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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즈음에

MEN

요즘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용어 중 하나는 ‘영 포티(young forty)’다. 과거와는 달리 소비력이 크고, 트렌드에도 민감한 젊은 40대가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40대는 또한 신체적·정서적으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40대를 살고 있는 남자들은 어떤 생각과 계획으로 이 시점을 통과할까? 14명의 남자를 초대했다.

한국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 1990년대, 소위 ‘X세대’라 불린 1970년대생의 등장일 것이다. 자유와 개성이라는 깃발 아래 고도성장의 수혜를 누린 이들은 가장 막강한 소비력을 지닌 세대이기도 했다. 이 X세대가 벌써 40대. 이들은 사회의 중추인 동시에 정치적, 문화적 담론까지 장악하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그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의 정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건국 이래 가장 젊은 40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이전 세대가 가져온 40대의 전형성을 탈피한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이 지난해에 펴낸 책 <라이프 트렌드 2016(그들의 은밀한 취향)>은 ‘영 포티’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조직에 대한 헌신 대신 가족과 개인의 삶을 즐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다, 형식이나 체면치레를 거부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즐긴다, 이념 싸움보다 합리와 상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트렌드에 민감하다. 게다가 40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연령대다. 소비력과 오피니언을 동시에 갖춘 가장 강력한 세대인 셈이다. 공자는 40세를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이라 했지만, 이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유·무형의 유혹을 억누르는 대신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들에게 던진 질문과 답은 이렇다.

QUESTION

1 당신은 누구인가?
2 스스로 여전히 ‘젊게 산다’고 느낄 때.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느낄 때.
4 40대인 당신의 불안.
5 40대에 경험하고 싶거나 성취하고 싶은 것.
6 지금 당신이 꼭 갖고 싶은 물건 한 가지.
7 여전히 당신을 들뜨게 하는 여자.
8 40대인 당신이 닮고 싶은 사람.
9 지나간 30대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
10 당신이 꿈꾸는 50대.

1. 김명진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 ‘프럼’ 대표이사

1 김명진.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회사 ‘프럼’ 의 대표이사로 룰루랄라 즐겁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늘 떠들고 다니지만 결국에는 워커홀릭인 남자. 2 살아오면서 물리적 나이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일반적으로 나이 들수록 세상의 기준과 벽을 하나씩 만 들어가는데 그런 벽과 기준이 다른 사람에 비해 유연한 편이다. 이런 기준으로 나만의 생각, 패션, 공간 등의 세계를 만들어왔는데 남들은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건 그냥 나의 라이프스타일일 뿐이다. 3 솔직히 나이 드는 것이 싫지 않다. 육체는 20대에 성장을 멈추고 젊음을 잃어가지만 정신은 40대가 되어도 더 키 큰 어른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 <킹스맨>의 “Manners Maketh Man”이라는 대사처럼 나이가 들어 어릴 때는 모르던 배려와 이타심이 생기는 것을 느낄 때 키 큰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0대의 내가 맘에 든다. 4 마흔이 되면 더 이상 용기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아 서른아홉에 주위의 만류에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컨설팅 회사를 차렸다. 당시만 해도 나의 꿈과 미래만 걱정하면 될 줄 알았는데, 몇 년 사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 ‘내가 이들의 행복을 책임지는 리더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늘 존재한다. 5 사업을 하기 때문에 행복한 삶과 지속 가능한 일을 양립할 수 있는 조직의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활력있는 조직을 늘 고민 중 이다. 조직의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가져간다면 세상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어벤져스’ 같은 팀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6 살 수만 있다면 사람들의 시간을 사고 싶다. 소설가인 친구가 즐겨 쓰는 말인데, 어느 날 나도 공감하게 됐다. 가족과의 시간, 친구나 지인과의 시간 등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7 영화 <색, 계>에서 탕웨이가 연기한 왕치아즈. 왕치아즈라는 캐릭터는 남자들에게 정말 뇌쇄적이지 않은가? 정치적 신념과 사랑이 엇갈리는 순간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통제되지 못하고 엇갈리는 순간과 같은 느낌을 준다. 남자란 이런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도 한편으로는 이런 순간이 오기를 바라는 모순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하. 8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사업을 시작하면서 손정의 회장의 ‘새로운 30년’이라는 강연 영상을 수십 번이나 봤다. 아직도 힘들거나 좌표를 되짚어야 할 때는 혼자 조용히 이 영상을 본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리고 실천하는 그의 선택과 용기는 탁월했다. 게다가 그의 가족사는 몇 번을 봐도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9 30대에 내가 하는 일에서 소중한 경험을 많이 했고, 내 일에 열정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처를 준 것 같다. 성숙하지 못해 생긴 일이고 40대인 지금도 반복되고 있지만,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더 잘 살고 싶다. 10 운이 좋아 20대 후반부터 수십 개국을 무대로 디지털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지금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성취감은 있지만 때로는 너무 일에 매몰돼 있다는 공허감도 있다. 50대에는 나만의 스토리텔링 작업을 조금이라도 시작하고 싶다.

 

2. 변홍철
아트 컨설팅 회사 ‘그레이월(Graywall)’ 디렉터

1 변홍철. 아트 컨설팅 회사 ‘그레이월(Graywall)’ 디렉터. 국내외 전시와 아트 페어 등을 오가며 기관과 기업을 아우르는 전시 기획 및 미술품 거래를 하고 있다. 2 문화 예술계 일의특성 때문인지 철이 잘 안 든다. 보통 사람이 좀 무모하다 느낄 만큼 모험을 하기도 한다. 지극히 건강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또래 친구를 만났을 때, 내가 아직 젊게 또는 철없이 살고 있구나 느낀다. 3 점점 술이 잘 안 깨고, 작은 글씨는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본다. 작년 12월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저녁마다 열리는 각종 파티에 참여하지 않고 식사 후 바로 숙소로 향했다. 시차 때문이라지만 예전엔 해 뜰 때까지 델러노 사우스 비치나 쇼어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곤 했다. 운동 부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4 개인 사업자로서의 일, 아직 이루지 못한 가정(방송에 아이들이 나오면, 특히 추성훈 씨 딸 사랑이가 나오면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운동 부족으로 쉬 떨어지는 체력과 건강. 5 전시 공간을 만들고 싶어 리서치를 하고 있다. 결혼도 해야 할 것 같다. 아! 오로라도 보러 가고 싶다. 6 서도호의 작품. 석 달 전 싱가포르 STPI에서 서도호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 오픈 전에 디렉터 에미 유가 신작 2점을 추천해 망설였는데, 아트 바젤 마이애미의 STPI 부스에서 서도호의 작품을 보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7 그냥 ‘처음 보는 여자’라고 해두자. 8 운 좋게도 문화 예술계 어른들을 멘토로 모시고 있다. 그분들이 살아온 모습을 배우고 싶다. 그 가르침을 기본으로 나만의 모습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한 가지, 외모적으로는 조지 클루니처럼 나이 들고 싶다. 모든 남자가 마찬가지겠지만.(웃음) 9 딱히 어느 시점 혹은 에피소드는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30대 전체를 아우르는 아쉬움을 말하겠다. 절제와 타인에 대한 용서 부족. 여기서 파생한 수많은 에피소드에 아쉬움을 느낀다. 답을 해놓고 보니, 내가 ‘아쉽다’와 ‘후회스럽다’란 단어를 혼동한 것 같기도 하다. 10 어쩌면 귀농을 했을 수도 있겠다. 창고에서 취미 삼아 작업도 하면서.(웃음) 그 나이엔 매사에 좀 더 여유 있고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젊은 친구나 후배들에게 ‘꼰대’ 소리 듣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3. 김진표
래퍼이자 드라이버이자 레이싱팀 감독

1 김진표. 래퍼이자 드라이버이자 레이싱팀 감독, 그리고 두 아이의 아버지. 2 아이러니하게도 40대가 되었음에도 늘 ‘당장 내년엔 뭘 하고 있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린다. 그걸 떨쳐내기 위해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라며 스스로 위안하게 될 때,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아 뭔가에 도전할 계획을 세울 때 아직 가슴이 뜨겁다는 생각이 든다. 3 싸우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구구절절 해명하는 것도 귀찮다고 느낄 때.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도 귀찮아서 ‘그러시든가’ 하면서 웃고 넘겨버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는데 말이다. 4 건강이다. 내가 이룬 것,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것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최근에 건강을 잃은 지인을 보면서 깨달았다. 건강한 자는 불평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5 금호타이어 레이싱팀 감독이 되면서 지난해에 팀 우승을 일궈냈다. 이 레이싱팀을 더욱 성장시켜 해외 레이스에 참전하는 게 꿈이다. 다카르 랠리, 혹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도 좋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법이니까. 6 태그호이어 모나코 걸프 에디션. 시계에 별 관심이 없는데, 이 모델은 몇 년째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우연히 눈에 띈다면 충동구매 할지도 모르겠다. 7 이 질문 앞에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결국 내 PC의 바탕 화면으로 설정해둔 셰일린 들리(Shailene Woodley)로 결정했다. 작년에 본 영화 <안녕 헤이즐>에서 그녀의 연기가 좋았다. <더 다이버전트>의 여전사 이미지 때문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8 배철수 선배님. 나의 10대를 가장 크게 뒤흔든 것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였다. 중1 시절 그 프로그램의 첫 방송을 들었다. 그때 그의 멘트는 “제가 이거 얼마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금방 잘릴 수도 있어요”였는데, 그 말이 너무 재미있어 프로그램에 푹 빠져들었다. 여자를 포함해 난생처음 뭔가에 빠지는 느낌을 경험한 대상이 음악캠프였다. 배철수 선배님의 말투와 표정, 스타일,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강렬했다. 그는 여전히 나의 우상이자 롤모델이다. 9 2013년 쉐보레 레이싱팀의 마지막 경기. 두 바퀴만 더 돌면 종합 챔피언이 될 수 있었는데 갑자기 타이어가 펑크 나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1년 내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바퀴에서 예상치 못한 펑크가 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새삼 레이스에서 인생을 배웠다. 10 나보다는 아이들에게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 같다. 내가 뭘 해볼까보다 아이들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더 깊어져 있을 듯하다. 더불어 50대에도 가끔 랩을 하고, 레이싱도 했으면 한다. 지금의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서. 하하.

 

4.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1 강원식. 탐스슈즈와 캐나다구스 등을 공식 수입, 판매하는 회사 (주)코넥스솔루션 대표다. 2 거꾸로 말해 ‘늙어간다’는 걸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 새로운 음악, 새로운 레스토랑, 새로운 유행과 상품에 항상 안테나를 세워놓고 있다. 술자리에서도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3 배가 자꾸 나오고 육체적으로 약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반면에 어릴 때보다 훨씬 현명해졌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나이 먹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4 아마도 다 비슷하겠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일 것이다. 수명은 비약적으로 늘어날 텐데, 60세 이후 시작될 긴 노후의 삶을 준비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 지금 운영하는 사업체를 보다 멋진 회사로 만들고 싶다. 사업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하는 방식과 조직의 문화 면에서 탁월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6 내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공들여 한 넓은 집이 갖고 싶다. 옷이나 구두, 시계나 차보다는 스스로 충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이 내 욕심이다. 7 켄들 제너(Kendall Jenner). 2010년형 미인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일리시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모델인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Emily Ratajkowski). 지구 상에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여자가 아닐까. 8 영화 <인턴>에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같이 현명하고 사려 깊은 시니어로 늙어가고 싶다. 9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는 성격이 아니라 아쉬움도 별로 없다. 다만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10 육체적으로는 지금보다 건강하고, 눈빛은 한층 깊어지고, 말수는 지금보다 줄어도 의사를 더 잘 전달하고, 좀 더 정제된 스타일을 지닌 중년.

 

5. 김윤호
사진작가

1 김윤호. 사진작가다. 사진을 찍고 사진을 설치한다. 2015년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개인전 <㎡>를 개최했다. 2,3 나이에 맞게 사는 것 같다. 굳이 젊게 산다고 느끼는 순간을 꼽는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할 때. 반면 하루 밤새워 작업하면 하루 이상 잠을 자야 할 때, 젊은 연예인의 얼굴을 분간 못할 때 나이 든 것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일상의 장면을 사진 찍듯 기억하는 편이었다. 길거리에서 지나친 사람과 몇 년이 지나 다시 스치더라도 상당부분 기억했다. 그런데 요즘 핫한 아이돌 얼굴은 매번 봐도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린다. 4 살기 편한 세상임에도 점점 내 아이가 자유롭게 마음껏 뛰어놀고 먹고 숨 쉬는 건 힘들어지는 것 같다. 5 40대가 가기 전에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모 기업의 후원으로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1년간 실행 가능해졌다. 흔히 이제 ‘100세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인생의 반 정도를 산 셈이다. 그 반을 위한 값진 시간이 될 것 같다. 6 결혼 때 예물 대신 받은 카메라. 경제적으로 한창 힘들 때, 아내를 설득해 그걸 팔았다. 찾을 수만 있다면 꼭 되찾고 싶다. 7 노코멘트하겠다. 8 법륜 스님. 나는 기독교가 모태 신앙이지만, 그분처럼 자신의 분야에 정통한 인물은 모두 닮고 싶다. 9 30대 초반에 영국 유학을 갔다. 결혼 후 얻은 집의 반전세 보증금을 가지고 간 유학이었다. 학비를 내고 나니 남은 게 얼마 되지 않아 꼭 해야 하는 것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간다면 빚을 내서라도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 10 나는 아주 현실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다. 미래를 계획하거나 대비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작가이기에 내 작업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더욱 많아지길 바라며, 김윤호의 작업이 명확함과 진정성이 있다고 인정받길 희망한다.

 

6. 김성호
핸드픽트호텔 서울 대표이사

재킷 Spears Union, 니트 McLauren by San Francisco Market, 타이 Unipair, 팬츠 Arco Valeno, 행커치프 Brunello Cucinelli, 워치와 브레이슬릿, 안경, 셔츠는 본인 소장품

1 김성호. ‘핸드픽트호텔 서울’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2 우리 호텔의 컨셉과 운영 방향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다. 기존 호텔처럼 방과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호텔 공간 전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이게 머리가 좀 아프다. 단, 뭔가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으려는 자신을 볼 때 더없이 ‘젊다’고 느낀다. 3 피로가 예전처럼 빨리 해소되지 않을 때. 4 나이로 인한 불안감은 없다. 하지만 새 공간을 만들고 그걸 세상에 내놓은 후 생긴 약간의 설렘과 불안은 있다. 5 내가 생각한 호텔 모델이 세상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그것이 세상의 일원으로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 6 벤츠 G바겐.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7 한 명만 고르라면 단연 설현이다. 청순함과 귀여움, 섹시함이 표정에 따라 드러나는 희귀한 장점을 지녔다. 8 지금의 내 나이쯤 온 가족을 데리고 이북에서 피란 온 할아버지. 맨손으로 시작해 많은 걸 이루신 과정을 여러 번 들었는데, 그야말로 대하드라마가 따로 없다. 어린 시절 내게 그 이야기는 위인전이나 다름없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9 머뭇거린 순간. 연애든 공부든 일이든 무언가에 대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머뭇거린 기억이 지금 생각해도 아쉽다. 좀 더 시도해보고, 좀 더 모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언제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10 지금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찾으려는 열정 넘치는 모습이었으면 한다.

 

7. 배윤경
‘오기사디자인’ 소속 건축가

1 배윤경. 건축, 인테리어 사무소 ‘오기사디자인’ 소속 건축가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매체에 건축 관련 칼럼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막중한 업무는 사무실 고양이 두 마리의 수발을 드는 일이다. 2 열심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성아이돌) 러블리즈, 레드벨벳, 에이프릴의 음악을 찾아서 듣는다. 재미있는 만화를 찾아 친구들에게 추천도 해준다. 그런데 그게 젊게 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미혼이고, 아이를 키우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을 뿐인 것 같다. 3 요즘 종종 홍대 앞에 갈 일이 있다. 홍대 앞 번화가를 남북으로 관통하다 보면 바다로 잘못 흘러간 민물 생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혹은 소돔과 고모라를 목도한 두 천사의 심정 같기도 하다. 얼른 이 지옥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한때는 그런 혼돈이 좋아 부러 찾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안된다. 4 제대로 된 리더를 가질 수 없다는 것. 지금도 매일 한숨만 나오는데, 앞으로도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정치적 선택에 끝없이 좌절만 할 것 같다. 5 썩 건강하지 않아 해외여행을 많이 못했다. 남태평양의 옥색 바닷물에 몸을 던지고 싶고, 뉴욕에도 가보고 싶다. 최근에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취지로 전자음악 수업을 듣고 있다. 곧 내 맘에 드는 곡을 하나 써보고 싶다. 6 제네바 사운드 시스템스(Geneva Sound Systems)의 오디오. 서울에서는 맘에 드는 집을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 자꾸 인테리어 소품으로 위안을 삼으려는 경향이 있다. 오디오는 다양한 감각을 일깨우는 데 유용한 소품이다. 7 일본 밴드 자드(Zard)의 보컬, 사카이 이즈미가 영원한 나의 로망이다. 내년은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내가 그녀와 동갑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요즘 여성 중에 꼽자면 레드벨벳의 슬기다. 그녀는 완벽하다. 8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부럽다. 한 번의 펑크도 없이 오랜 시간 TV를 지켜온 유재석, 49세가 되는 올해도 개막전 출전을 앞둔 일본 축구의 전설 미우라 가즈요시도. 9 재작년의 일이다. ‘기자들의 기자’라 할 수 있는 <한겨레신문> 구본준 기자가 돌아가시기 3주 전, 저녁을 같이 먹었다. 구본준 기자는 오전에 취재한 연세대 루스채플에 대해 언제나 그랬듯 열심히 얘기해줬다. 하지만 나는 연세대를 나온 주제에 루스채플을 다른 건물로 착각해 엉뚱한 소리만 늘어놨다. 그렇게 멍청한 대화가 좋아하던 분과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두고두고 아쉽다. 10 솔직히 잘 상상이 안 된다. 건축계에 몸담고 있지만 사양산업에서 일하는 미혼남에게 50대는 생존 자체로도 기적이 아닐까 싶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내는 것. 그리고 연금저축보험을 타게 되는 55세를 기다린다.

 

8. 이준일
라이트스타일 대표이사

재킷 Calvin Klein Platinum, 셔츠 S.T. Dupont, 팬츠 Brunello Cucinelli, 타이 Salvatore Ferragamo, 워치 Tag Heuer, 안경 ByWP by Seeoneeyewear

1 이준일. ‘라이트스타일(lightstyle.co.kr)’이란 회사를 운영한다. 이름처럼 조명을 다루는 회사다. 건축가나 디자이너와 건축설계 단계부터 협업해 건물의 내•외부에 들어갈 조명 플랜을 세우고, 적합한 조명을 수입하거나 제작해 설치까지 하는 모든 작업을 담당한다. 2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게 쏟아져 나오는 ‘지금’ 그렇게 느낀다. 20대 초반이던 1990년대도 풍요롭고 재미있었지만, 지금이야말로 사람이나 물건, 장소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세상 같다. 새로운 걸 알고 경험해보는 비용과 장벽이 낮아진 지금, 그것들을 즐기는 시간만큼은 10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3 직원을 가르치려 드는 나를 발견할 때. 4 테슬라(Tesla)가 주류 시장에서 메인이 되기 전엔 늘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 같은 회사가 테슬라를 벤치마킹한다. 세상의 흐름이 빨라진 만큼 기업과 새로운 표준의 수명은 짧아졌다. 지금은 그 속도를 즐기고 있지만, 그 속도가 나보다 빨라지면 나도 작은 ‘점’이 되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면 불안하다. 5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 구체적으로 말하면 직원의 행복함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를 만드는 거다. 6 메리디안(Meridian)의 빈티지 튜너 Model 104. 이 시리즈의 다른 구성품인 파워앰프와 프리앰프는 있는데, 음색 좋기로 이름난 튜너는 나와 늘 연이 닿지 않았다. 더 구하기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7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그 분야에 재능이 있는 여성. 사실 이런 분이 미인인 경우가 많다. 8 JTBC의 손석희 사장. 정치적 성향을 떠나 자신의 지향점을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9 지난 일을 후회하지 않는 편이지만, 여행 할 기회를 놓친 건 아쉽다. 지금은 출장을 여행이라 생각하며 다니는 편이다. 10 남자가 철들면 죽을 때라 하지만, 40대보단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란다. 생명력이 지금보다 줄어드는 건 막을 수 없을 거다. 다만 좀 더 위트 있는 이가 된다면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다. 이탤리언 레드의 페라리를 몰고 해안 도로를 달리는 건 60대 이후로 미루고 싶다.

 

9. 조진국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등을 쓴 드라마 작가

1 조진국.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메이트> 등을 쓴 드라마 작가로 글을 쓰며 밥 먹고 살고 있다. 동시에 음악 없이는 못 사는 40대 후반의 남자다. 2 일부러 젊게 보이려 하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산다고 느낄 때. 그리고 거울을 보며 또래보다는 조금 젊어 보인다고 느낄 때. 3 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가다 창에 얼굴을 비춰본 적이 있다. 아침이 한참 지났는데도 얼굴에 자다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확실히 나이를 실감했다. 4 작년에 크게 아팠다. 그래서 무엇보다 건강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크다.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5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작년에 꼭 10년 됐다. 40대가 얼마 안 남았지만 그 안에 아주 인상적인 대표작을 내놓고 싶다. 6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내 귀에 꼭 맞고 보기에도 멋진 턴테이블이 딸린 오디오 시스템을 갖고 싶다. 7 성모마리아. 보고만 있어도 마냥 설레고 좋다. 내가 천주교인이 된 이유 중 하나도 마리아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연예인 중에선 이효리, 그리고 김연아를 좋아한다. 내 눈에는 가장 주체적이고 멋진 여자로 보인다. 8 표창원. 남자가 봐도 멋있다. 상대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논리적이고 단단한 대화법이라든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남자다움과 카리스마가 부럽다. 9 따져보면 많겠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게 일이 돌아가고 풀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0 여전히 청바지와 야구 모자가 어울리고, 턱수염과 구레나룻이 희끗하면서 여유로운 표정이 담긴 얼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진 걸 나눌 수 있는 너그러운 중년을 꿈꾼다.

 

10. 배종병
CJ E&M 소속 프로듀서

1 배종병. CJ E&M 소속 프로듀서. 올해 5월 tvN에서 방송 예정인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2 어떤 사람에게든 마음이 설렐 때, ‘내가 아직 젊구나’라고 느낀다. 3 친구에게, 후배에게, 동생들에게, 심지어 부모님에게까지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 그리고 비타민, 오메가3, 홍삼정 등의 건강 보조제를 열심히 챙겨 먹을 때. 4 늙어가는 몸과 맘에 대한 자각. 귀찮은 일이 많아지고, 엉덩이가 점점 무거워지며, 괜한 걱정거리가 생긴다. 5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6 오토바이. 한여름에 애인을 뒤에 태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다. 고등학생 때부터 로망이었는데 아직 못했다. 7 새로 제작하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한국 최고의 여배우들!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 김영옥, 고현정. 가히 ‘어벤져스’급 출연이다. 그들과 함께하는 작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물론 걱정도 만만찮지만. 8 없다. 누구를 닮고 싶기보다는 도대체 나란 놈이 누구인지나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했으면 좋겠다. 9 30대에 업계를 떠나겠다며 다 내려놓은 적이 있다. 그렇게 뒤돌아보지 않았으면, 지금은 다른 길에 서 있을 수도. 10 글쎄, 조금 더 주름이 늘었을 것이고, 조금 더 꼰대가 되어 있겠지. 그토록 좋아하는 스냅백은 못 쓰고 다닐 것 같다. 그때도 후배나 동생들이 술 한잔하자고 언제든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1. 우승우
‘KFC코리아’ 마케팅본부 이사

1 우승우. 얼마 전 40대에 접어들었고 현재 KFC코리아 마케팅본부 이사다. 과거에는 외식과 주류, 매거진 분야에서 브랜드 매니저와 컨설턴트로 일했다. 읽기와 쓰기, 이미지와 텍스트,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관심이 있고 하루 한 번씩은 서점, 디자인, 맥주, 테니스, 호텔, 북유럽 등에 대해 생각한다. 착하고 예쁜 열 살 된 딸이 하나 있다. 2 하루하루 일상의 모습이 20~30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하고 싶은 것이 여전히 많아 바쁘게 이곳저곳 헐레벌떡 뛰어다닐 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르고 다닐 때. 3 아직 나이 들었다고 느낀 순간은 없다. 다만 가끔씩 딸아이의 어릴 적 사진을 볼 때면 시간이 꽤나 지났구나, 그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또한 함께 일하는 인턴 친구들의 실제 나이를 가끔씩 듣게 될 때, 예상보다 큰 차이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4 무엇보다 부모님 건강이 불안하다. 특별한 잔병치레 없이 여전히 건강하시지만 얼마 전부터 나이 드는 것이 마음에서, 몸에서 느껴진다. 당신들의 친구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담담히 전해주실 때, 건강한 지금에 감사하면서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5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편하게 웃고, 마시고, 읽을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갖고 싶다. 한쪽 벽면은 책으로, 한쪽 벽면은 맥주로, 한쪽 벽면은 브랜드로 가득 채우고 싶다. 6 갖고 싶은 물건은 수십 가지인데 막상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 하면 그 어느 것도 절실하지 않다.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권기수 작가의 ‘동구리’ 그림 한 점이 갖고 싶다. 5년 전쯤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에서 작품을 살까 말까 며칠을 고민하다 미뤘는데 그게 아쉽다. 그의 작품을 걸어놓으면 딱 어울릴 만한 집 안 벽면을 볼 때마다 그때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7 꽤나 어릴 적부터 배우 김미숙을 좋아했다. 왜 좋아하게 됐는지, 지금도 그 마음이 여전한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보면 어릴 때 생각에 시선이 자꾸 머문다. 8 딱히 떠오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당히 나이 들어가는, 늙어가는 사람을 보면 편안하고 좋아 보인다. 콘서트에서 본 가수 이문세나 돌아가시기 얼마 전 강연장에서 뵌 신영복 선생님,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를 보면서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9 굳이 되새겨본다면 회사 생활을 잠시 접고 시카고로 공부하러 갈 때 가족과 함께 가지 못한 것.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아내와 아이를 서울에 두고 혼자 그곳에갔을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지만, 같이 갔으면 좀 더 많은 추억을 함께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다. 10 지금보다 훨씬 지혜롭고, 여유 있고, 단단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을 망설이지 않고 시작하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할 것 같다. 20대가 될 딸과도 많은 것을 나누고 공유하고 싶다.

 

12. 차우진
콘텐츠 스타트업인 ‘메이크어스’의 이사

1 차우진. 오랫동안 음악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글을 썼다. 지금은 콘텐츠 스타트업인 ‘메이크어스’의 이사로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월급쟁이가 된 지 1년이 지나지 않았다. 2 옷장에 청바지 몇 벌과 티셔츠밖에 없을 때. 그리고 옷 사러 간다면서 유니클로나 자라를 기웃거릴 때. 혹은 끌리는 차가 몽땅 컨버터블이나 로드스터일 때. 3 얼마 전 복싱을 시작했는데 관장을 포함해 모든 수강생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평소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데 신상명세서 같은 걸 작성할 때면 새삼 느낀다. 동안이면 뭐하나, 숫자가 다른 것을. 4 리턴할 기회가 없으리라는 것. 돌아보면 언제나 새로운 것, 안 해본 분야나 일에 의욕을 느꼈지만 요즘은 소위 ‘리스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리턴이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분명히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건 지금 하는 걸 잘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다. 5 인생을 시간대 별로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그런 건 없다. 빚이 더 늘지 않으면 만족한다. 6 굳이 찾는다면 10년 정도 만족하며 살 만한 집을 짓는 것이다. 동네도, 집의 구조와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어야겠다. 7 배우 한예리. 작년부터 이 배우에게 꽂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여자 같아서인데, 그런 여자는 늘 강력하다. 8 어릴 때부터 ‘닮고 싶은 사람’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언제든 후배들에게 맛있는 밥이나 잘 사주는 선배가 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9 돌아보면 30대 내내 정신없이 지냈다. 좋은 때만큼 나쁜 때도 있었지만 아쉬운 순간은 없다. 몇 년 전 요리학원에 등록하려다 타이밍을 놓친 것이 문득 기억난다. 10 이걸 작성하면서 깨달은 건 30대든 40대든 뭐 얼마나 다를까 하는 것이다. 50대도 비슷하겠지. 여전히 ‘안정’과는 거리가 먼 채로, 괴로워하고 고민하고 부딪치고 좌절하다 문득 소소한 것에 만족할 것 같다. 단, 50대에는 여행을 자주 다녔으면 좋겠다. 바쁜 일상에 비행기를 타본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13. 윤두현
‘갤러리기체’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

1 윤두현. 서울 합정동에서 ‘갤러리기체’를 운영하는 갤러리스트다. 갤러리스트가 하는 일이란 다들 알다시피 작가들과 만나 얘기하고, 그들의 작품을 사람들에게 꾸준히 소개하는 것이다. 2 새로운 작가를 발견, 수소문해 그들을 겨우 만났을 때다. 특히 현실적 어려움에도 유쾌하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작가를 만났을 때 그렇다. 3 당연히 ‘약’ 아니겠나. 하나 둘 늘어가는 건강식품을 볼 때마다 참담하다. 지난해부터 잇몸 치료 치약까지 쓰고 있고, 최근엔 눈 밑이 자꾸 떨려 마그네슘을 추가로 먹을 예정이다. 4 나도 곧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 당신은 아는가? 매해 신생 갤러리가 생기고 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는 걸. 5 비엔날레에 초청될 작가를 내 손으로 발굴하는 거다. 그러려면 늘 새로운 경향을 공부하고, 또 깨어 있어야 한다. 미술도 시대의 흐름을 예민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역시 임대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내 갤러리 공간을 갖는 거다. 6 이혜인 작가의 작품. 갤러리 개관 당시 자금 문제 때문에 갖고 있던 작품을 모두 팔 수밖에 없었다. 7 왜 이 질문에 특별한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 8 휘트니 미술관 최초의 여성 큐레이터 마샤 터커. 그녀는 새로운 미술관을 열겠다는 일념으로 훗날 휘트니 미술관을 나와 뉴욕의 ‘뉴 뮤지엄’을 설립, 오늘에 이르게 한 이다. 뉴 뮤지엄은 주로 제도권 밖에 머물던 작가들을 소개하고, 그들을 미술계의 중심으로 이끈 곳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나도 앞으로 그녀처럼 신념을 잃지 않고 집요하게 ‘내 영역의 일’을 실천해나가고 싶다. 9 섣부른 투자 경험. 물론 교훈도 얻었지만 적지 않은 수업료를 내야 했다. 그 시절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지금의 갤러리를 열 때 조금은 수월했을 거다. 10 50대엔 여러 면에서 좀 더 완숙해지고 싶다. 더불어 나 혼자만 살겠다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함께 사는 삶을 위해 고민하고 싶다. 쉽게 말해 가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14. 이성업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사업총괄이사

코트 Missoni, 셔츠 Brooks Brothers, 팬츠와 행커치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경 Charmant Z by Seeoneeyewear, 워치와 브레이슬릿은 본인 소장품

1 이성업. 지난 2013년에 오픈한 ‘레진코믹스’라는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사업총괄이사다. 현재는 미국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2 일상생활 중 나이를 크게 의식한 적은 없다. 내가 속한 모든 조직의 역사가 짧아 나이를 기반으로 한 위계질서를 경험하지 못했고, 대학에도 늦게 입학해 동기들이 나보다 어렸기 때문이다. 아, 나와 동갑인 친구들이 꼰대 같은 발언을 할 때, 그리고 거기에 공감하지 못할 때 아직은 젊다고 느끼는 것 같다. 3 두 가지 있다. 우선 얼굴 주름같은 신체적 변화를 발견할 때. 요즘은 화장품 사용을 넘어 애용 중이다. 그리고 미대 출신임에도 예전처럼 맘 편히 그림을 그리지 못할 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 같고, 이는 분명 나이 때문인 것 같다. 4 눈 감았다 뜨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시간이 짧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면 내가 여든이 되어 있을 것 같다. 5 문신! 의미 있는 것을 몸에 새겨보고 싶은데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다. 빨리 찾고 싶다. 6 수동 기어 스포츠카를 가지고 싶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포르쉐 카이맨이나 로터스 엑시지. 점점 사라지는 수동 기어 차를 소유하는 것은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7 언제나 비욘세다.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8 20~30대에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어른들이다. 젊은 사람들과 격의 없이 터놓고 얘기하던 그분들을 닮고 싶다. 그분들이 나이 든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려주었다. 9 충분히 놀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더 놀고 싶다. 10 지금처럼 사는 것이다. 꼰대가 아니었으면 하고, 다양한 세대와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에디터 이기원 (lkw@noblesse.com)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윤현식(인물) 헤어&메이크업 김원숙 스타일링 남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