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우리를 찾아오는 이야기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를 돌고 있는 <퐁피두 현대 예술 거장전>이 2017년 1월 15일까지 상하이 전시센터에서 예술 애호가들과 만난다. ‘한 해, 한 명의 예술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취지 아래 현대 예술이 걸어온 묵직한 족적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퐁피두 현대 예술 거장전>이 열리고 있는 상하이 전시 센터 외관 전경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열리는 여타 전시회와 달리 <퐁피두 현대 예술 거장전>은 퐁피두 예술센터에서 소장한 컬렉션 중 1906년부터 1977년까지 연도별로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 한 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그렇다면 왜 1906년부터 1977년까지 예술에 주목한 걸까? 1906년이 20세기 예술의 첫 번째 혁명을 상징하는 ‘야수파’가 탄생한 해고, 1977년은 퐁피두 예술센터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마침내 준공된 해이기 때문. <퐁피두 현대 예술 거장전>에서는 회화와 설치 작품은 물론 사진, 가구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작가 72명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지극히 중요한 시기인 20세기는 그 전의 수세기를 합친 것에 맞먹는 변화를 가져왔다. 마르셀 뒤샹, 피카소, 알렉산더 콜더 등 이 시기의 예술가들은 객관적 사실 묘사보다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색채와 선의 유희, 기괴하면서도 간결하고 화려한 언어로 예술을 표현했다. 탁월한 예술적 기교를 드러낸 이전의 거장들과 달리 전통의 속박을 벗어나 심오한 목표를 추구한 그들의 작품은 한층 모던한 기풍을 띤 것이 특징. <아트나우>가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작품 몇 점을 소개한다.

1 피카소가 연인 마리 테레즈 발테르에게 바친 작품 ‘뮤즈’. Pablo Picasso, The Muse, Oil on Canvas, 130×162cm, 1935 / The Centre Pompidou, MNAM-CCI/Service de la documentation photographique du MNAM/Dist. RMN-GP ⓒ Succession Picasso
2 사진가 리차드 아베돈의 피사체가 된 75살의 가브리엘 코코 샤넬. Richard Avedon, Gabrielle Chanel, Dressmaker, Paris, March 6th 1958, Silver gelatin print, 50.6×40.6cm, 1958 / The Centre Pompidou, MNAM-CCI/Philippe Migeat/Dist. RMN-GP ⓒ The Richard Avedon Foundation, New York
먼저 ‘자전거 바퀴(Bicycle Wheel)’(1913년/1964년)는 마르셀 뒤샹이 1913년 기성품을 예술화한 첫 번째 작품이다. 4년 후 뒤샹은 상점에서 구입한 남성용 소변기에 ‘샘(Fountain)’이라는 작품명을 붙여 미국의 전시회에 출품하고, 이를 ‘기성 예술(readymade)’이라고 명명했다. 기성 예술은 의심의 여지 없이 20세기 예술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개념 가운데 하나다. 뒤샹은 “이 물건을 누가 만들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일상용품이 새로운 이름과 시각을 부여받아 원래 용도는 사라지고 새로운 생각으로 창조한 오브제로 인식된 점이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1913년 처음 만든 ‘자전거 바퀴’는 후에 분실돼 이번 전시에선 1964년에 다시 만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로버트 맬릿 스티븐스(Robert Mallet-Stevens)의 작품 ‘의자(Chair)’(1923~1925년)를 빼놓을 순 없다. 간결하면서 날렵한 금속관 구조가 전체적 프레임을 이루고, 작은 캔버스만 한 착석 면의 부드러운 곡선이 단단한 금속 팔걸이와 대조된다. 파리의 한 컬렉터 집안에서 출생한 로버트 맬릿 스티븐스는 학교를 졸업한 후 건축·실내 디자인과 세트 건축, 의상 디자인 등의 분야에 종사했다. ‘의자’는 그의 모던한 건축 디자인 철학을 반영한 정수라 할 수 있다.
‘뮤즈(The Muse)’(1935년)는 “우리의 실제 목표는 사물을 구성하는 것이지 사물을 모사하는 데 있지 않다”라고 말한 입체파 거장 피카소의 대표작. 그림 속에서 한 명의 여인은 거울을 마주 보고 있고 다른 한 명은 탁자에 엎드려 잠을 자는데, 화폭엔 평온한 아름다움이 넘친다. 피카소가 연인 마리 테레즈 발테르(Marie-Therese Walter)에게 바친 작품으로 당시에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1927년 마흔여섯 살의 피카소는 열일곱 살의 발테르와 사랑에 빠졌는데, 이 작품이 탄생하고 몇 개월 후 그들 사이에 딸 마야가 태어났다. ‘움직이는 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렉산더 콜더(Alexander Calder)의 ‘나뭇잎 네 개와 꽃잎 세 개(Four Leaves and Three Petals)’(1939년)는 운동감과 정적 미감을 결합한 작품으로, 브롱크스 동물원의 아프리카 존에 전시하기 위해 만들었다. 바람에 춤추듯 살랑거리는 나뭇잎과 꽃잎을 연상시키는 가볍고 경쾌한 재질과 곡선으로 이뤄진 작품은 자연의 시적 정취와 미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공학을 전공하고, 몬드리안과 교류하며 깊은 영향을 받은 콜더는 그의 공학적 지식과 예술적 재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우주의 원리와 신비한 균형의 힘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기류(氣流)나 인위적 터치에 의해 각기 다른 모양으로 움직이는 조각을 탄생시킨 근원이 됐다.
마지막으로 ‘옵티컬 아트(Optical Art)’의 아버지로 불리는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의 작품 ‘아르니(Arny)’(1967~1968년)는 마치 만화경처럼 색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자렐리는 원형과 정방형 패턴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배경색의 절묘한 움직임을 통해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작품에 부여했다. ‘광학 예술’ 혹은 ‘시각적 착시 예술’이라고도 불리는 옵티컬 아트의 매력은 엄격한 과학적 설계를 통해 시각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예술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1 ‘움직이는 조각’의 아버지 알렉산더 콜더의 ‘나뭇잎 네 개와 꽃잎 세 개’. Alexander Calder, Four Leaves and Three Petals, Sheet Metal, Painted Metal Rods and Wires, 205×174×135cm, 1939 / The Centre Pompidou, MNAM-CCI/Georges Meguerditchian/Dist. RMN-GP ⓒ Calder Foundation, New York/Adagp, Paris
2 색채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빅토르 바자렐리의 ‘아르니’. Victor Vasarely, Arny(Shadow), Collage on Plywood, 252×252cm, 1967~1968 / The Centre Pompidou, MNAM-CCI/Service de la documentation photographique du MNAM/Dist. RMN-GP ⓒ Adagp, Paris

건축가 렌초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파리 퐁피두 아트센터의 연구 모델’. Renzo Piano·Richard Rogers, Study Model for the Centre Georges Pompidou, Plastic Material, Metal and Wood, 40×150×93.5cm, 971~1977 / The Centre Pompidou, MNAM-CCI/Georges Meguerditchian/Dist. RMN-GP ⓒ Richard Rogers,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 Architects
이외에 함께 보면 좋을 섹션으로 ‘파리 퐁피두 아트센터의 연구 모델(Study Model for the Centre Georges Pompidou)’(1971~ 1977년)이 있다. 렌초 피아노(Renzo Piano)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등의 건축가가 설계한 퐁피두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밖으로 드러난 철골 트러스와 기능별로 다른 색깔을 칠한 복잡한 설비 배관이다. 1977년에 준공되었을 때 이 건축물은 공학적이고 반(反)전통적인 조형 때문에 논란에 휩싸였고, 도심에 자리 잡은 ‘제련 공장’이라는 조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해가 지난 오늘날 퐁피두 센터는 파리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이 건축물을 설계한 렌초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는 1998년과 2007년에 각각 건축 분야 최고의 영예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인류의 모든 진보는 과거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기존의 질서를 뒤집고 승화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20세기 후반 예술은 공공 예술이라는 형태로 더욱 광범위하게 대중 속으로 스며들었으며 관람객 자신이 예술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이 오늘날 관람객에게 매력적인 체험을 제공하듯, 아마 먼 미래에는 대중의 참여가 하나의 예술 형태로 자리 잡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그렇다면 한 점의 퐁피두 소장품은 어떤 존재 의미를 지닐까? 시간만이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최윤정(amych@noblesse.com)
글 Nicole 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