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 포인트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와인이 있다. 프랑스의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이 그렇다. 레스토랑 솔밤의 고동연 헤드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올가을 마시기 좋은 프랑스 레드 와인 다섯 병.

도멘 아르망 루소 샹베르탱 그랑 크뤼 2021.
프랑스는 와인의 본고장이다. 와인에 대한 오랜 전통과 경험은 이 나라가 가장 클래식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와인 양조 스타일에서 가장 혁신적 시도를 해온 나라 역시 프랑스다. 이는 프랑스가 와인에 대한 풍부한 자원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동연 솔밤 헤드 소믈리에도 늘 기대하는 맛을 찾는 안정 지향형 소비자를 위한 와인은 결국 보르도와 부르고뉴라고 말한다.
“먼저 보르도 생테밀리옹의 샤토 파비입니다. 2022년 보르도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당시 1등급 와이너리 네 곳 중 세 곳의 와이너리가 등급 심사를 보이콧하며 세 곳의 톱 생산자가 심사에서 제외되었어요. 샤토 파비만 계속 등급을 유지하고 있죠. 특히 2010년 빈티지는 뛰어난 파워와 품질을 자랑합니다.” 다만 1등급은 워낙 잘 만든 와인이라 웬만큼 숙성되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슈퍼 세컨드 그뤼오 라로즈의 1989년 빈티지를 추천받았다. “그뤼오 라로즈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빈티지로 숙성 잠재력과 품질이 뛰어나며, ‘와인의 왕, 왕들의 와인’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와인이죠.” 보르도에 비해 접근하기 까다로운 부르고뉴 와인으로는 세 가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권했다. “아르망 루소는 남성적 강인함을 대표하는 생산자로 주브리 샹베르탱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며 부르고뉴의 정점에 선 인물이죠. 루소는 피노 누아를 통해 강건하면서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와인을 선사합니다. 반면, 세실 트렘블레는 여성스러움을 잘 표현해요. 모레 생드니에 위치하지만 주로 본 로마네나 샹볼 뮈지니를 생산하는데, 여성스러운 우아함과 트렌디함을 갖춘 와인을 만듭니다. 2021년 빈티지는 특히 화사하고 예쁜 스타일로 지금 마시기 좋죠.”
굳이 부르고뉴의 그레이트 빈티지인 2020년과 2022년을 두고 2021년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답은 숙성에 있었다. 뛰어난 빈티지 와인은 너무 단단한 데다 숙성 잠재력이 좋아 일정 시간이 지나야 고유의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2021년 빈티지는 오히려 와인의 스타일을 바로 보여준다는 것. 덕분에 지금 마시기 좋아 실패할 확률이 적다. 고동연 소믈리에의 마지막 선택은 부르고뉴의 역사적 인물 앙리 자예 혈통인 에마뉘엘 루제의 에셰조. 그중에서도 그레이트 빈티지인 2020년이다. “에마뉘엘 루제가 만드는 에셰조는 조르주 자예와 에마뉘엘 루제 두 가지가 있는데, 본인의 이름을 달고 극소량만 만드는 에셰조는 로마네 콩티가 그 밭을 탐낼 정도로 진한 풍미를 자랑하며 품질이 뛰어나죠. 구하기 어려워 기회가 있을 때 꼭 맛봐야 합니다.”

왼쪽부터 샤토 파비 프르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A 2010, 도멘 세실 트렘블레 샹볼 뮈지니 레 카보테스 2021, 도멘 에마뉘엘 루제 에셰조 그랑 크뤼 2020, 샤토 그뤼오 라로즈 2등급 그랑 크뤼 클라스 1989.
에디터 이정윤(julie@noblesse.com)
사진 박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