM(새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이나 피, 내장, 사지 절단 등이 등장하는 고어물에 나올 법한 소녀를 그린다. 여성을 성적 대상 혹은 폭력의 대상, 심지어 ‘식자재’로까지 표현한다. 언뜻 보기엔 주로 유한 컬러를 사용해 덜 자극적으로 느껴지지만, 그 면모를 자세히 살피면 다루고 있는 소재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한 예로 그의 작품 ‘식용 소녀 미미’는 제목 그대로 소녀를 식용으로 그린 작품. 스테이크처럼 접시에 담겨 칼과 나이프로 썰리는 소녀의 모습, 김밥에 들어가 잘린 소녀의 모습, 생선구이처럼 몸을 갈라 석쇠 위에 놓인 소녀의 모습 등 ‘먹는 방법’의 그 다양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단, 완전히 홀딱 벗은 젊은 여성의 모습이지만 성적 욕구보다는 기괴함이 느껴진다. 그런 탓인지 그의 작품을 두고 남성우월주의를 예술에 그대로 드러낸다고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 또 거부감이 들 만큼 극단적 묘사로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성 상품화를 표현했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일본 출신 작가의 작품은 예부터 그들 특유의 독특한 문화가 돋보였다. 어딘가 마음의 병이 있는 듯하면서도 귀엽고, 잔혹하고, 기발한 느낌. 아이다 마코토의 경우도 그렇다. 여성을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적 취향을 작품에 반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성을 비하하는 남성우월주의라기보다 그저 개인적 욕망에 솔직한 대담한 아티스트일 수도 있다는 생각. 어쨌든 예술가 자신이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주제여야 더 작품에 열중할 수 있을 것 아닌가.
사실 아이다 마코토는 같은 일본 출신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나 무라카미 다카시에 비하면 국제적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 젊은 예술가를 포함한 폭넓은 세대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말하자면 일본 사회에 팽배해 있는 극단적 내성주의를 반영한 작가 특유의 히키코모리스러운 작품들이 컬렉터에게 주목받으며, 작품의 가격 또한 하늘 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말이다. 새롭기도 하고 논리적이기도 하고 더럽기도 한 그의 작품을 이번 기회에 서울에서 만나보자.
KIAF 2015
전시기간 2015. 10. 7(수) – 10. 11(일)
Private Opening 2015. 10. 6(화) 1시(Gold VIP only, Press)
VIP Opening 2015. 10. 6(화) 4시(All VIPs)
장소 서울 COEX 1층 Hall A, B 전관
문의 02-766-3702~4
홈페이지www.kiaf.org
주최 (사)한국화랑협회, SBS, (주)코엑스
Fernando Botero, The Street, 캔버스에 유채, 204×177cm, 2000
사진 제공 예술의전당
날씬한 여자들은 저리 가
살집이 꽤 오른 둥글둥글한 얼굴에 점처럼 찍은 작은 두 눈, 밀가루 반죽처럼 부푼 팔다리에 뱃살은 삼겹(아니, 그 이상)이다. 작품은 마치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은 듯 부풀린 사람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그런 풍선 같은 몸을 움직여 춤을 추거나 파티를 즐기는 등 활기찬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7월 10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콜롬비아 출신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전시 풍경이다.
보테로는 유럽의 전통적 미술 사조에 휩쓸리지 않는 남아메리카 고유의 표현 방식 ‘신형상주의(neo-figuration)’를 구현하는 작가다. 어릴 적부터 독학으로 미술을 배우며 여러 미술 양식을 골고루 수용해 자신만의 조형미를 만들어냈다.
보테로의 그림이나 조각은 작가의 서명이 없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풍만한 몸과 화사한 색감이 공통분모다. 인체는 물론이고 동물과 악기 같은 사물까지 전부 빵빵하게 그린다. 심지어 인터뷰에서도 “난 날씬한 여인을 그리는 데 관심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단지 형태의 관능미를 표현하는 데 관심을 쏟을 뿐이란다.
이번 전시는 1960~1970년대 보테로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당시의 초기 작품부터 유럽과 뉴욕을 거쳐 라틴 예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최근 작품까지 두루 선보인다. 비정상적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로 인해 기법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면밀함도 엿보인다. 특히 울긋불긋한 남미의 정서를 살린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세계적 거장이 되기까지의 노력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Interview with Fernando Botero
여행을 다녀오셨나요? 질문지의 답변이 오지 않아 걱정했습니다.
근래에 일에 지쳐 몇몇 작업실을 옮겨다녔습니다. 제겐 그게 여행이죠.
파리와 뉴욕, 이탈리아, 멕시코, 모나코, 콜롬비아에도 집과 작업실이 있는 걸로 압니다. 왜 그렇게 옮겨다니시는 건가요?
다른 도시(작업실)로 이동할 때마다 그간 쌓인 피로가 풀리는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1년에도 몇 차례 반복하죠. 사실 질문에 언급한 도시 외에 그리스에도 작업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제 고향 콜롬비아고요.
얼마 전 한국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열었습니다. 그야말로 ‘대박’이 난 2009년의 첫 전시 이후 6년 만이죠.
2009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는 저도 기억이 선명합니다. 관람객도 관람객이지만, 전시장 자체가 무척 커서 기념비적 조각 몇 점은 아예 공원에 따로 전시할 수 있었죠. 지금도 가끔 그때가 생각납니다. 이번 한가람미술관 전시는 그 전시의 진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보테로’라는 작가의 진화 과정을 볼 수 있죠.
오랫동안 풍만한 몸매의 여인을 그려왔습니다. 예술에서의 미와 실제 미는 다르다는 생각에서였죠. 여전히 마른 여인을 그릴 생각은 없으신지?
아마 그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술은 변형이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진부해지죠.
전에 한 인터뷰에서 한국 여자는 너무 말라서 작품의 모티브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세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전 한 번도 실존 인물을 모델로 작업한 적이 없어요. 오로지 상상에 의해 그림을 그리니까요. 사실 예술에 인체의 사실적 미를 반영하는 건 피상적이고 따분한 일입니다.
오늘 처음 당신의 전시를 보러 가는 이가 있습니다. 그가 전시장에서 무얼 보고 돌아갔으면 하나요?
‘관능’을 느끼길 바랍니다. 색의 조화와 선의 형태 그리고 서정적 주제에 관한 어떤 것.
작업하지 않을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거의 모든 시간을 작업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아직 이 일 외에 즐거운 걸 찾지 못했거든요. 그 외 자투리 시간엔 책을 읽기도 하고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서 사람을 만납니다.
부인인 소피아 바리(Sofia Vari)도 조각가와 보석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의 예술가와 함께 사는 건 어떤가요?
예술을 사랑하는 둘이 모이면 싫은 일이 일어날 것이 없습니다. 우린 공통점이 많죠. 행복합니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