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민낯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번드레한 이미지를 만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문학과 과학, 경제, 미술계 등에서 활약하는 명사와 그들의 내면을 좇는 매혹적인 인터뷰집을 소개한다.

“도쿄 근교의 작은 마을에 집이 하나 있는데, 거기선 모든 사람이 절 알아요. 산책할 때마다 사람들이 알아보죠. 그게 참 짜증 나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런 시니컬한 대답을 읽은 적 있나? 아니면 같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를 두고 “서로 잘 알고 있고, 적어도 적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넉살은? 하루키의 이 인터뷰는 지난 60여 년간 세계적 작가 수백 명을 만나온 <파리 리뷰>에 실린 것이다. 말하자면 <작가란 무엇인가>는 그간 <파리 리뷰>에 실린 작가들의 주옥같은 인터뷰를 추리고 추려 만든 일종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 <속죄>로 광적인 팬을 일군 이언 매큐언의 문학에 대한 진솔한 고백, 글을 쓰는 공간은 가족과 공유하는 공간과 무조건 분리돼야 한다고 믿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 교회에 천착한 소설을 썼으면서도 “신을 믿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떠는 움베르토 에코 등 유명 작가들의 흥미로운 대답이 그들이 써낸 책보다 훨씬 가볍고 평화롭게 읽힌다. 특히 ‘소설가들의 소설가’라 불리는 헤밍웨이의 시골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터뷰는 이 책의 백미. 영미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인터뷰를 하나의 문학 장르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들은 <파리 리뷰>의 글을 한국어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한 권이다. 한편 전 세계 31명의 혁신가를 만나 인터뷰한 책도 있다. 이름하여 <이노베이션>. 이 책은 비즈니스와 기술, 공학과 교육,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일으킨 혁신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혁신’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책 속 여러 인터뷰이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자꾸 새로운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한데 그런 말을 늘어놓는 인물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구루 중 한 명인 세스 고딘이나 <포브스> 선정 ‘첨단 기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타라 헌트 같은 이들이니 정말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마치 제3자가 되어 같은 공간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 책은 ‘과연 지금 이 혁신가들이 말하는 그대로가 미래의 모습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컬렉터>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 수준의 아트 컬렉터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오랜 시간 유럽에서 아트 컨설턴트로 활약한 저자가 유럽 전역의 미술 애호가 11명을 만나 그들의 컬렉션과 예술에 대한 마음을 담은 인터뷰를 한 권으로 묶었다. 3대째 컬렉션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 문화 예술 공로 훈장을 받은 프랑스인 컬렉터, 마티스 박물관 관장, 대형 아트 페어의 전시 기획자 등 다양한 국적과 직업의 컬렉터에게 컬렉팅을 시작하게 된 동기, 진짜 그 돈을 주고 그 작품을 사는 이유,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호 등을 물으며 컬렉터와 현대미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현대미술을 감상하고 사랑하는 길로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 책은,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순수한 기쁨을 가능한 한 잘 전달하고자 각 컬렉션을 사진으로 담는 것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