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의 이유
키톤의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CEO 겸 여성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조반나 파오네를 직접 만나 소재에 대한 자부심, 옷을 대하는 진심 그리고 브랜드의 정신에 대해 들어보았다.

키톤 CEO이자 여성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조반나 파오네.
한국은 첫 방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방문한 소감도, 이유도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길게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1년 반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최근 책임감을 갖고 외부 활동에 적극 임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찾게 된 한국은 첫 방문이지만 오래전 다녀간 것 같은 익숙한 느낌이에요. 낯설지 않고, 편안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한국 사람들은 제 고향인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나폴리 지역 사람들과 성향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방식, 그러한 애티튜드가 유사하다고 느꼈어요.
한국에 플래그십을 오픈하게 된 스토리를 듣고 싶습니다. 여러 나라 중 한국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키톤이 한국에 런칭한 지는 15년 정도 되었습니다. 물론 백화점 내 숍은 있지만, 이는 미국식 매장의 개념일 뿐 좁고 제한된 공간에서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키톤이 탄생한 이탈리아에서 매장은 부티크 개념입니다. 이를테면 집처럼 편안하면서 넓은 공간을 의미하죠. 시장 상황, 매출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할 때 플래그십 오픈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을 택한 이유는 다른 아시아 국가도 좋지만, 한국 사람들은 좋은 제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최고 퀄리티를 지향하는 키톤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한국의 대표 도시 서울을 택할 수밖에 없었죠.
플래그십에 대한 컨셉을 소개한다면? 내 집처럼 안락하게, 모든 고객을 품을 수 있는 편안함이 컨셉입니다. 스트리트 스토어, 즉 길을 오가며 키톤을 인지한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모든 컬렉션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여러 이벤트를 통해 고객을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도 기쁩니다. 그뿐 아니라 컬렉션을 선보이기 전 플래그십에서 미리 공개할 수도 있고요.
이번 플래그십을 세 단어로 정의한다면. 럭셔리, 집, 아방가르드.
키톤은 현시대에도 여전히 비스포크와 테일러링을 강조하며 최고 품질의 직물만을 고집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랜드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키톤이 지켜온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키톤은 하이엔드 퀄리티를 지향하는 브랜드입니다. 레디투웨어뿐 아니라 액세서리에서도 같은 퀄리티와 철학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옷이 아닌 심플하고 미니멀하지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최고 퀄리티를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키톤은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회사입니다. 하지만 퀄리티와 품질은 어떤 빅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없을 만큼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하이엔드 제품에서 디자인만큼 중요한 것이 소재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키톤만의 소재는 무엇인가요? 특히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키톤은 자사에서 모든 소재를 생산하기에 컨트롤하기 쉽고, 최고급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원단을 쓴다고 해서 하이엔드라고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원단은 무엇보다 다루는 방식이 중요하니까요. 예로, 손바느질해야 하는 원단인데 기계로 다루면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직접 경험해보면 알 수 있어요. 키톤은 원단의 특징에 따라 최적의 제조 과정을 거쳐 제작하고 있습니다. 키톤 컬렉션에서 원단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키톤 청담 플래그십 부티크 전경과 내부.
2023년 S/S 우먼 컬렉션에서 가장 많이 쓴 소재는 무엇인가요? 더블 캐시미어. 중량이 200g밖에 되지 않아 봄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 소재입니다. 키톤의 캐시미어 제품은 바느질 자국이 보이지 않는데, 모든 공정이 수작업과 핸드스티치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키톤만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옷을 제작할 때 장인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면. 키톤 그룹엔 총 350명의 장인이 있는데, 제품마다 각 부문의 장인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한 제품을 만들때 원단부터 실 선택, 재단, 디자인 전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100% 장인과 함께합니다. 장인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그들 역시 그런 키톤의 가치를 이해하며 상호작용하는 거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여성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당신에게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영감은 늘 갖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천에서 큰 영감을 받고, 그다음은 컬러, 때로는 일상의 익숙한 것에서도 영감을 받아요. 요즘은 동양의 것, 나아가 동서양의 문화를 믹스하는 작업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 밀라노 컬렉션에서 공개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웃음)
아직 키톤이 낯선 한국 고객을 위해 가장 주목해야 할 아이템을 꼽는다면. 키톤 테일러드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슈트와 코트, 블라우스.
<노블레스> 독자에게 키톤 브랜드를 즐기는 팁을 알려준다면. 키톤은 과장되지 않은 내추럴한 멋, 자연스러움이 고유의 정체성입니다. 이를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취향에 맞춰 스타일링해보세요.
키톤 설립자 치로 파오네의 딸이자, 현재 치로 파오네 그룹(Ciro Paone Group) CEO 겸 여성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의 DNA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 중 당신이 꼭 지켜나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원단에 대한 경쟁력! 아버지는 살아생전 천과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출근하자마자 재킷과 가방을 내려놓고 창고에서 천을 만지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셨어요. 나폴리에 3개의 공장이 있는데, 아버지는 이곳에서 천을 만지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시간을 보내셨죠. 이런 창립자의 원단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CEO로서 당신만의 경영 철학이 있다면. 제 개인 철학은 없습니다. 키톤은 가족 경영 회사이기에 가족 간 긴밀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창립자인 아버지 역시 이를 강조하셨고요. 그는 “일하는 사람과 나는 먹는 것이 같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수평적 경영을 몸소 실천하셨죠. 우리는 직원들을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인물이나 작가와의 협업 또는 흥미로운 계획이 있나요? 우리는 도전에 한계를 두지 않습니다. 키톤과 맞는 인물 또는 브랜드가 있다면 협업에도 긍정적입니다. 그때를 기다릴 뿐이죠. 가장 흥미로운 계획은 청담 플래그십 오픈이었고, 이를 이루게 되어 기쁩니다.

키톤 청담 플래그십 부티크 전경과 내부.
에디터 정순영(jsy@noblesse.com)
사진 조영훈